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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Nov 05. 2019

학습주체들의 메시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학생들이 말하는 C학교의 수업과 평가 경험



최근 관찰한 사례에 대한 성찰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사례는 10월 말에 열린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중 C학교의 학생들과 방문단이 나눈 대화 중 일부이다. 사실상, 이 사례는 C학교 학생들의 성장을 중심으로 소개될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이 설명한 한국의 학교(입시) 현실과 자신의 C학교 경험이 현재의 대입제도 논란과 우려에 묘한 시사점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경계에 직면하는 학교,

경계를 확장하는 학교가 필요하다

지난 10월 25일,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일종의 워킹그룹은 C학교를 방문하였다. C학교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행복한 학교'라는 비전아래 학습자 중심의 수업과 학습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C학교에서는 '아직' 학생들에게 학습의 주도권을 주기에 이르지 않냐는 질문과 우려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학교는 2015년부터 학생들을 학습주체(Student Agency)로 믿고, 점진적으로 교육활동의 변화를 추구해왔다. 이는 OECD 2030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다만, 기존의 학교를 규정하는 수많은 경계들을 감안할 때, C학교는 일종의 (공교육의) 경계에 직면하는 학교, 경계를 확장하는 학교로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방문단에게 학교를 소개한 이들은 C학교의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포착한 C학교의 주요 특징들을 영어로 발표하였다.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기획과 준비 그리고 실행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한 셈이다. 우선, 학생들의 발표 내용은 대체로 수업과 평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학습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수업과 평가, 언제 어디서나 학습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학습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학교 문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부여되는 선택권이 부담스럽거나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3년의 시간 동안 자신을 학습주체로 성장시켰다는 설명이었다. 발표내용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생들의 당당함이었다. 그러한 당당함은 외국 방문단앞에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학교의 수업과 평가를 설명하는 학생들(학생들의 동의를 받은 사진임)



修學을 위한 공부?

학생들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첫번째 질문은 캐나다 출신 교육관료가 했다.


질문: "학생들의 학습경험이 학교를 졸업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요?"
유OO학생: "고등학교 과정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교육 자체가 굉장히 입시 위주여서 대학에 가는 것에만 몰두할 수 있지만 대학에 가게 되면 상황이 달라지는게 현실이에요. 고등학교까지는 외우고, 풀고, 외우고, 울고, 풀고, 외우고, 풀고... 그런데, 대학에서는 그런 공부를 안하잖아요. 교수님은 생각을 유도하는 과제를 주시고, 주로 보고서나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 학교에서 그런 점(대학에)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된 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나.
지금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어떤 공부를 유도했는가?
입학이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부인가?
대학에서 修學 하는데 필요한 공부인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시험이라면 학생들이 이러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과정도 대학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수능은 한국에서 가장 공정한 시험의 기능을 한다고 주장되고 있으나 자신있게 앞의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는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정시와 수시를 비교하자면 어떤 공부과정이 대학수학에 더욱 효과적인가?


공정성이 중요한 가치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교육의 영역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가치인가? 혹시, 입학시험 자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수년간의 과정의 불공정성 혹은 불만족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어려운 문제임에도 특정의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질문에 답하는 학생들(학생들의 동의를 받은 사진임)



전체적인 삶을 위한 공부

두번째 질문은 덴마크에서 온 한 학생이 했다.

질문: "이 학교의 교육과정 시스템이 학생들의 일생의 웰빙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전OO 학생: 첫 번째로 얘기하고 싶은건...우리 학교 학생들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싫어하지 학교에 오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거든요. 일단, 그정도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일단, 수업자체가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아요.
유OO학생: 특히, 평가부분에서 다소 열려있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권이 많아요. 우리가 어떤 답을 내놓아도 선생님들은 우리의 선택을 존중하고, 도움을 주시는 편이에요.



생각 둘.
표준화된 평가시스템이 강화될수록
학생들의 주도권은 보장될 수 있을 것인가?


학생들의 행복의 원천은 무엇인가? 자신이 주인이 될 때, 학습의 선택권과 주도권을 보장할 때 아니겠는가? 표준화된 평가시스템이 강화된다면 학교와 교사들의 자율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학생들도 학교의 평가시스템보다는 표준화된 시험 준비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이미 경험해왔기에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입학시험제도의 변화는 학교교육의 내실화, 자율화, 다양화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학교교육의 변화는 통제가 아닌 자율,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수업과 평가를 운영하는 형태로 조금씩 변화되어 왔다. 공정성을 앞세워서 표준화된 시험을 강화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변화에 제동을 거는 일이며 학교, 교사, 학생들에 대한 불신을 전제한다고볼 수 밖에 없다.


다시 물어보자.

공정성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가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는가?


공정성은 학생의 삶을 위한 것이다. 공정성은 현재의 삶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위해 확보되어야 하는 가치이다. 학생들의 경제적 삶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교육적 경험을 통해 총체적이고 전인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공정성을 주장해야 할 일이다.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은 주로 어른들이다. 그게 학부모일수도, 교육관료일 수도, 교사일 수도 있다.  수시전형의 불공정성도 무시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성 훼손을 제도적으로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할 상황에서 교육 시계를 다시 되돌리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공정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영역이 교육만은 아니다. 공정성 복을 위해 현재진행형인 정부의 노력들은 지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이란 영역에서는 너무도 쉽게 문제가 진단되고, 해결책이 마련되려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와 노력으로 나름 '교육의 진화'가 이뤄져왔다고 할 때, 앞으로의 정부발표에 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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