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

뮤지컬 '위키드'

공연을 본 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아직도 아른거리는 걸 보면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 알고 계신가요?

 도로시가 알 수 없는 토네이도로 오즈 왕국 동쪽에 오게 됩니다. 그때 마침 나쁜 동쪽 마녀가 집에 깔려 죽게 됩니다. 착한 북쪽 마녀는 감사해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도로시에게 오즈의 마법사에게 가라고 합니다. 도로시는 마법사를 찾아 에메랄드 시티로 떠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게 됩니다. 마법사 오즈의 부탁을 받고 사악한 마녀인 서쪽 마녀를 헤치고,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혹시 도로시 말고 마녀들의 이야기는 알고 계신가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는 '도로시'에게 초점이 가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입장으로 이야기가 서술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뮤지컬 위키드'입니다.

사악한 서쪽 마녀 '엘파바'가 원래 착한 마녀였고, 착한 북쪽 마녀 '글린다'는 사실 허영덩어리였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요?

---

출처 : https://www.wickedthemusical.co.kr/Ticket/TourList

 저에게 뮤지컬 위키드는 거꾸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대사 중 "때로는 공공의 적은 필요한 법이죠."라는 말이 나왔던 것 같아요. 마법사 일당이 엘파바를 소문에 휩싸이게 하여 나쁜 마녀로 몰아가기 위해 했던 말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꽤 많이 발생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이 퍼져,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사실로 믿게 되고, '왜 그렇게 생각해?'의 질문에 정확한 근거보다는 그냥 '그렇다고 하던데?'가 됩니다. '마녀 사냥'인 셈이죠. 확장하면 '우리가 지금 강력하게 믿는 게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요즘 '팩트 체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는 알게 모르게 한 번쯤은 소문을 진실로 믿은 적이 있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살면서 '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에는 딱히 큰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그렇게 싫어하던 글린다와 엘파바는 말 한마디에 감동을 받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주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알 수 없는 에메랄드 시티로 함께 떠나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피부색도, 키도, 몸무게도, 보이는 어떤 것도 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우리도 잘 생각해보면, 누군가와 자연스레 친해질 때, 조건 때문에 친해진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과연 모든 걸 생각하고 친해진 관계를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딜라몬드 교수님이 결국 말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동물 학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먼 옛날에는 인간은 동물들과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먹이 사슬에서 상위를 차지하면서, 동물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동물은 죽인다는 사실에 대한 죄의식은 사라졌습니다. 이 문제는 '동물원', '육식주의 와 채식주의'와 같은 문제와도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풀리지 않을 질문 들일 수도 있지만 깊게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

 뮤지컬 한 편만을 보고,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건 명작임을 알려주는 또 다른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재밌다'로만 단결 지을 수 있는 작품이 있는 반면, 위키드는 그럴 수 없는 작품입니다. 일상 속에서 배우들의 대사가 생각나고, 노래가 자꾸 귀에 맴돌기 때문이죠.

스토리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 무대 장치, 음악까지 하나도 빼놓을 것이 없었습니다. 총 3시간의 러닝타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3시간의 모든 순간을 온 감각을 동원해 집중해야 했을 만큼 몰입이 넘쳤습니다. 뮤지컬 보는 내내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어요.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서, 푹 빠질 수 있던게 어린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사랑스러운 배우 '정선아'의 'POPULAR'를 보며 위키드 매력에 빠져보는건 어떤가요?

https://youtu.be/oOlpIJlwXr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