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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도박꾼의 노래, 횡설수설

fresh review

by 맑은구름

과거에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사람이라면 일을 잘 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듯 감독 역시 이전 작품들이 훌륭했다면 신작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전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콘클라베>는 나에게 환상적인 영화였기에 <푼돈 도박꾼의 노래>를 기대하지 않을 방도가 없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푼돈 도박꾼의 노래>는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도저히 같은 감독이 찍은 영화라는 걸 믿기 힘들다. 화면과 편집점은 뭉툭하고 마카오라는 로케이션의 특징이 드러나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미술팀의 작업도 특출나다고 보기 어렵다. 혼란한 주제를 혼란하게 보여주려는 의도라면 이해는 되지만 주제를 끌고 가는 서사는 줏대도 없고 맥락도 없어서 술 취한 도박꾼의 횡설수설을 듣는 기분이다. 덕분에 흥미로운 구석이 아주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서 결말에 도달했을 때 이야기가 깔끔하게 정리되지도, 이렇다 할 반전이 있지도 않아서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푼돈2-다음에서-변환-webp.jpeg 횡설수설


그럼에도 넷플릭스 창을 끄지 않도록 만드는 건 콜린 파렐의 존재다. 100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수모를 당하는 콜린 파렐은 맥락 없는 이야기의 중심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를 제외하면 딱히 기억에 남는 인물도 없고 심지어 콜린 파렐마저도 그다지 인상적인 캐릭터라고 하긴 어렵지만 콜린 파렐은 그 모든 허점들을 연기 체급 하나로 눌러 버린다. 영화가 끝날 때쯤 그나마 콜린 파렐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차라리 콜린 파렐마저 없었다면 내 소중한 시간을 아끼고 영화를 중간에 끌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푼돈3-다음에서-변환-webp.jpeg 콜린 파렐


결론적으로 <푼돈 도박꾼의 노래>는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다. 심지어 감독의 전작을 재미있게 관람한 관객이라면 굳이 볼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콜린 파렐의 멋진 연기가 보고 싶다면 이 작품 말고도 훨씬 더 좋은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으니 본인의 시간을 아끼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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