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학습환경에서의 학습과 이슈
디지털 학습환경에서 학습자들은 어떻게 학습을 하고 있을까? 교사가 의도한대로 학습이 이루어진 측면도 있지만 디지털 학습환경에 대한 몇 가지 이슈들을 남기기도 했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학습환경에서 나타난 몇 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살펴보되 각각의 이슈들을 다뤄보기로 한다.
스스로 선택하는 학습자
디지털 학습환경에서 학습의 주체는 학습자들이다. 자유와 선택을 중시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학습의 주도권이라는 배움의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디지털 학습환경은 장점이 많다. 실제로 학습자들에게 학습자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습환경을 마련하였을 때, 학습자들은 자신의 흥미와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학습을 진행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동안 학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래의 그림과 같이 학습자들에게 나타나는 학습의 모습은 달랐다. ‘인권’이라는 개념에 대해 학습을 진행하면서 학습영상을 확인하는 학습자, 백과사전을 확인하는 학습자, 애니메이션을 검색하여 시청하는 학습자 등이 확인된다.
“좋았던 것은 나에게 기존에 없던 지식들을 직접 찾아가면서 채울 수 있어서 기억에 더 잘 남아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2018년 3학년 학생A)
“온라인 스스로 학습을 통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좋았으며 모르는 부분은 패들렛(온라인)에 편하게 질문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2018년 3학년 학생B)
학습자들의 학습장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찰하였을 때, 학습활동의 차이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학습 초기에는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유사한 학습활동(과제 혹은 학습질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학습활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체로 학습수준이 낮은 학습자들은 영상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였다. 또한, 온라인 질문방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오른쪽 첫째 칸). 반면 학습수준이 높은 학습자들은 교과서 학습에 오랜 시간을 사용하였고, 교사가 제공하지 않은 학습자원(예, 인터넷 검색, 백과사전 등)을 검색한 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과제를 수행하였다(왼쪽 네 번째 칸).
>>이슈1. 배움이 아닌 놀이를 선택하는 학습자
온라인 워크시트는 한 차시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깊이 있는 학습을 하는 학습자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반면, 시간이 남는 학습자들도 있다. [그림 9]는 수업종료 7분전 모습이다. 대다수의 학습자들이 학습 중이거나 추가적인 자료를 탐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학습자들은 수업과 관계없는 영상시청, 인터넷 검색 등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대체로 중하위 학습수준을 보이는 학습자들에게 나타났다. 이러한 행위가 수업방해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디지털 학습환경에서 배움이 아닌 놀이를 선택하고자 하는 욕구와 실행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질문하는 학습자
최근 들어, 교실 수업에서의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학습자들의 질문은 자신의 학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상호작용을 촉발한다. 질문은 학습의 주도권을 갖게 되는 시작이다. 따라서 학습자 중심 학습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학습자가 품은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교실 수업에서 학습자들에게 질문을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교사 중심의 학습환경에 익숙한 학습자들에게 자신의 질문을 갖게 하는 것, 그러한 질문을 밖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을 비효율적인 학습방법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습자들이 품게 되는 질문도 흥미와 수준 등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교사는 동일한 학습공간 안에서 많은 질문을 수용할 수 없다. 비슷한 논리로 학습자들이 동료와 질문을 중심으로 상호작용하더라도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양적으로 혹은 질적으로 충분히 확보하기도 어렵다.
디지털 학습환경은 질문을 표현하고 답변할 수 있는 자유가 상대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면대면 활동에서는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학습자들도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디지털 공간에 질문을 작성하고, 동료의 질문에 답변을 작성했다. 질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교과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았다. 그리고 교과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거나 혹은 추론하는 내용 등의 고차적인 질문들도 나타났다. 질문을 의무화했을 경우보다 자발적으로 유도하였을 때가 상대적으로 의미있는 질문들이 작성되었다.
학습자들이 작성한 질문은 스스로의 학습정도를 드러내는 것으로서 교사가 수업 중 어떤 촉진과 처방을 내려할 지에 대한 정보로 작용하였다. 학습자들의 질문은 교과내용을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며 질문을 작성한 시간도 상이하다. 학습자들은 질문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온라인 질문방에 글을 작성하였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자유롭게 작성하였다. 그만큼 답변의 내용도 다양했다. 저학년의 경우, 사회적 관계형 혹은 무의미한 답변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무의미한 답변들은 익명으로 작성한 경우에 많이 발생했다. 반면, 고학년의 경우, 질문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들도 나타났다. 질문의 수준이 높을수록, 학습자들의 흥미를 유발할수록 답변의 양이 많았고, 질적으로도 의미있었다. 실명으로 작성한 답변일수록 질문내용과의 관련성이 높았다. 면대면 학습환경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질문과 답변, 그리고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디지털 학습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활발히 일어났다.
디지털 학습환경에서는 학급, 학년의 경계를 개방하여 학습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는 디지털 학습환경의 장점이 될 것이다. 본인의 수업에서 온라인 질문방은 전체 학년에 개방되어 있었다. 학습자들은 자신의 학급 동료뿐만 아니라 다른 학급의 질문에도 답변을 작성하였다.
>>이슈2. 질문을 멈추는 학습자
디지털 학습환경에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학습자들의 질문은 그러한 학습환경의 장점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질문이 지속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학습자들은 단순히 질문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즉각적인 피드백 혹은 상호작용의 장점을 확보하는 경우에 질문을 지속하였다. 학습자들 중 상당수는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질문을 하다가 면대면으로 질문하는 횟수가 늘었다고 답했다. 또한, 학습 초기에는 동료나 교사의 답변을 통해 질문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디지털 학습환경에서 스스로 학습자원을 조사함으로써 질문을 해결하는 시도를 했다고 하였다.
“중간에 질문이 생겨도 친구나 선생님께 바로바로 물어보게 되어서 패들렛(온라인 질문방)을 잘 사용하지 못한 것 같다.”(2018년 3학년 학생C)
“내 질문들을 남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내 질문이 남들이 보기에 너무 낮은 점수 이면 어쩌지?,남들이 공감을 못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선뜻 쉽게 올리지 못했다. 또 이러한 감정도 있고 공개적으로 올리는 거여서 조금 창피한 것도 있는 것 같다.”(2018년 3학년 학생D)
일부의 학습자들은 실명으로 질문을 작성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질문 수준에 따라 학습수준을 평가받기 때문에 학기가 진행되면서 질문의 양은 감소했다. 디지털 학습환경의 개방성이라는 장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익명이 효과적이지만 학습자들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학습관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명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디지털 학습환경을 설계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이슈가 되고 있다.
실제화(authentic)하는 학습자
현재의 학교교육은 삶과 학습의 분리라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과서 속의 지식이 생활 속의 지식과 경험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또는 실생활 맥락에서 교과 학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의 원인은 다양하겠으나 기존의 학습환경이 갖는 한계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학습활동은 주어진 학습환경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학습환경에서는 상호작용의 대상이 동료, 교사, 인쇄된 학습자원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디지털 학습환경에서는 상호작용의 대상이 개방되어 있다.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학습자원도 다양하다. 따라서 교사는 학습자들에게 실제화된 학습과제를 제시할 수 있다. 실제화된 학습과제는 학습자들에게 참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실제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학습자들은 학습과제를 해결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완성한 학습결과물들을 실제 공간에 드러내는 특징을 보였다.
학습자들은 학습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SNS도구를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거나 학습 결과물을 홍보하였다.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각종 도구의 장점을 취했다. 교사가 안내한 학습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익숙하거나 보다 효과적인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포스터 제작과 관련한 과제에서는 포스터, 인포그래픽, 카드 뉴스 등의 제작 툴을 직접 찾아서 활용하였다.
“실생활에서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것 같다. 배운 것을 활동에 적용하는 활동이 실생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준 것 같다. 주제를 심화해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2018년 3학년 학생E)
학습자들은 자신이 제작한 학습결과물들이 학급 단위에서만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단위 혹은 실제 사회적 공간에 공개하기 위해서 활동과정에 보다 몰입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였다. 학습활동의 실제화 정도가 높을수록 학습에의 몰입도 높게 나타났다.
>>이슈3 실제화의 허용 범위, 참여를 위한 교사의 역할
학습활동의 실제화가 학습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불구하고 학습자들이 활용하는 실제화를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는 존재한다.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않아도 학습자들은 이미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이것들은 의사소통도구, 자료제작도구, 자료검색도구 등으로 다양하다.
실제 공간에서 확보한 자료, 사용하고자 하는 도구 등의 적절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면 부적절한 활동결과물이 공개될 수 있다. 학습과정과 결과의 실제화는 디지털 학습환경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학습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설계되어 있는 디지털 학습환경에서는 교사가 기본적인 디지털 도구와 각종 학습자료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학습자들의 실제 공간에서의 참여는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학습과정에서 피드백 받는 학습자
피드백은 학습이 일어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피드백이 결합된 교육은 학습자의 학습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알려져 있다(Ambrose et al., 2010). 최근, ‘과정 중심 평가’가 교수학습장면에서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피드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교육 상황에서 피드백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많은 학생 수, 피드백 수단의 부재(不在)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가로 막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학습과정에서 피드백의 부재는 결과 중심의 학습으로 이어진다. 학습자들은 학습과정의 결함 혹은 결손을 그대로 둔 채 학습을 마무리하거나 총괄평가에 임하게 된다.
현재의 학교교육의 맥락 안에서 디지털 학습환경이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피드백을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 학습환경에서 피드백 제공은 교사와 학습자에게 효율적이다. 디지털화된 학습기록들을 교사가 쉽게 수집할 수 있고 학습자들은 교사의 피드백을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피드백을 반영하여 자신의 학습활동을 수정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재평가를 볼 수도 있다. 본인을 비롯하여 본교의 여러 교과에서 이러한 학습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은 선생님께서 내가 공부한 과제에 대해서 비판적이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정확하게 피드백을 주시지 않으셨으면 아마 공부를 할 때 정확한 공부, 개선이 힘들었을 것이다”(2018년 3학년 학생E)
디지털 학습환경에서 제공하는 피드백은 적어도 교사와 학습자 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모든 학습자들을 면대면으로 피드백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사는 학습자들의 학습을 점검하고 개별적인 성장을 견인하고자 노력한다. 교사는 학습자가 피드백을 반영하여 자신의 학습 혹은 수행의 질을 향상시키기를 기대한다. 학습자들이 피드백 내용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교사가 제공한 피드백 그 자체에 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학습자들이 피드백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학년 단위에서 동일한 학습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본교에서는 Teams라는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학습자들은 자신이 수행한 과제와 평가 그리고 피드백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 사용 초기에는 학습자들이 피드백을 확인하는 비율이 낮게 나타났으나 피드백 제공 횟수가 늘어날수록 학습자들은 수시로 플랫폼에 접속하여 피드백을 확인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또한, 디지털 학습환경 상에서 주고 받은 피드백이 부족한 경우, 면대면 상호작용을 통해 보완하였다. 결국, 디지털 학습환경은 모든 것을 디지털 혹은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상의 상호작용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슈4 결과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학습자
학습자들은 교사가 제공하는 피드백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 학습자들은 결과적으로 제시되는 점수에 대체로 반응하며 구체적인 피드백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면대면으로 교류하는 것에 비해 디지털화된 피드백은 학습자들에게 보다 많은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대체로 고학년들은 60%정도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확인한 것에 비해 저학년의 경우에는 약 30% 내외에 불과하였다. 즉, 디지털 학습환경을 통한 피드백 제공이 모든 학습자에게 효과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디지털 학습환경이 갖는 효율성 못지 않게 학습의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 계속)
*참고: 이 글은 2019 한국교육네트워크 학술대회의 발표문을 편집하였습니다. 여기서는 총 3편의 글을 수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