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미래학교, 교사 그리고 교과서
*이 글은 교과서연구 101호 수록 글 중 일부입니다. 총 4편의 글을 나눠서 올립니다.
1. 미래교육, 우리는 어떤 상태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2. 미래학교, 총체적 변화 여정
3. 교사, 이미 나타난 변화 그러나 코로나19로 두드러진 변화
4. 교과서, 미래교육으로의 여정을 함께 하고 있을까
필자가 2015년부터 근무하고 있는 창덕여자중학교는 미래학교라는 타이틀을 걸고 학교생태계를 변화시켜가고자 했다. 교육과정과 수업 그리고 평가를 변화시켜가고자 할 때, 관련된 학습환경 그리고 학교문화적 측면을 함께 논의하고 변화시켜 간 것이다. 물론, 2020년 현재, 창덕여자중학교가 미래학교로서 완성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변화에 어느 정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의미있는 시사점들을 교육계와 나눌 수 있는 학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사점이 그저 시사점으로 남을 것인가?
2020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미래학교로의 변화가 단순히 물리적 환경의 변화, 단위 학교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이 어필되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다른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학교는 학교 안 밖의 생태계로 존재한다. 미래교육, 미래학교로의 변화를 선언했다는 것은 공간과 테크놀로지 도입, 그 이상의 변화로의 선언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은 너무 순수했던 열망이었던 것일까. 이미 시작된 변화로서 창덕여중이 다뤄진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행여나 확보된 예산만으로 이러한 실체가 만들어 지고,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큰 착오이다. 경험해 보니, 미래학교로의 변화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2020년 미래학교는 2015년 이전부터 준비해온 결과이다. 미래학교에 대한 개념과 정책적 지원방안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경계에 직면하며 학교의 변화를 만들어 왔다. 그래서 필자는 그 과정을 미래학교 여정이라고 표현한다. 해마다 나타나는 교육적 이슈에 창덕여중이 언급되는 이유는 미래학교로서의 여정을 준비하고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특정 영역에서의 도전만이 아니라 학교생태계의 총제적인 변화를 만들어간 결과이기도 하다. 즉, 미래교육을 실현하는 미래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정旅程으로 표현되는 시간성과 학교 생태계라는 총체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창덕여자중학교에서 경험한 몇 가지 특징들을 공유해보기로 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미래학교 여정에서 만들어 진 것이지만 새로운 미래학교를 만들어 가는 동력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도서를 참고 https://brunch.co.kr/@freshlife1029/65)
교육과정 측면
창덕여중은 일반 공립학교로서 어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공립학교로서의 법제도의 영향을 받는다. 즉, 국가수준 교육과정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지만 학교가 활용할 수 있는 자율권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개별 선생님들의 수업 및 평가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가급적 학생 중심 수업과 과정중심평가를 설계하도록 방향을 설정하였다. 특히, 1학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기초와 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보다 안정적으로 적응하게 하기 위한 제도이다. 또한, 미래학교에서 강조하는 자기주도성, 테크놀로지 활용 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에 대한 기초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기초적인 능력을 함양하고, 안정적인 적응에 도움이 되지만 개별 수업들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기능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신입생 적응 프로그램을 면대면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대신, 별도의 사이트를 개설하여 필요한 6가지 역량을 신장시키도록 유도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과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학교문화 측면
개별 교사가 아무리 수업을 잘 설계하고자 해도 학교문화가 이를 촉진하지 않는다면 초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창덕여중은 미래학교로 선정된 이후 학교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학교비전을 도출하였고(이은상 외, 2018, 아래 링크 참고), 이것은 다양한 곳에서 자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어진 비전이 아니라 학교구성원들이 공동으로 도출하였기 때문에 학교의 주체로서 참여하는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학교 비전에 대한 교육은 매년 초 교사와 학생들의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은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래학교의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활동을 연구, 실행, 성찰,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연구, 실행한 내용을 동료들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를 전문가로서 바라본다. 2018년부터는 ART프로젝트라는 연구지원 제도를 신설해서 소액이지만 연구하는 교사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이은상 외, 2019, 아래 링크 참고).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상황에서도 큰 혼란 없이 새로운 수업 체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협력의 문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학교의 회의문화도 보다 민주적으로 개선해가고 있다. 창덕여중에서는 부장회의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나 안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이를 열린회의라고 말한다. 열린회의는 안건제안과 심의로 진행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논의가 필요한 안건은 수요회의에서 다뤄진다. 민주적인 학교문화는 교사들의 주인의식과 신뢰형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학교 혁신을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론, 여전히 회의는 어렵다. 구성원들은 평화적인 회의를 바라지만 무언가의 도전과정에서 교사와 교사, 교과와 교과, 업무와 업무, 관리자와 교사 등의 논쟁과 갈등은 피할 수 없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논쟁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회의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다.
학습환경 측면
학습환경 측면에서는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보화 환경을 구축해왔다. 1인 1디바이스 환경을 마련하고, 새롭게 들어온 디바이스들을 관리하는 테크센터를 두었다. 테크센터에는 테크매니저가 상주함으로써 학생과 교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테크센터가 어느 정도의 기능을 하기 까지는 동료들의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공립학교에서 선례가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미래학교 테크매니저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노력도 잊을 수 없다.
또한, 다양한 학습공간을 리모델링하여 50년된 건물 안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학습공간은 제3의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하고 선생님의 다양한 수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난 5년 동안의 창덕여중을 간단히 소개했다. 현재, 창덕여중은 코로나19 전에 준비된 것들로 인해 현재의 안정과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창덕여중도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에 시도해왔던 것들을 코로나19 상황에서 할 수 없게 된 것들도 있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학습경험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거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몇 가지 모습들이 나타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F5RylviLD-k
https://brunch.co.kr/@freshlife1029/40
https://brunch.co.kr/@freshlife102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