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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Jul 30. 2019

욕구위계와 학습공간?

매슬로우 욕구위계설에 대입해 본 학습공간 혁신

학교혁신에 대한 여러 논의 중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학습공간의 변화이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이에게 학습공간은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교사이건, 학생이건 마찬가지이다. 교사에게 학습공간은 일터 이상이며, 학생에겐 학습교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학습공간의 변화는 오래전부터 지켜봐오던 일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리모델링과 관련하여 기초연구에서부터 공사과정, 그리고 현재는 활용상황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교육부, 교육청, 각 연구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간연구와 혁신 사업 역시 관심 이상의 기대감을 여전히 갖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간연구 회의에 다녀오면서 나는 문득 욕구위계설(Maslow)과 학습공간과의 관련성을 생각해본다. 

인간의 욕구 수준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만약, 하위 수준의 욕구 충족은 상위 욕구 충족에 기반이 된다는 것에 동의 한다면, 이는 공간 설계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공간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 예를 들면,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내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상태를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는 담을 허물고 개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현장의 교육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안전의 욕구 충족이 사회적 욕구에 앞서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학교는 자아실현의 공간이지 집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자아실현을 위해 추운 사무실 혹은 도서관에서 추위를 이겨가며 과연 제대로 된 업무와 공부를 할 수 있는지'를 반문해본다. 아이들은 추워도 혹은 더워도 참아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사고방식이다.


욕구위계설의 욕구위계가 타당한지, 일반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물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집의 기본을 생각해보자. 욕구 위계가 대체로 들어맞지 않는가?

출처: https://www.kyci.or.kr/news/2018_03/tips01.asp


오늘의 이야기는 회의에 함께 참가한 한 선생님의 하소연에서 시작했다. 

몇년 전, 교실 온도를 재보니 겨울철 실내온도가 14도였다.
창호 하나만 바꿨더니 5도가 올라가더라.정말 살 것 같았다

겨울이면 추위와 싸우고, 여름이면 더위와 싸우는 이들에게 자아실현 공간은 그림에 떡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보다 사회적인 공간, 자아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가야 함은 당연하다. 다만,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시민들이 기본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무엇을 먼저 챙겨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하위 욕구가 충족된 학교는 상위 욕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새롭게 혹은 왜곡된 환경을 변화시켜가야 할 것이다. 욕구위계설의 시사점은 인간의 욕구 수준을 잘 파악하고 그에 따라 교육을 하라는 것이다. 학교도 그 수준과 상황에 맞게 변화해가면 될 일이다.


"우리학교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여전히 복도는 복도이고, 교실은 교실이라는 점입니다. 겨울에 복도는 여전히 추워서 학습이 교실에서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단계에서 복도까지 방한이 될 수 있기를 바랬지만, 결국 문제는 비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욕구위계설의 피라미드와 같이, 어쩌면 학습공간 역시 하위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자아실현 정도의 단계에서는 많은 비용으로 만들어진 공간의 문제는 아니리라 예측한다.


뒤틀린 교실바닥, 가시 돋은 체육관 바닥, 외풍이 심한 창문, 오래된 계단 난간, 벗겨지던 외벽...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이러한 학교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래도 행복했던 학교였으리라 생각되지만 학교 공간으로서는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의 학교가 미래학교가 되기 까지는 사람들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아마도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몇몇의 미래형 환경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보다 절대적으로 많으리라 생각한다. 우리학교에서의 공간 변화가 많은 학교에 줄 수 있는 시사점 중 하나이다.


전국의 수많은 학교는 30~40년 이상의 노후화된 공간이다. 

민간주택이라면 재건축, 리모델링이 지극히 정상적인 주장이지만 학교는 오래된 학교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우리는 사회화되어 왔다. 학교 변화를 위한 비용, 그 중 공간변화의 비용은 교육예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하루 중 집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생활하는 공간에서 기본적인 욕구, 그리고 그 이상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까운 일일 것인가? 예쁜 공간에 앞서 공간으로서의 기본이 갖춰진 공간, 기본으로부터 자아실현이 가능한 창의적인 공간을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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