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사람들은 기적 같은 일들에 관심을 보인다. 뭔가 대단하고 놀랍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 말이다. 하지만 기적의 본질은 결국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예를 들면 가족이나 사랑 같은 것들이 그렇다.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도 그렇지만 때로는 세상일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때가 있다. 라이언은 인도의 작은 꼬마가 기차역에서 길을 잃고 호주로 입양되었다가 25년 만에 구글 어스를 통해 자신의 친부모를 찾았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시간순으로 전개되며 인도에서부터 호주, 그리고 다시 인도까지, 주인공 사루의 25년 여정을 세밀하게 복구해낸다. 관객들은 차분하지만 가슴 졸이며 사루의 인생을 함께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루가 느꼈을 감정이나 그 절실함을 체험한다. 실화 바탕의 영화인 만큼 이미 결말이 나와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기승전결의 팽팽함을 잘 조절하며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도록 한다.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다수의 시상식에서 남,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데브 파텔과 니콜 키드먼은 실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부모님이 모두 인도분이시고 10대 시절 영국으로 와서 배우가 된 데브 파텔은 영화에서 자신의 친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함을 훌륭하게 표현한다. 또한 한국 나이로 50살인 니콜 키드먼은 농익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인도인 두 명을 입양하게 되는 호주인 수 역을 깊이 있게 소화한다. 특히 그녀가 보여주는 사랑과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선택에 대한 메시지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보이지 않는 화살처럼 관객들에게 꽂히며 사실상 라이언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사루의 아역으로 출연한 써니 파와르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선발되었다고 알려지며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라이언은 분명히 기적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단지 그 사건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루가 호주로 입양되고 수와 존의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 그리고 인도의 친가족을 찾는 여정에서의 사루와 가족의 고민과 선택을 세밀하게 조명하는 영화는 이 모든 것 안에 흐르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얘기한다. 라이언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기적'이라는 사건이 아닌 '사랑'이라는 가치다.
물론 라이언이 완벽한 영화였던 것은 아니다. 연출적으로 조금은 산만하거나 올드한 면모도 보였고 사루의 어린 시절이 묘사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템포가 조금 늘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관객들이 사루의 절절함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루가 인도에서 길을 잃는 부분부터 호주로 입양되는 부분까지를 관객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킨 덕분이었다고 생각되고 무엇보다 극의 중반부를 넘어서며 보여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관객들의 집중력을 잡아주는 최고의 장치였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라이언이 좋은 영화로 평가될 수 있는 이유는 감독이 원하는, 그리고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의미 있게 전달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기적들을 얼마나 깊이 있게 누리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 라이언이 던지는 가치로운 질문은 인도와 호주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