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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

교사가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들

by 새내기권선생

'학부모 갑질'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교사의 업무' 또한 관심 있게 봐야 할 사안이다.


지난 4년을 돌아보았을 때, 학생을 지도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보다 '업무 추진'에 할애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사'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학교 업무로 인해 교사의 본연의 역할인 '학생 교육' 자체가 등한시될 때가 상당하다. 다양한 종류의 사무를 하며 도대체 내가 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도대체 '교사'가 뭘까. 사전에 '교사'를 검색해 보기로 했다. "교사(敎師) : 주로 초등학교ㆍ중학교ㆍ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출처 :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


'그래? 그럼 '가르치다'의 의미는 뭔데?' "가르치다: 1.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지식이나 기술 따위를) 깨닫거나 익히게 하다. 2.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실이나 일 따위를) 알도록 이르다. 3.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버릇 따위를) 고치어 바로잡다. (출처 :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사전에 '교사'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명시했다. 그렇다면 백번 양보해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관련된 일(업무)은 교사가 해야 한다고 마땅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해 보이는 이 명제에 간과한 점이 있었는데..


발령 후 첫 해에 맡게 된 업무는 '나이스' 및 '정보 기자재' 관련 업무가 주였다. '나이스'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약자이며, 나이스 시스템을 통해 교직원은 교무학사, 인사, 회계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당시 선생님들께서 나이스 시스템에서 업무를 할 수 있게 권한을 주고받는 관리 역할을 했다.


언뜻 보면,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당시 내가 겪었던 업무적 어려움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업무 담당자가 볼 수 있는 메뉴명과 선생님이 볼 수 있는 메뉴명이 상이했다. 처음 업무를 맡을 당시에는 권한 부여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수백 수천번의 클릭으로 스스로 알아내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어떤 매뉴얼을 봐도 궁금했던 내용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부재했다. 또한 최종적으로 관리자의 '결재'가 필요했기에 선생님들께서 필요한 메뉴를 볼 수 있는 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이후, 방법이 변경되었다고 들었다). 선생님과 통화를 하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날이 늘어날 뿐이었다.


정보 기자재 업무란 학교에 설치된 컴퓨터, 태블릿, 프린터, 실물화상기 같은 정보 기자재의 수량, 상태, 위치 등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일이었고, 기자재에 문제가 생기면 새로 구입하고, 수리 요청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소위 이 일을 담당한다는 건, 교내 정보화기기 수리 기사가 되는 일이었다. 교내에 컴퓨터나, TV 가 켜지지 않으면 내게 1차적인 연락이 왔고, 내 온 지식을 동원해 기기를 고쳐야 했다. 수업 시간에 기기에 문제가 생기는 날에는 교실로, 그리고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사실 문외한 그 자체였지만, 수화기 속 급박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그냥 둘 수 없었다.


교육청에서 학교에 노후화된 컴퓨터를 교체해 준다며 수천만 원의 돈을 학교 하사해줬다(비대면 수업을 대비한다며 정보화 기기를 교체해 준다고 했다). 행정실, 교무실을 오며 가며 모니터와 본체를 골랐다. 그런데 바꾼 기기 대수만큼 노후화 기기를 폐기해야 했고, 수년간의 정보화 기기 대장을 정리하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기기를 구입한 날짜부터, 사용 년수를 관리하는 총책임자가 나였던 것이다.


그뿐일까. 수업 중 당일 제출해야 되는 공문이 당일 오는 날에는 강제로 아이들에게 자습을 줘야 했다. 정말 부끄럽지만, 아이들이 하교한 후에도 업무 추진으로 다음 날 수업 준비를 못한 적도 있다. 외부 강사 서류를 검토하고, 뽑고 정리해야 했다. 월마다 강사 수당 지급하기 위해 활동 내역서를 확인하고, 보고 공문과 강사비 지급 품의를 올렸다. 코로나 때, 필요한 수십 개의 출결 서류를 정리하고, 없는 서류를 학부모님께 연락드려 보완했다.


다시 묻고 싶다. 대체 어디까지가 교사의 업무이며, '학생 교육 활동'의 일환인 걸까.


교사의 본연의 업무인 '학생 교육'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법이 필요할까. 나의 얕은 지식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 본 해결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교사가 해야 할 '학생 교육'이 어디까지인지 명시가 필요해 보인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과연 앞서 맡았던 '나이스' 업무와 '정보화 기기' 업무가 '학생 교육'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볼 수 있을까. 정부 및 교육청의 해당 내용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그와 함께 학교 구성원 간의 협의된 업무 분장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교내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추가적인 인력으로 인해 작업량을 나눌 수 있고, 전반적인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교사들은 더욱 집중하여 자신의 교실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학교의 교무실, 행정실 주무관님들의 업무 부하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교내의 행정 업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야 한다. 전교조가 2019년에 실시한 ‘10만 교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 활동에 집중을 위해 우선적으로 ‘행정 업무 교육지원청 이관으로 교육활동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62.3%가 응답했다. 교육지원청에서 자체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업무 효율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생긴다면, 교사는 '수업'과 '학생 지도'에 전념하고, 학생 또한 질 높은 수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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