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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Jul 18. 2021

편안함과 외로움의 단 한 끗 차이

내 방에 있는 것

 아이유의 곡 '벽지무늬'를 좋아한다. 곡의 오르골 반주와 가수의 슬픈 음색이 중첩되어 외로움이 극대화된 곡이라 생각한다.


'눈을 뜨면 벽지무늬 속 그 반복이 내 하루와 닮았어. 내 방안에는 깔끔히 정리된 외로움만이'라는 가사가 있다.  이 대사는 '방'에서 종종 느끼는 내 감정과 비슷해 더 이입하게 .

 내 방에는 알 수 없는 두 가지의 감정이 공존한다. 안락함을 주는 '편안함', 그리고 이유 없는 '외로움



이상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때는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친한 친구와 첫 여행으로 대만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는 기대감을 안고 매시간 단위로 꼼꼼히 계획했다.


하지만 우리의 대만 여행은 녹록지 않았다. 기대감 갖고 열심히 찾아갔던 스테라 가게는 굳게 닫혀 있었고, 또한 우기라 그런여정 중 맑은 날이 거의 없었다. 하루는 숙소에서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 비에 홀딱 젖는 날도 있었다. 운 좋게 비가 내리지 날도 있었지만 너무 습해 조금만 걸어도 온 몸이 땀으로 가득 차곤 했다.


 우리 당시에 지도 보는 법 잘 몰라 방향이 틀릴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소심했던 우리는 누군가에게 물어보지는 않고, 꾸역꾸역 지도를 보며 여기가 맞다 저기가 맞다 싸웠고,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워낙 잘 맞았던 친구음에도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생각이 들었다 '괜히 온 것 같다.'  


 우리는 지쳤고, 자연스레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TV에서 봤던 사람들은 그렇게 즐겁게만 여행하던데, 우리 여행은 이런 건지 알 수 없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나에게 돌아온 건 후회막심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해외 자유여행이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초가 된 몸을 이끌고 겨우 에 도착했고 '역시 집이 최고구나!' 했다. 내 방에 누웠을 때는 이 편안함이 너무 좋아 행복 감정이란 게 이런 거지 하생각했다. 방에 들어오고 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눈을 뜨고 나서는 바로 다시 자거나,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을 뿐이었다. 예전에 유행했던 밈인 "아무것도 안 하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내 상황과 적합했다. ' 방이 최고다' 말에 백번 공감헀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그렇게 충분한 휴식을 보내고 나니, 불편한 감정이 생겼다. 루 종일 누워만 있는 게 불편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이대로 있는 나 자신이 조금 싫어졌다. 또 더 아이러니한 건 그토록 내가 집, 내 방 그리고 휴식을 원했지만, 이제는 내가 거부한다는 거였는데, 그게 나를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왠지 내가 원했던 게 별게 아니었던 것 같아서




 비단 여행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월화수목금 열심히 일하고, 그토록 기다리던 토요일이 왔을 때 정말 좋았다. 아무 약속 없이 집에만 있는 토요일이면 이 날 만을 기다려왔다 싶을 정도로 너무 편안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가끔 불쑥 외로움이 찾아오 했다. '심심하다'는 감정은 아니었고, 허전함과 쓸쓸함이 더해진 감정이었다.


누구나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우리는 방학을 하면 정말 좋지만 좀 지나고 나면 친구들이 보고 싶고, 다시 학교에서 공부했을 때를 그리워하지 않았는가?


편안함과 외로움은 단 한 끗 차이라는 , 그때서야 알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외로움이 있다는 건 편안함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그게 삶의 재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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