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줄 소설] 청춘

by 새내기권선생

지하철 문이 열리고, 깔끔한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은 소녀가 열차 안을 비집고 들어섰다. 할머니는 고개를 숙이며 구석으로 비켜섰고, 소녀는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할머니는 손잡이를 잡으며 차창 너머를 바라봤다. 육십 년 전을 떠올렸다—스물두 살, 새로 산 하이힐을 신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유행하는 원피스를 입고 출근길 지하철을 탄 순간을. 그때 그녀도 서두르며 사람들을 비집고 다녔고, 노인들을 답답해했다. 회사 동료들과 명동 다방에서 커피를 마셨고, 주말이면 남산에 올라 "아, 이게 청춘이지!"라고 외쳤었다. 지하철이 덜컹거리며 멈췄고, 할머니는 천천히 내렸다. 플랫폼으로 사라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소녀는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희망찬 미래만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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