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 9월 초까지 쉴 틈 없이 울리는 출동이 있다. 바로 벌집 제거 출동. 오늘 하루만 해도 벌써 9번째 출동을 다녀왔다. 소방서에서 불 끄고, 응급 환자만 처치하는 줄 알았지, 누가 지붕이랑 나무에 올라가 벌집까지 뜯어내는지 알았겠는가. 오늘 출동해서 만난 벌들만 해도 쌍살벌, 말벌, 꿀벌, 장수말벌까지 참 다양했다.
촌 지역이라 그런지, 목적지까지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소방차를 타고 굽이진 골짜기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길이 없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때문에 신고자께서 직접 트럭이나 경운기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시기도 했다. 또는 두 손 가득히 장비를 들고 걸어 올라가기도 했다.
이번 출동은 꿀벌 집 제거 출동이었다. 신고자 분께서는 펜션을 운영하는데, 지붕에 벌집이 생겨 위협을 느낀다고 하셨다. 손님들이 올 때, 불편을 호소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셨다. 우리의 묵묵히 장비를 꺼내 들기 시작한다. 평소처럼 반장님은 벌복 장비를 입고, 벌집을 뜯어내기로 하고, 나는 사다리를 지지해주고 장비를 드린다.
우리가 사다리를 치고 지붕으로 올라가자 낌새를 챘는지 벌들이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한다. 벌들의 나는 속도가 달라지고, 윙윙거리는 소리 또한 심해진다. 벌집을 향해 손을 뻗자 벌들이 특수 재질 벌복으로 공격을 시도한다. 어떤 벌은 침을 쏘고 그 자리에서 빙빙 돌다 쓰러진다. 하지만 벌들이 너무 많아 살충약을 쓰기로 한다. 약을 뿌리자마자 여러 벌들이 바로 떨어지고 만다. 벌집을 따서 비닐봉지에 넣는다. 봉지에 벌집과 벌들이 갇히고 만다. 마지막으로 벌들이 있던 자리에 살충약을 뿌린다.
그리고 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비닐 속 벌집을 발로 밟아 뭉갠다. 다시는 벌집을 짓지 못하도록. 여러 마리의 벌들이 오래도록 만든 집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고 만다. 신고자 분께 말씀을 드리러 간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아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물 좀 잡수와요." 우리는 죽은 벌들과 살충약들이 뿌려져 있는 자리에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무언가 뿌듯해야 하는데, 크게 그런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답답하고 이상한 마음에 물을 벌컥벌컥 마셔본다.
오늘도 우리는 임무를 끝내고, 소방서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혹시 모를 출동에 대비하여 썼던 장비를 점검하고 제자리에 정리해본다. 반장님이 내게 말을 건다.
"꿀벌은 벌 중에서 유순한 편이라, 웬만해서는 인간을 잘 공격하지 않는대."
"아 꿀벌이요?"
"응. 그런데도 정말 위급한 상황일 때는 공격하는 거래. 한 번 쏘고 죽는 걸 알면서도."
"아 그럼 우리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때요?"
"응. 제일 안전하다고 지은 자리에 누가 갑자기 찾아왔으니까. 너희 집을 누군가가 갑자기 가져가고 없앤다고 생각해 봐."
"..."
"그래도 우리의 목표는 사람의 안전이니까."
"사람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까. 어쩔 수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