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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르의 하나인 SF는 Science Fiction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국민 검사가 된 MBTI로 표현한다면 S는 '감각형'. 즉 현실에 입각해서 현상을 보는 성향이고 F는 '감정형'으로 관계와 감성에 집중하는 성향이다. <원더랜드>는 SF 중에 F에 너무 치중된 영화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한 편의 영화에서 한 명을 보기도 힘든 배우들이 총출동한 <원더랜드>는 확실히 배우 보는 맛이 있다. 일단 차려놓은 상이 화려하니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른 느낌이랄까. 거기에 최근 트렌드에 꽤나 부합하고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는 주제 선정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두 가지가 <원더랜드>가 보유한 장점의 전부라는 점이 문제다.
우선 SF 장르가 성립하려면 이 영화가 어떤 배경과 기술을 바탕으로 서사를 펼치고 싶은지 관객들이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원더랜드>는 이것에 실패하는 수준이 아니라 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덕분에 <원더랜드>의 서사가 발 디딘 공간은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허점 투성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납득이 전혀 전제되지 않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에 따라오는 것은 끊임없는 물음표다. 물음표가 가득한 곳에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끼어들 틈은 없다. 화려한 멀티캐스팅은 화려한 상차림을 찍어놓은 사진에 불과해지고 정작 관객들의 입으로 들어오는 건 맹물이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제대로 활용되었냐하면 탕웨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다. 서사도 캐릭터도 제 자리에 서있지 못하다 보니 어설프게 얽힌 옴니버스는 구조적으로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허무하게 스러진다.
결론적으로 <원더랜드>는 S 적인 토대를 만드는 것에 철저하게 실패한 채 F 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떼를 쓰는 영화다. 차라리 SF 요소를 완벽하게 제외한 로맨스물로 갔다면 조금은 나았을까? 좋은 배우들과 함께 분명히 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