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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축사

의심할 필요 없는 제자들의 부부생활 입학식

by ESSAM

안녕하세요. 저는 신부 Y양의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이자 신랑 K군의 같은 종교, 겨울 훈련 룸메이트였던 L이라고 합니다. 신랑 K군은 제 아내의 중학교 제자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과의 묘한 관계를 설명하자면 더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시간 관계상 저와 두 주인공과의 관계는 여기까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한마디로 설명되지 않은 관계 탓에 두 주인공이 저에게 축사를 요청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곳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 친구 모두를 대신하여 축하의 마음을 전하게 되어 참으로 기쁘고, 두 주인공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축사를 하려고 하니,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합니다.

마치 졸업식 마지막 종례 같기도 하고, 첫 출발하는 입학식 조회 같기도 합니다. 오늘은 솔로 인생의 졸업이자 부부 혹은 가족 인생의 입학식입니다. 저는 늘 그랬듯 두 주인공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부부로서도 멋진 인생을 살아갈 것임을 말입니다. 서로가 가장 좋은 벗이 되어 맑고, 밝고, 훈훈하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여기 계신 어른들을 스승 삼아, 자신들이 믿는 신앙과 진리를 스승 삼아 은혜롭게 살아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으로서 신부 Y양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제자였습니다.

자신의 성장과 유익한 세상을 꿈꾸고,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고 성실하게 행동하며 깊게 성찰하는 그런 제자였습니다. 그런 제자를 만난 것은 선생님에게 큰 기쁨이고 보람이었습니다. 이렇게 의심할 필요가 없던 제자가 어느 날, 남자친구라며 어디서 많이 봤던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바로 신랑 K군이었습니다. 종교기관에서의 훈련과 예회에서 참으로 싹싹하고, 예의바르며 공부심 있는 모습을 봐왔기에 역시 의심할 필요가 없는 제자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친구를 데리고 왔구나 했습니다.


서로는 너무도 다른 면이 많다 하겠지만 저는 이 세상을 은혜롭게 살겠다는 마음이 참 비슷하구나 했습니다. 하는 일도,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취향도 다를 수 있겠지만 삶의 방향이 잘 맞고, 신앙이 같으니 잘 살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부부로서의 삶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여기 계신 어른들 앞에서 부부 관계의 정답을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옛 성현께서는 ‘부부의 도’ 중 부부 간의 경애심과 서로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첫 번째로 말씀하셨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이 가르침이 한 경계를 만나면 잊혀지게 됩니다. 선생님도 살아보니,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니 결혼생활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지금, 두 주인공은 서로에 대한 경애심과 이해심으로 부부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런 마음 잊지 않고, 지혜롭게 살아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두 주인공이 부부로서의 인연을 더욱 깊게, 새로운 가족, 친구들과의 인연을 더욱 넓게 만드는 날이니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승-제자 관계에서 동지 부부로, 법 동지로 그 관계가 더욱 깊고 넓어져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Y답게, K답게, 그리고 신앙인답게 그렇게 살아갈 두 주인공을 늘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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