column review
대부분의 영화들은 한두 가지 장르로 정의할 수 있다. 간혹 어떤 영화는 장르를 창조하기도, 혹은 그 자체로 장르가 되기도 한다. 매드맥스 시리즈가 그런 대표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장점 단점을 떠나서 누군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봐야 할 이유를 묻는다면 클라이막스의 액션 시퀀스를 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매드맥스 시리즈의 전매특허 카체이싱 액션은 기대하고 보더라도 기대를 뛰어넘는다. 영화 곳곳에 녹아있는 다른 액션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특히 클라이막스의 액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스터피스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액션에 참여하는 모든 인물들의 동선, 동작, 결정이 완벽하게 납득되면서 완벽하게 신선하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매드맥스의 차량액션은 독보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스페이스 오페라라면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 시리즈는 황무지 오페라가 아닐까. 1979년에 시작해 겹겹이 서사를 쌓아온 매드맥스 시리즈는 이번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도 황폐하고 매력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 본연의 욕구들을 갈아 넣은 메시지를 선보인다. 물론 퓨리오사라는 인물에 집중된 이야기임에도 배경 서사가 거대하다 보니 디테일이 떨어지는 지점이나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더불어 전작들을 보지 않고도 어느 정도 영화를 이해할 수 있게끔 준비한 장치들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완벽하게 이번 영화의 이야기를 즐기려면 매드맥스 세계관에 대한 요약 영상 정도는 확인하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워낙 많은 숫자의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니 각각의 캐릭터가 충분히 매력을 발산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영화의 이름에 걸맞게 이번 영화에서는 퓨리오사의 매력이 넘실댄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본연의 역할을 잘 해낸 것도 크지만 앞서 등장하는 아역들의 연기도 만만치 않게 준수하다. 퓨리오사의 대척점에 위치하는 디멘투스도 퓨리오사에 비하면 평면적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 외에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임모탄 조와 부하들,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한정으로는 다소 소모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가 독보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영화 내내 캐릭터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결론적으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매드맥스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은 독보적인 영화다. 영화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 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답고 독보적인 액션 시퀀스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서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