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생님들과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새삼 미래학교 교사로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진부한 주제에 접어들었다. 아마 수백 번 묻고 답한 주제. 그러나 수백가지 답이 존재할 수 있는 주제. 어쩌면 우리 구성원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묻고 답하는 질문이자 공동체 내에서 끊임없이 논쟁거리가 되는 질문일 것이다.
"나는 우리학교가 쇄빙선과 같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얼어 붙어 있는 교육현실을 누군가가 깨야 한다면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얼음을 깨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쇄빙선이 만들어 놓은 길을 다른 배들은 쉽게 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쇄빙선 안에서도 누군가는 얼음과 충돌하는 부분에 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뒤에 있기도 하겠지만..."
한 후배교사가 말했다. 그의 눈빛과 강한 어조, 평소 그 친구의 행동들이 오버랩되면서 쇄빙선이란 비유는 눈과 귀를 지나 마음에 와닿았다. 그의 비유를 통해 대동단결한 순간, 또 다른 후배교사가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깨고 있는 것이 혹은 깨지고 있는 것이
바깥의 얼음이 아니라 배를 움직이고 있는 주체들일 때도 있지 않나요?
박장대소...웃어 넘기고 싶지만, 이 역시 공감이 되는 말이다.
후배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도 쇄빙선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 주위에는 쇄빙선과 같은 학교와 교육자들이 많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무튼 쇄빙선에서 얼음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건, 후미이건 간에 한배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샤워를 하다가 문득...
또 다른 질문을 만난다.
얼음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깨는 쇄빙선이 아니라 녹이는 쇄빙선은 어떨까?
지금까지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쇄빙선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로 학교의 크고, 작은 변화가 얼어붙은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하였다. 변화의 실체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는데 소소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다른 봄을 기다리며... 깨기도 깨지기도 하는 쇄빙선에게 물어본다. 깨지 않고 얼음을 걷어낼 방법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