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해리포터의 큰 팬은 아니다. 책은 4편까지 봤고 영화는 2편 정도를 본 것이 전부다. 영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것저것 보기를 좋아하지만 오사카에 방문했을 때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신비한 동물사전>은 나에게 큰 흥미를 일으키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들어낸 여자, 조앤 K 롤링의 이야기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유명하다. 이런 조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만들어진 <신비한 동물사전>은 이미 그 스토리에 있어서 훌륭함을 타고 난 건지도 모르겠다. 원작이 사전 형태였던 것에서 착안하여 다큐멘터리로 준비되었던 영화는 조앤의 시나리오 작가 합류로 스토리를 가지는 영화의 형태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조앤의 합류는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일으켰고 영화는 책과는 별개로 또 하나의 명작이 되었다. 책에서 시나리오까지, 조앤은 모든 것을 이룬 듯 보인다.
<신비한 동물사전>에는 꽤나 다양한 인물들과 동물들이 비중 있게 어울림에도 에디 레드메인의 주연으로서의 역량이 단연 돋보인다. 이미 연기력에서는 앞서 증명되어 왔던 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뉴트 스캐맨더가 어떤 인물인지를 연기만으로 충분히 설명해낸다. 관객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이 순수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그러면서도 한편 엉뚱한 주인공에게 빠져든다. 이처럼 배역을 소화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이끄는 리딩 능력 또한 성숙함이 느껴지는 에디 레드메인은 5부작 영화의 수장을 맡기에 충분해 보인다.
조앤이 만들어낸 이야기답게 <신비한 동물사전>은 주인공과 함께하는 여러 조연들의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의 캐서린 워터스턴은 이야기의 큰 틀 안에서 서사가 조리 있게 흘러가는데 영리하게 힘을 보탠다. 한편 콜린 파렐은 베테랑 연기자답게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며 영화가 가벼워 보이지 않게 중심을 잡는다. 마지막으로 앨리슨 수돌과 댄 포글러는 극의 전환점마다 이야기의 다채로움을 배가시키며 영화가 전체적으로 다양한 색감을 가져가게 만든다. 어느 한 명도 버릴 인물이 없고, 그러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조앤의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에 새삼 놀라고, 배우들의 연기에 또 한 번 놀라는 지점이다.
영화의 제목부터가 <신비한 동물사전>이니 신비한 동물들을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마치 관객들에게 '그래 실컷 구경해!'라고 소리치듯 적절하고 아름답고 신비롭게 동물들을 선보인다. 특히 영화가 동물들을 소구 하는 방식이 소모적이지 않아서 관객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황홀하게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하게 된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그 비중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거나 밸런스 유지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비한 동물사전>은 이런 함정들을 훌륭하게 피해내며 동물과 사람, 모든 등장인물들을 개연성 있고 멋지게 표현하는 데 성공한다.
결론적으로 조앤이 창조한 마법세계는 확장성이 무한한 컨텐츠다. 현실세계에 기반했으면서도 또 다른 세계를 동시에 그려내고, 마블 스튜디오처럼 특정한 히어로가 아니더라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세계관 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법도 한데, 조앤 K 롤링이라는 시대의 스토리텔러가 합류함으로써 이들의 여정에는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미 수차례 해리포터의 세계관을 영화화하며 그 분위기를 몸으로 체득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의 지속적인 연출은 그 무게감에 정점을 찍는다. 해리포터는 마법세계에 조금 독특한 한 명의 인물에 불과했다. 이 세계의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