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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라우더 댄 밤즈>는 역설적이게도 제목과는 반대로 아주 조용하고 담백한 영화다. 만약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게 된다면 배가 조금 고프더라도 팝콘은 참아주기를 바란다. 109분의 러닝타임 동안 당신의 팝콘 씹는 소리만 들리게 될 테니.
<라우더 댄 밤즈>가 품고 있는 주제는 아주 다양하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바는 가족 간의 소통, 그리고 관계, 조금 더 멀리는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어떤 사람을 남아있는 우리들이 과연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각자 개개인의 성장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숱한 난관과 고통 그리고 기쁨의 순간까지. 이 짧은 영화에 요아킴 트리에는 참 많은 얘기를 넣고 싶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함에도 영화가 끝났을 때 그다지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들의 표현, 그리고 연출이 참으로 담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노르웨이 출신의 감독은 마치 깔끔한 스칸디나비안 가구를 만들듯 기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맛은 익숙하진 않지만 기분 좋은 맛이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최근 많은 다양성 영화에서 연기를 선보이는 중. <라우더 댄 밤즈> 또한 그중의 하나인데 여전히 준수한 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연은 콘라드 역의 데빈 드루이드와 아버지 역의 가브리엘 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조용한 영화에서 두 명의 남자는 영화가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한편 너무 가볍지도 않게 제대로 무게중심을 잡는다. 또한 이자벨 역의 이자벨 위페르는 노련한 베테랑 배우답게 등장할 때마다 극의 흡인력을 한껏 높이며 영화의 품격을 책임진다. 하나의 가족을 표현하는 4명의 배우는 각자의 몫을 적당히 책임진다.
워낙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얘기들을 담다 보니 자연히 영화는 조금 혼란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앞뒤 문맥이나 상황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너무 불친절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라우더 댄 밤즈>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찾아간다. 극 중 이자벨이 자신이 전쟁사진을 찍는 일이 사명이라고 여기듯, 이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도 되는 듯, 그렇게 영화는 그들이 내놓은 카피처럼 끝내 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 관객들 또한 진실을 마주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각자의 삶 속에 폭탄이 터지는 순간보다 더 시끄럽고 놀라운 순간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