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블레이크, 담담하게 담아내는 현실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집에서 혼자 이 영화를 봤다면 후반 30분은 우느라고 화면을 보지 못했을 것 같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 신파는 없다. 현실만 있다. 눈물샘을 짜내려고 지어내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눈물과 심장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눈물의 깊이는 너무나 다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현실감,

영화는 오프닝부터 다큐멘터리스러운 기법을 동원한다. 인터뷰로 시작되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첫 대사부터 그토록 무심하고 현실감 넘칠 수가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 혹은 감명 깊었던 부분은 1시간 40분 동안 아주 짧게만 등장하는 배경음악이었다. 영화는 1시간 40분 동안 사람 간의 대화, 그리고 주변의 소리만을 담아낸다. 화면의 움직임이 정극이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이었다면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조용하고 담담하다. 그리고 이런 음향의 사용은 극도의 현실감을 만들어낸다.

ㄴ1.jpg 극도의 현실감,


신파보다 더 슬픈 현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누군가, 결코 특별하지 않은 한 남자와 가족의 일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모든 과정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끝내는 처참하고 비참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다니엘만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호러영화만큼이나 무섭고 작심하고 울리는 신파 영화보다 훨씬 더 슬프다. 나에게 이 영화는 결코 감동적이거나 영감을 주진 않았던 것 같다. 단지 현실을 직시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걸로 이 영화는 존재 이유를 충분히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ㄴ2.jpg 현실,


엔딩의 행복함 여부와 상관없이 피어나는 희망,

우리는 주로 어떤 영화의 엔딩을 해피, 또는 배드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굳이 틀에 맞춰 정의하자면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배드 엔딩에 가깝다. 영화 전체가 주는 분위기 또한 어둡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심란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속에 관객들을 울리는, 그리고 그 눈물 사이로 웃음 짓게 하는 인물들의 대사는 희망에 가깝다.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하게 짓밟히고 유린당하는 사회에서 그래도 남아있는 희망은 관계 안에 남아있는 일말의 따뜻함이다. 영화의 결말이 슬프다고 해서 그 영화가 슬프게만 기억되기엔 너무 슬프다. 감독은 다니엘을 통해 아직 남아있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ㄴ3.jpg 희망,


명작의 무게감,

결론적으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무게감을 충분히 대변하는 영화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 번뜩이는 비판정신, 한편 이 모든 것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배우들과 감독의 연출까지,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현실'이라는 크나큰 배경에 '영화'라는 액자만을 조용히 올려놓는다.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다니엘에 이입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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