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의 '시스템'에 대한 단상
좋은 조직이란 무엇인가? 좋은 집단이란 무엇인가? 혹은 미래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 혹은 조언을 듣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학습이 된다. 물론, 때로는 내가 속한 조직의 변화과정을 경험하며 스스로 미래방향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도 한다.
내가 들었던 말들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시스템(system)'이란 단어이다.
"학교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등등의 문장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시스템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의미로 시스템을 해석하고 있는가? 시스템은 해석에 따라 조금은 다른 의미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조점에 따라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선 시스템은 하나의 종합적인 체제일 것이다. 하나의 생태계이다. 우리 몸이 하나의 체제이고, 우리 사회가 하나의 체제이다. 건강한 체제는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제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각 요소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자연스러운 협력을 통해 해결한다. 활력을 잃은 몸에서는 작은 상처도 잘 아물지 않지 않은가? 즉, 시스템이라고 말하려면 구성요소 혹은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각 부분이 연결됨으로써 전체를 이루고 있는 것 혹은 각 부분이 영향을 주고 받는 것 그리고 전체가 부분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반면 시스템은 각 부분 혹은 전체의 행동방식이기도 하다. 체제적인 개념과 명확히 구분될지 모르겠으나 부분들의 위계적인 연결이기도 하다. A->B->C과 같이 선후 본말이 마련되었다는 의미로 활용되기도 한다. 법이나 제도에 따른 행동방식도 하나의 시스템이 될것이고, 작게는 하나의 행동매뉴얼도 시스템으로 표현될 것이다.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말과 관련된다. 이러한 행동방식의 합은 또 다른 시스템을 구성하기도 할 것이다.
두 가지 측면을 살펴볼때, 시스템이라는 용어는 조직이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강조되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필자는 두 가지 측면 중 전자(생태계로서의 시스템)가 먼저 강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를 들어, 학교는 수많은 부분이 존재하고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부분들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각 부분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서 협력할 수 있는 문화는 학교가 좋은 시스템으로서 기능하는 조건이다. 시스템으로의 학교를 인지한다면 부분들을 세우고, 부분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행동방식으로서의 시스템이 잘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행동방식으로서의 시스템을 우선 강조한다면 어떨까? 전체로서의 시스템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규정된 시스템을 수행해야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이 주체로서 참여하지 못한채 전체가 지닌 시스템을 맹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시스템으로서의 학교로부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학교까지 이르는 길은 민주성을 기반으로 한다. 부분이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인이고, 각각이 주인으로서 상호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각이 진정한 주인이 되지 못한채, 법제도와 같은 시스템만을 강조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것이 학교 혹은 미래학교의 모습이라면 어떠할 것인가?
학교가 생태계로서의 시스템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학교만을 강조한다면 학교의 시스템과 학교 안의 부분들이 갖고 있는 시스템간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조직의 시스템이 있듯이 부분이 갖고 있는 시스템도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연결, 소통, 협력 등을 전제로 한다. 최근 학교 혁신 혹은 미래교육에서 이러한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는 시스템으로서의 학교가 갖는 중요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