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요. 사실 좀 특별해요

선생님이 위로해 줄게 '괜찮아 그리고 미안해'

by 새내기권선생

선생님이 위로해 줄게 '괜찮아 그리고 미안해'

나와 함께 있었던 아이들은 사실 좀 특별했다. 학생의 부모님께서 각자의 사정 아래, 아이들을 보호 시설에 맡기고 떠나셨기 때문이다. 또 이 시설의 재단에서 초등학교를 설립했고,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시설에서는 이렇게 아이들 여러 명이 함께 생활했고, 수녀님께서 아이들을 직접 양육하며 정성을 다해 돌봐주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수녀님을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수녀님들에게서 책임감과 헌신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집에서도 단체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 말이다. 더군다나 집에서도 공부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이 매일 정해져 있는 건 어딘가 씁쓸하게 했다.


때로는 어리광 부리고 때 써야 할 아이들이, 받아 줄 누군가가 없다는 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자세한 건 혹여나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 묻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친부모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있는 거 같았다.


또한 교과서에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면 그렇게 애석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들어가야 할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내가 학생들의 마음을 모르기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게 한 이야기가 힘들게 하진 않을까?' 수십 번 생각했던 거 같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2학년 통합 교과서에 '엄마', '아빠'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몰랐다. 대부분의 글 이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옆의 삽화에는 '엄마'와 '아빠'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가득 찼다.


어떤 아이가 수업시간에 하는 혼잣말을 듣고 말았다.


"부럽다. 우리는 엄마, 아빠가 없는데.."


어느 날, 아이들의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 날이 있었으니. 다양한 가족 형태에 관한 내용이 교과서에 나온 날이었다. 책에서는 '조손 가족',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가족을 설명해 주는 내용은 없었다.



한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우리 가족 이야기는 안 나와있어요?"


맞장구 쳐주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왜 없지? 선생님이 다음 책 만들 때는 꼭 넣어 달라고 할게!"




우리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표현이 꽤 많이 훨씬 거칠고, 과격한 편이었다. 단체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미디어에 쉽게 노출되어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욕을 많이 쓰고, 쉽게 분노를 표출하는 편이었다.


9살짜리 꼬마가 어디서 저런 말을 배우고, 왜 저런 행동을 할까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망가뜨린 물건들
옆반 1학년 아이가 나에게 준 러브레터(?)

사실 아침에 눈을 뜨면 학교 가는 게 두려운 날이 많았다. 오늘은 또 어떤 아이들이 싸우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가늠이 안 갔기 때문이다.


솔직히 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부모님도 계셨고, 무난하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조금씩 궁금해지고, 이해 가는 날이 오긴 했다. '아이들이 자기 이름이 불려지기를 원해서. 그래서, 더 과장된 행동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아이들이 조직 속에서 좀 더 사랑받고, 잘 살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고 나름의 답을 내리게 되었다. 자신이 감정을 어디에서도 잘 표출할 수 없었으니, 사랑받고 싶은 신호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보다 경쟁을 먼저 배운 우리 아이들이 가끔은 미웠지만, 사랑스러웠다. 큰 아량을 가지고 사랑을 못 준 게 미안하다.



만 18세가 지나면 시설의 아이들은 각자의 둥지를 트게 된다. 보호 시설을 떠나 각자만의 생활을 하게 된다. 고아원에서 자란 학생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기사를 봤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내용을 봤을 땐, 쿵 하고 떨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람들로부터 많이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우리를 평범한 한 사회의 구성인이자 성인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제자들아! 너희가 얼마나 기센 학생들이었냐! 물러서지 말고, 아득 바득 우리 인생 잘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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