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에 수능을 다시 공부하고, 올해 한의대에 입학하는 교대 후배를 만났다. 작년에 반 학생과 여러 사건이 있었고, 학부모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교직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사연을 들으며 안타까워하면서도, 후배를 바라보며 멍하니 속으로 부러워하기도 했다.
교사 친구들을 만났다. 언제부터인가'이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이렇게까지 '이직'이 대화의 중심으로 가득 차지는 않았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진담반, 그리고 농담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하며, 전문직 시험을 검색창에서 끄적였다.
'교직 탈출이 지능순'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려오곤 했다. 사실, 당시 고등학교에서 내로라했던 친구들이 교대에 입학했으니, 비슷했던 성적의 학생 중 다른 선택을 한 학생과 비교하는 게 당연한 노릇이기도 했다. 기업에 취직한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며, 개중 우리 월급이 제일 낮은 걸 허탈감에 빠지곤 했다.
출처 : 블라인드
뉴스를 봤다. MZ 공무원들이 23년도가 되어 의원면직(퇴사) 율이 높아졌다는 내용이었다. 낮은 임금에, 높은 민원과 업무량에 버티지 못한 저연차 공무원이 퇴사를 결정한 셈이다. 스크롤을 내렸지만, '너희 말고도 할 사람이 많으니 어서 나가라는 내용'이 베스트 댓글이었다. 우리의 상황이 더 나아질 이유는 없었다. 아무도 원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여러 상황을 보며, 새 도전을 해볼까 잠깐 생각해 봤다. 물론 후배처럼 학생들에게 애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학부모에게 갑질을 당한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접하다 보니 지나간 세월에 억울한 마음이 생겼다.
성공과 실패 중 내 인생은 어디에 가까울까 생각했을 때, 실패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과연 어디까지가 성공이고 실패인 걸까.
하지만, 그래도 돌아보자니 짧은 5년의 교직 경험이 내게는 정말 소중했다. 아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진 못했지만, 시시콜콜 아이들과 보내는 그 일상의 순간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선택에 대해서 실패로 규정할 수 없었다.
오히려, 조직이긍정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공무원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일의 양이 줄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일한 만큼마땅한 보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상황을 알고 있는 우리가 이야기해야, 조금은 더 바뀌지않겠는가. 하나, 둘 모여늘어난다면 미래의 MZ는 그래도 조금은 살만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