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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을 한식집으로 알고 있는가? 김밥천국 메뉴판을 보면 한식과 분식은 물론 양식과 중식까지 섞여있다. 그러니까 김밥천국은 정확히 어느 나라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아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무슨 메뉴를 시켜도 딱히 못 먹을 맛은 아니라는 게 특징이다.
변성현 감독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세련됨', '스타일리시'같은 단어들이다. 그리고 <굿뉴스>의 화면도 정확히 그런 뉘앙스를 풍긴다. 배경부터 소품까지 미술팀의 작업은 세련되고 화면 전환 방식과 타이밍은 스타일리시하다. '코미디'로 정의된 장르적 개성을 편집점으로 만들어내는 연출력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류승범의 연기다. 조연에 가까운 역할을 담당함에도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류승범의 말투와 움직임에 따라 파도를 탄다. 주연인 설경구가 진득하게 깔려 있는 모래사장이라면 그 위를 오고 가며 움직임을 만드는 파도는 류승범이었다.
1970년 있었던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장르적 색채가 흐린 상태로 짬뽕된다는 점이 아쉽다. 분명히 웃긴 부분도 있고 블랙인 부분도 있는데 블랙 코미디가 되고 싶은 건지 진짜 코미디가 되고 싶은 건지 모르겠고, 상황은 급박한데 너무 여유로운가 하면 몇몇 장면에서는 긴장감을 주고 싶은 건지 웃기고 싶은 건지 판단이 안된다. 와중에 극의 중심부에 자리한 홍경은 서사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설경구와 류승범에게 치이다 보니 고군분투하는 건 맞지만 충분히 좋았다고 하긴 힘들다. 마지막으로 배경 이야기와 전반적인 분위기는 심각한데, 과장된 코미디 요소가 뜬금없이 튀어나올 때는 웃기기보단 당황스러웠다.
결론적으로 <굿뉴스>는 변성헌 감독 특유의 연출과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는 작품이다. 장르적으로 다양한 재료가 섞이면서 특색 없는 짬뽕이 된 것 같기는 하지만 신기하게도 맛이 없지는 않다. 넷플릭스에서 볼 만한 한국영화를 찾는 분들에게 한 번쯤 추천하기엔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