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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Jan 10. 2022

추사관에서 만난 소나무

추사 김정희, 세한도, 그리고 손창근 선생

몇 해전 제주 추사관을 다녀온 아내는 다시 한번 추사관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 해, 추사관의 감흥을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일 수도,

그 해, 추사관의 감흥을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으나,

가족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추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순탄치 않았던 추사의 발자취를 만난 탓인지,

병든 몸을 움직여 쓴 마지막 글씨를 바라본 후,

모두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다른 가족들의 생각은 어디에 머물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유독 제주 추사관에서 소개한 세한도歲寒圖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추사 못지 않게 세한도를 아꼈을 기증인, 창근 선생에게도 말이다.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세한도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제자의 도리를 다한 이상적에 대한 애정의 선물로 알려져 있지만,

결국, 인생의 한파를 만난 자신을 받아들이고, 변치 않는 충심을 표현한 추사의 생각이 담긴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세한도를 물려받아 지극 정성으로 보존하고, 이를 국가에 기증한 손창근 선생 역시 그러하다.

그림을 사랑한 만큼, 애착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애착이 사리사욕으로 향하지 않고, 대중을 향한 공심으로 향한 것은

세한도를 가장 가까이 두고, 보고, 느꼈을 그의 운명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 그리고 손창근 선생.

병약한 몸을 만난 그들이지만 한 그루 소나무, 측백나무로 살고 싶은 마음은 같지 않았을까.

이러한 감상은 세한도를 만나고, 그것으로부터 감흥을 얻은 이의 주관일 것이다.


그 주관적인 감상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다음에 다시, 추사관을 찾고 싶어지지 않을까...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세한도 그림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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