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미래학교, 교사 그리고 교과서
*이 글은 교과서연구 101호 수록 글 중 일부입니다. 총 4편의 글을 나눠서 올립니다.
1. 미래교육, 우리는 어떤 상태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2. 미래학교, 총체적 변화 여정
3. 교사, 이미 나타난 변화 그러나 코로나19로 두드러진 변화
4. 교과서, 미래교육으로의 여정을 함께 하고 있을까
필자는 앞에서 미래교육의 목표, 미래학교로의 여정, 코로나19 시대에 강화되거나 확장된 교사의 역할을 살펴봤다. 이를 교과서와 관련하여 다시 물어보자.
“교과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무엇인가?”
“교과서는 미래교육 여정에 함께 하고 있는가?”
“교과서는 변화하고 있는 교수학습장면 그리고 교사의 역할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가?”
학교교육은 분리된 교실에서 열린 교실로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인 간의 접촉에는 한계가 있지만 추후 마스크를 벗게 될 미래에는 원격학습 상황에서 학생들이 더 이상 교실과 교과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습자원, 즉, 사회적, 물리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결하는 학습환경을 설계할 것이다. 원격학습 상황에서 사용된 학습자원은 교과서만이 아니다. 교사들은 웹상의 수많은 자료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스스로 제작하기도 하였다. 자신의 수업목표에 따라 디지털화된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경우에 따라서 학생들은 교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만나는 어른과 탐색할 수 있는 수많은 자원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형성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교과서는 어떤 학습자원으로서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이미 교과서 연구에서 진행되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우리의 교육은 평균적 학습에서 개별화된 학습으로 변화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만나는 학생들은 흥미, 관심, 수준 등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면대면 학습에서는 대체로 평균적인 수준에 맞춰서 학습을 진행하게 된다. 교과서 역시, 학생과 교사들이 개별적인 특성과 맥락에 맞게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교과서는 가장 표준화된 학습자원일 수 있다.
테크놀로지 학습환경에서 학생들을 관찰해본 결과, 아래 그림과 같이 수업 초기(9:16)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유사한 학습활동을 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즉,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학생들이 학습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 관심 등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림에서 동그라미(●)가 표시된 학생은 ‘상’수준 학습자로서 교과서와(09:20) 선생님이 제공하지 않은 텍스트 자료를(09:27~09:33) 중심으로 학습을 진행했다. 반면, 별(★)이 표시된 학생은 ‘하’수준 학습자로서 학습이 시작된 이후 선생님이 제공한 영상자료(09:20)를 시청하고 질문방(09:25~09:33)에 머무르는 특징을 보였다. ‘하’수준 학습자는 텍스트 자료보다 영상 자료를 선호하였으며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 동안 온라인 질문방에 머물렀다. 이처럼 우리의 교실에는 다양한 학습수준과 학습양식을 갖는 학생들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 원격학습에서 나타난 학습격차는 개별화된 학습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래교육 여정에서 교과서가 함께 하고 있다면 개별화 학습을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교과서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서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주체들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 테크놀로지는 사용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테크놀로지는 교사와 학생에게 효율적인 도구일 수 있지만 미래교육을 논하는 시점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학습자 중심 학습의 효과를 높이는 테크놀로지, 학습과 수업 파트너로서의 테크놀로지이다(김성종, 김현진, 2015; Howland, Jonassen, & Marra, 2014). 어떠한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테크놀로지의 채택과 활용은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테크놀로지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 연구도 필요하다. 이것은 교과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반드시 디지털교과서만이 아니라 서책형 교과서의 경우에도 교과서가 지향하는 관점과 기대효과에 따라 변화 방향은 달라질 것이다. 교과서가 실제적, 협동적, 활동적, 구성적 학습활동을 지원하는 학습환경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교과서는 더 이상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유일한 학습자원이 아니다.
우리는 늘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아직’과 ‘이미’ 사이에 놓여 있다. 우리는 ‘아직’ 변화를 만들어내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주목하고, ‘이미’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교육 주체들이 교과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상상해왔으나 그에 비해 변화의 폭은 크기 못했다. 교과서는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학습자원으로서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러한 영향력이 교과서의 자체에서 나오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학교교육과 평가 체제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는 독자의 몫에 맡길 수밖에 없다. 미래교육, 미래학교, 변화하고 있는 교사의 역할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교과서가 학교 생태계의 긍정적인 요소로서 동행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참고]
https://brunch.co.kr/@freshlife102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