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가 단단하고 물기 없는 사과 같은 영화였다면 <라라랜드>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복숭아 같은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조금 물러졌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이 영화에는 당신이 뮤지컬 영화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알차게 들어있다.
뮤지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를 물어보는 것은 마치 달리기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묻는 것만큼 바보 같아 보인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할 때 달리기 선수가 빠른 발이 없다면 무능한 선수가 되듯 뮤지컬 영화에 좋은 음악은 필수다. 그리고 <라라랜드>는 아주 충실하고 영민하게 이 부분을 충족시킨다. 복고적 감수성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라라랜드는 상황에 맞는 아름답고 다양한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관객들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음악과 함께 황홀하게 영화 속으로 빠져든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능력이 백분 발휘되는 지점, <위플래쉬>에서 음악이 서사의 도구였다면 <라라랜드>에서 음악은 주인공이다.
필자가 올해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답고 마음을 가득 채운 투샷을 뽑는다면 단연코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투샷일 것 같다. '잘 어울린다'는 표현은 마치 '그 음식 맛있어'처럼 이 커플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사랑스러움 그 자체인 엠마 스톤과 멋짐을 연기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케미는 영화 곳곳에 줄줄 흘러 주체할 수 없이 관객들을 동요시킨다. 올해 본 어떤 로맨스 영화의 커플보다 많은 웃음을 웃게 하고 깊은 설레임을 느끼게 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조합이다. 특별히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라라랜드>에서의 엠마 스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될 것 같다. 우리가 시고니 위버를 영원히 에일리언의 여전사로 기억하듯.
좋은 음악과 좋은 배우는 좋은 영화의 필수조건이지만 이 모든 요소는 감독의 손길이 필요하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빛과 색, 카메라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영화가 판타지와 현실, 그 어디쯤을 여행하게 만든다. 특히 영화에 다양하고 과감하게 쓰이는 화려한 색감, 그리고 적절하게 켜지고 꺼지는 조명과 빛의 사용은 관객들로 하여금 정말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한편 곳곳에 쓰이는 유려한 롱테이크 기법과 화면 전환은 영화의 시각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좋은 첨가제 역할을 하며 영화를 한 편의 뮤지컬로 완성시킨다.
이렇듯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영화는 의외의 카드 또한 가지고 있다. <라라랜드>의 이야기는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로맨스적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다. 영화는 현실 또한 충실히 반영하며 시대적 고민 또한 담아낸다. 무엇보다 영화는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세바스찬과 연기자를 꿈꾸는 미아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모습을 심도 있게 그려낸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는 서사적 절정과 시각적 절정이 소용돌이치며 관객들에게 파도처럼 메세지를 던진다. 로맨스 그 이상을 담아낸 <라라랜드>의 서사는 영화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결론적으로 <라라랜드>는 2016년이 가기 전에 한 번쯤 확인해야 할 영화다. 중간중간 끝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위트 넘치는 대사와 장면은 영화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계속해서 맴도는 음악은 물론 아름다운 투샷과 깊이 있는 서사까지 합쳐진 <라라랜드>는 누구에게라도 권할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