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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는 일기

by 별솜별


1. 외향인의 하루 루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이 닦고 약을 챙겨 먹고 머리를 묶고 로션을 바르고 아이 등원을 하고. 이제부터가 자유 시간인데 보통은 출근하는 남편을 따라나서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와 빵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패드와 책 한 권을 가볍게 들고서. 에너지가 허락하는 날이면 외출한 김에 점심까지 먹고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침부터 왜 그렇게 힘을 빼며 사냐는 타박도 들었지만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 맞긴 한지 사람들과 부대끼는 환경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됨을 느낀다. 집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이렇게 쉬는 날엔 오히려 힘이 더 빠지는 느낌. 빵이라도 사러, 책이라도 읽으러 꼭 꼭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을 찾아 나선다는 점이 누군가에겐 다소 피곤한 일로 보이겠지만 나는 이것이 좋은 걸.


2. 멀티녀

나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멀티로만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몸에 배었는데 어디서 듣기로는 이런 증상도 성인 ADHD의 일종이라고 한다. 일단 책을 읽을 때 책만 읽을 수가 없고 유튜브로 오디오 방송을 틀어두고 두 가지 다에 집중을 하고 해내가는 식이다. 하나에 집중하고 싶어서 노력도 해보았는데 오히려 멀티로 진행할 때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고 집중이 어려웠다. 신기한 일이다. 당연히 동시에 하는 두 가지 일 중 어느 것 하나도 완벽히는 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것보다야 효율이 좋다고 느낀다. (나만의 생각일 수 있음. 관성에 의해) 가장 자주 하는 조합이 유튜브 켜두고 소리로 방송을 들으면서 책 읽기. 오늘도 멀티로 달리는 나. 차분히 하나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기는 한데 어려운 일이다.


3. 유치원 지각

일등으로 등원하고 꼴찌로 하원하던 워킹맘 시절의 우리 아이. 이젠 아침에 늦잠을 자기도 하고 심지어 깨워야 일어나기까지 하는 날도 생겼다. 엄마랑 푹 자니 잠도 늘고 떼도 줄고 너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유치원에 아슬아슬하게 등원한다는 단점이 생겼다. 아침에 누룽지를 해먹이고 좋아하는 넘버블럭스를 짧게나마 보여주고 준비물을 챙기다 보면 아침 시간 1시간은 순삭이라는 걸. 그동안 내가 출근한 동안 혼자 전쟁을 치렀을 남편에게 감사해진다. 많이 자서 눈이 퉁퉁 붓거나 흔들어 깨워서 일으키는 아침이 나름 즐겁다.


4. 계획했던 일들

지난 일기에서 명상이나 하루에 한 편씩 영화를 보겠다고 하고, 요가나 운동을 시작해보겠다고 한 것들 중 한 가지도 지키지 못했다. 개중 하나라도 시도는 하겠지 싶었는데 현실은 등원 후 집에 와서 책 읽고 유튜브 보고 점심 챙겨 먹고 잠드는 게으른 일상 중. 만삭이라 그래 라며 핑계를 대 보지만 생산적으로 하루를 효율적으로 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자책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이때 아니면 또 언제! 다음 달 출산 이후부터는 몇 달간 좀비생활 할 게 뻔한데. 취미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만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유연한 방향으로 가보자. 그래도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이렇게 없다고? 하며 (물론 육아 관련 각종 집안일은 고정값이지만..) 지내는 게 나의 쓸모를 잃어가는 것 같아 조금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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