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Intro
기술이 뒷받침하고 배우들의 수준이 뛰어나도 영화는 한 편의 이야기인 만큼 각본이 영화 전체의 톤 앤 매너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판도라는 잘 쌓아 올린 3층 케익에 눈물 소스를 엎어 버리는 느낌이다.
준비에만 2년이 걸렸다는 대형 세트와 각종 장비, 소품들은 영화에서 충실히 제 역할을 한다. 조금 과장하자면 외국 재난영화와 비교해도 크게 손색없는 멋진 완성도를 만들어낸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CG효과와 배경 또한 큰 이질감 없이 규모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만하다. 특히 지금까지 헐리웃과 우리나라에서 해일이나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에 의한 재난은 영화로 여러 번 다뤄진 것에 비해 판도라가 시도한 원전사고로 인한 재난과 관련된 극영화는 거의 전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여러 과학적 설명들을 100% 까지는 아니더라도 준수하게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데 성공한 부분도 영화가 흥행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한편 판도라에 나오는 여러 가지 상황들은 실제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부분도 일부 있다고 하니 영화가 끝난 후에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기를,
기술적으로 이런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도라는 결코 한 편의 영화로서 칭찬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영화 전반에 있어 페이스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당기고 놓아야 할 부분을 모르는 영화는 초반에는 뛰는 듯하더니 후반부로 갈수록 고무줄이 늘어지듯 모든 것이 늘어난다. 나쁘지 않은 연출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감정선은 영화와 함께 갈바를 잃고 헤맨다. 무엇보다 2016년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한국 신파 영화의 해'로 정한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앞선 선배들에 이어 결국, 마침내, 기어이 짧지 않은 신파를 선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판도라가 영화 막바지의 작심한 신파극을 펼치기 전까지 국내 정세와 개연성 있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서사의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막바지의 신파가 더욱더 아쉽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판도라는 현재의 국내 상황, 또한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원자력 발전에 관한 걱정들과 맞물려 그럴싸한 이야기를 던진다. 김남길과 출연진의 연기 또한 나쁘지 않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오히려 칭찬할만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늘어지는 흐름과 신파의 벽 앞에 모든 장점들을 헌납해 버린다. 판도라가 마냥 별로가 아니라 아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