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미래학교, 교사 그리고 교과서
*이 글은 교과서연구 101호 수록 글 중 일부입니다. 총 4편의 글을 나눠서 올립니다.
1. 미래교육, 우리는 어떤 상태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2. 미래학교, 총체적 변화 여정
3. 교사, 이미 나타난 변화 그러나 코로나19로 두드러진 변화
4. 교과서, 미래교육으로의 여정을 함께 하고 있을까
미래교육측면에서 교사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끊임이 없었다. 그동안 그러한 변화는 일종의 선언적이거나 개념적인 수준이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교사들이 도전적인 시도를 해왔으며 나름의 변화를 만들어왔다. 아마 미래학교, 혁신학교 등은 학교 차원에서 그러한 변화를 고민해왔고, 개별 교사 차원에서도 다양한 도전과 실천을 진행해왔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확장된 학습환경을 경험하게 된 교사들에게는 몇 가지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변화의 두드러짐이다. 물론, 이는 기존의 역할과 새로운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일 수도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의 두드러진 역할을 낯설게 바라볼 수도 있다. 그리고 기존의 역할을 고수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급격하게 행동양식의 변화를 나타나고 있고,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학교공동체의 협력과 학교 밖과의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한 측면에서 교사 역할의 확장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학교교육의 본질로부터 떨어져 있는 역할에 에너지를 소모했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수업 설계자에서 학습환경 설계자로서의 교사
우선, 기존의 수업설계자로서의 교사상이 학습환경 설계자로서 확장되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목표-내용-방법-평가를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한다. 면대면 학습상황에서 고려되는 전형적인 요소들이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서 보다 많은 것들을 고려하게 되었다. 학생이 처한 공간, 사용하는 매체, 학습대상, 문화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이전에도 중요한 요소들이었으나 중요성을 크게 자각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교사들에게는 학습자의 관점에서 학습환경을 설계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학생들이 어떻게 온라인 학습에 접속해서 어떤 경로를 통해 학습을 하게 될 것인지, 선생님은 어떤 경로를 통해 피드백을 제시하고 평가와 기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중요해졌다. 이는 학생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하고 처리할 것인지를 포함한다.
아래 그림은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학습플랫폼의 활용 장면들이다. 교사는 학습을 안내하고, 화상수업을 진행하며 심화 학습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매체를 선정한다. 그리고 실시간 화상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 해당 수업에 따라오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수업 다시 보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개별 교사가 사전에 설계한 학습환경이 된다.
피드백 제공자로서의 교사
피드백의 중요성은 코로나19로 인한 원격학습 전에도 강조되었다. 특히, 과정 중심 평가로 평가의 초점이 이동하면서 피드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만, 그동안은 피드백을 제공할 시간과 방법을 찾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원격학습이 이뤄지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 대해 온라인으로 피드백하는 장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의 학습활동 과정과 결과가 온라인으로 수집되고, 교사는 개별과제와 문항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학생수, 교사의 수업시수와 업무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온라인 학습에서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피드백 제공자로서의 교사 역할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촉진자로서의 교사
촉진자나 안내자로서의 교사는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으나 현재의 교실문화에서는 쉽게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학습장면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활동 중 의문나는 내용, 도움을 받고 싶은 내용 등을 보다 쉽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교사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학습상황을 대시보드를 통해 관찰하고, 학생 및 학부모 상담에 활용할 수 있다.
수업공개자로서의 교사
학습플랫폼에는 모든 과목의 수업이 공개되어 있다. 선생님이 안내한 내용, 과제내용과 결과 등을 볼 수 있고, 누구나 해당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동료교사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공개될 수 있다. 수업은 더 이상 교사와 학생 간에 이뤄지는 은밀한 만남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개된 공적 만남이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특징들이 교사의 수업설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협력적 수업 설계자로서의 교사
그동안 교사들은 개별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평가해왔다. 그것이 학교사회에서는 익숙한 문화이다. 물론, 협력적으로 수업을 설계하고자 하더라도 여러 가지 장애요소들로 인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으로 이뤄지는 동안 교사의 수업 실행의 부담은 크게 감소하였으나 수업설계의 부담은 오히려 높아졌다. 같은 학년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보다 의미있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수업에 대해 논의하고 준비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였다. 필자의 경우에는 온라인 상황에서도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기 위해 6개 교과의 선생님들이 모여서 수업을 설계한 바 있다. 친구관계라는 주제로 총 8차시 분량의 수업이 설계되었는데, 학생들은 교사의 협력만으로도 의미있는 학습경험이었다고 성찰하였다.
위의 역할들이 특정 학교에서만 나타난 변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학교와 교사 특성에 따라 초점이 다를 수는 있으나 현재, 교사들은 위의 역할 중 무언가를 하며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한다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의 본질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그 본질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어떻게 실현한 것인가 배우고 실행하는 시기이다. 그러한 자신과 우리 곁의 동료들을 응원할 일이다.
[참고]
https://brunch.co.kr/@freshlife102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