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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an 05. 2017

너의 이름은, 마스터피스

column review

Intro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일본의 차세대 애니메이션 주역인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전 작품들은 환상적인 작화로 진작에 유명했지만 작품성에 있어서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관객과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했다. 그렇게 적당한 기대를 품고 관람한 너의 이름은은 나를 적잖이 당황시켰다. 신카이 마코토는 진화했다. 완벽하게.


그림과 실사의 경계를 넘어,

두 말하면 입 아픈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최대 강점은 현실과 너무나 흡사하여 애니메이션인지 의심되는 배경 작화. 이미 여러 차례 영화의 장면과 실제 사진이 비교되었을 만큼 신카이 마코토 감독 배경 작화의 우수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너의 이름은 에서도 이런 강점은 그대로 드러나는데 도쿄의 화려한 도시경관, 그리고 시골 마을의 고즈넉함은 물론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 혜성까지 아주 멋지게 표현되었다.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인지의 끈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진 아닙니다.


비슷하지만 치밀해진 이야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단점이라면 단점은 그가 제작한 모든 영화가 비슷한 플롯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와 시골, 소년과 소녀, 만나기 힘든 장애물 등 신카이 마코토를 떠올릴 때 대부분의 팬들이 생각하는 구조가 동일하다. 너의 이름은 역시 큰 틀에서 누가 봐도 신카이 마코토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프레임 안에 담겨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큰 이야기의 틀 안에서 조금은 허술하고 치밀함이 부족했다면 너의 이름은은 전작들과 같은 프레임을 공유함에도 내적 치밀함의 정도가 놀랍도록 높아졌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봐왔던 관객들이라면 익숙한 플랫폼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치밀해진 그의 스토리텔링 기법에 놀라움 또한 느낄 수 있을 확률이 높다.

놀라운 발전!


합하여 최고로 만들어내는 연출,

일반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또한 장면들의 연속이기에 좋은 애니메이션이 되려면 좋은 연출은 필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좋은 작화와 좋은 스토리를 좋은 연출로 마무리한다. 기본적으로 몸이 뒤바뀌는 주제를 끼고 있는 너의 이름은은 필연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 간의 밸런스 분배와 빠르지만 안정감 있는 화면 전환이 필요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능수능란하게 화면을 가지고 노는 것은 물론 관객들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며 감정의 흐름을 장악한다. 판타지와 허구가 현실과 맞닿아있는 영화는 자칫하면 감정선을 놓치기 쉬울 수 있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106분 동안 단 한 번도 이것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지점이 너의 이름은 이 지금까지 제작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모든 영화를 넘어서는 순간이다.

훌륭한 연출,


2017년의 시작과 함께 만난 최고의 애니메이션,

2016년에 필자가 별 4개 반의 평가를 했던 영화는 단 두 편이었다. 그만큼 필자에게 별 4개는 좋은 영화의 기준이고 그 이상을 넘어서는 영화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은 별 4개 반을 주고 싶은 영화다. 애니메이션만 놓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별 5개, 필자에게 인생 애니메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박스오피스 1650만 명에 달하는 기록이나 한국 개봉 당일 예매율, 관객수 1위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전례 없는 열기와는 별개로 너의 이름은은 거의 모든 것을 갖춘 애니메이션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일본'과 '애니메이션'이라는 완성도와는 별개의 벽 때문에 걸작을 놓지지 마시기를 바란다. 너의 이름은은 마스터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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