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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n 20. 2020

새로운 인연, 우린 연예인?

연예인 놀이는 즐거워

40일간 살사를 안 추다가 다시 추려니 내가 과연 살사를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살사 음악에 따라 살사를 추는 나를 발견! 머리는 기억 못 해도 몸이 기억하는구나! 이번엔 라인 스타일 살사와 칼리스타일 살사를 함께 배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바차타는 페르난다에게 먼저 배우고 유연한 몸동작이 가능해지면 스티븐에게 배우기로 결정! 한 번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어떻게 배워야 효율적인지 알게 되었다랄까?


친구들과 보헤미안 랩소디 본 날


다시 찾은 콜롬비아 칼리, 매일 비슷한 하루의 반복이었다. 배고프면 일어나서 밥 먹고 살사와 바차타 수업에 맞춰 학원에 갔다 돌아와 프리랜서로 하던 일을 좀 하고 쉬다가 저녁을 먹고 밤에 클럽을 갈지 친구들을 만날지 그 정도 고민하는 것뿐. 단순한 삶이 주는 여유로움도 꽤 괜찮았다. 3개월 넘게 콜롬비아에 체류한 아미고는 결국 내가 콜롬비아 칼리에 다시 온 지 일주일이 조금 넘어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같이 놀 사람도 없고 해서 콜롬비아 단톡 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칼리에 계신 분 있으신가요?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콜롬비아 여행 시 간과하는 도시가 칼리다. 난 살사에 관심도 없고 거기 살사밖에 할 거 없잖아요? 하며 지나친다. 나 같은 사람이 살사에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살사 안 배웠으면 내 인생 어떻게 되었을까 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칼리에 체류하는 한국인 여행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기 체류하는 사람이 있나 없나부터 묻는다. 다행히 자정이 넘은 시간, 칼리에 있다는 분의 연락을 받았다. 클럽 다녀와서 이제야 연락하신다고. 일 하느라 늦게 자던 때라 우린 짧은 대화를 나누고 다음 날 만나기로 했다. 한 달 넘게 한식을 못 먹고 있다던 분, 내일 숙소를 옮기고 연락 주시기로 하고 난 오전에 미리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칼리에서 함께한 조촐한 한식 밥상


칼리에는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곳이 산 안토니오인데 거긴 고도가 좀 높은 편에 언덕이 자주 등장하는 동네다. 우리 집은 미라플로레스로 산 안토니오 남쪽에 위치한 언덕이 별로 없는 곳이다. 그렇게 언덕 몇 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분과 조촐한 한식 밥상으로 첫 인연이 시작되었다. 우린 처음 만났음에도 서로 존댓말을 썼지만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며 친해졌다. 이미 한국에서 살사를 배웠고 지금은 탱고에 푹 빠지셨다고.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랑은 나이도 비슷해서 이야기하기가 더 편했다. 우린 처음 만났음에도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고 밥 먹고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이틀 후에 칼리를 떠난다는 언니와 크리스마스로 블링블링 빛나는 칼리를 구경을 하기로 하고 산 안토니오의 성당 앞 공원으로 갔다.


언니가 찍어준 사진


칼리에서 가장 예쁜 동네 산 안토니오, 성당 앞 비탈진 곳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전엔 없었던 조명에 장식 등 예쁨 가득한 곳으로 바뀌어있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가득가득!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다가 강이 흐르는 센트로 쪽 공원으로 향했다. 여기도 사람들로 바글바글!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칼리 사람들 전부 쏟아져 나왔나 싶을 정도였다. 언니랑 공원 중간쯤 어딘가에 걸터앉아 사람 구경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아까부터 앞에서 쭈뼛쭈뼛거리고 있었는데 아이의 아빠가 와서는 물어본다.

같이 사진 찍어도 되나요?


응? 오케이! 우리랑 사진 찍자니... 그러더니 우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몇 명이 사진 찍자고 바로 접근해왔다. 그 바람이 갑자기 팬미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같이 사진 찍기 시작. 우리 연예인도 아닌데..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더욱 좋아한다.


BTS 덕분인가??


연예인 놀이 1


그리고는 몇 팀과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자리를 옮겨 강 쪽으로 갔는데 거기서도 같이 사진 찍자고 해서 한 컷, 또 자리를 옮겼더니 거기서도 같이 사진 찍자고 하는 거다. 워낙에 콜롬비아에 아시아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인 데다가 칼리에는 정말 희귀 템일 정도로 아시아 사람이 없다. 신기해 보이는 것인지 아님 한국 드라마의 인기 때문인지 아님 BTS 덕분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연예인 놀이 2


콜롬비아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물론 콜롬비아가 치안이 안 좋기로 소문난 나라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이런 천사다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친절이 몸에서 흘러나온다.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했지만 콜롬비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수줍게 다가와 아시아 사람이냐 묻고 한국인이다 라고 하는 순간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연예인이라도 본 듯한 모습을 보여준 소녀도 있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같이 사진 찍자고 다가왔던 콜롬비아 사람들, 칼리의 12월은 이 사람들로 인해 더 행복했다.

Special thanks to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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