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월요일 밤
'상대성'이란 어떤 대상이나 인식이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주변과의 관계에서 서로 맞서거나 비교되는 의존적인 관계에 있음을 나타내는 특성을 말한다. 상대성과 대립되는 개념은 바로 '절대성'으로 비교하거나 상대될 만한 것이 없으며, 시대와 상황이 바뀌어도 그 가치가 고정불변한 특성을 가리킨다.
예로부터 성공의 절대적 기준은 '부와 명예'라 할 수 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을 때, 남들보다 더 많이 유명해졌을 때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형성된 부와 명예를 향해 '성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재벌 2세는 그저 돈이 많을 뿐 성공한 것은 아니며 연예인의 자녀는 그저 유명한 연예인 부모님을 둔 아이일 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천에서 용 난' 것처럼 흙수저가 부자가 되었을 때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하고, 5년 동안의 힘든 연습생 기간을 극복하고 데뷔한 가수가 인기를 누릴 때 성공했다고 말한다.
즉, 성공의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만, 성공의 의미는 매우 상대적이라 할 수 있겠다.
며칠 전, 1년 만에 글쓰기 모임을 해보려고 모집공고문을 올렸다.
그동안 여러 번 모임을 하려고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작하지 못했다. 글쓰기 모임을 하지 못한 지난 1년 동안,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나와 함께 글쓰기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점점 다른 글쓰기 모임에 합류하는 모습이 보였고 온라인으로 끈끈했던 글친구들과의 관계가 느슨해졌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에서 글방으로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모임을 만들고 운영해야 했지만, 나에겐 그런 에너지가 없었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 1년 여의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새로운 모임을 기획했다. 10 꼭지 이상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임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고 글까지 써보고, 초고 원고를 활용해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리고 드디어 모집공고문을 올렸다.
고민하며 기획했던 것과 다르게 며칠이 지나도 신청자는 없었다.
'참가비를 너무 많이 책정했나? 하지만 강의하고 준비하려면 이 정도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받던데? 너무 일정으로 힘들게 잡았나? 하지만 초고를 완성하려면 이 정도로 써야 하는데? '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글쓰기나 책 쓰기에 관심이 없거나 내가 하는 모임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집공고문을 조용히 내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구글폼에 들어갔다. 그런데 딱 한 분이 신청을 해주신 것이 아닌가? 나는 그 한 분의 신청서를 확인한 후 며칠만 더 기다려보자 마음먹었다.
내 것 모습만 본채 이런 결과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날 보며 대단하다고 말한다. 모임을 기획하고 시작하는 자신감도,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수익을 내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실상은 이렇듯 성공과는 꽤 멀다. 오히려 해외배송으로 책을 사느라 돈을 더 쓰고 있으니, 실상은 실패에 가깝다.
절대적인 성공에도 이르지 못했고, 상대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했으니 나는 실패한 것일까?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다 어그로를 끄는 영상 제목을 발견했다. 바로 "자청 논란"이었다. 그 영상을 클릭하니 비슷한 수많은 영상이 줄줄이 나왔다. "자청의 진실" "성공 팔이" "조작 논란" 등이었다.
그의 저서는 출간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최근엔 확장판으로 재출간되었다.
"흙수저에서 매월 1억 자동 수익을 벌기까지의 저자의 비밀 노하우가 담겨있다"는 책 커버의 카피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그가 말하는 성공공식만 따라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절대적, 상대적 성공의 아이콘이었다. 책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성공한 적이 없으니 성공의 법칙도, 성공 노하우도 쓰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게 열광하고 추앙하던 저자를 향해 이제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의 성공은 조작되었으며 그의 책 또한 별 내용이 없다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뱉어낸다.
과연 그는 성공한 것일까? 실패한 것일까?
성공은 곧 "관계"라고 생각한다. 성공을 하기 위해선 남들 "보다" 돈을 많이 벌거나 남들 "보다" 유명해져야 한다. 비교할 상대가 없다면 부도 명예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자수성가를 했다 하더라도 주위에 남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실패나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유명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마음을 나눌 상대가 단 한 명도 없다면 그건 실패나 마찬가지이다. 이 관계는 환경과 우주와도 연관이 있다. 인간의 성공을 이해 환경을 저버리거나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순간, 인간은 한갓 먼지처럼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스모스, 682p> 칼 세이건-
우주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든 행위는 그저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유한한 시간 동안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하다는 걸 깨닫는다면, 성공하기 위해 내 몸을 혹사시키고, 타인을 짓누르며, 지구를 망치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게 될 것이다.
종종 남편과 함께 밤산책을 나간다. 어두워진 공원을 걸으며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이름도 모르는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두런두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남편은 회사의 일들을 이야기하느라 바쁘고, 나는 아이들과 학교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그래? 그랬구나, 아이고 저런, 너무했네. 정말?"
각자 딴 소리를 하지만 서로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편을 들어주다 보면 우리가 부부라는 걸 조금 더 느끼게 된다.
서로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우리 정말 성공했다고 추켜세우는 하루.
곰팡이 피던 안산의 빌라 4층집에 비해 지금의 우리는 분명 성공했다. 글조차도 쓰지 못했던 나의 과거에 비해 지금의 나는 분명 성공했다. 비록 실패에 가까운 초라한 결과도 있지만, 그 또한 곰팡이 같은 나의 경험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성공은 나의 과거와 비교하고, 실패의 자리엔 경험을 놓으며, 사람들과의 관계 위에 진심을 쌓는 오늘 하루가, 바로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