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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n 26. 2020

음악만 있다면 어디서든 출 수 있어

살사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

조나단을 만났다. 콜롬비아 칼리에 오기 전 텔레토비 동산으로 유명한 살렌토에 며칠 있었는데 그때 숙소에서 만났던 조나단, 마지막 밤에 잠깐 봤지만 굉장히 유쾌한 만남에 바로 페이스북을 주고받았었다. 그는 칼리 근처 팔미라(칼리 공항이 있는 도시)에 산다고 했는데 이번에 볼 일이 있어 칼리에 하루 온다고 했다. 어쩌다 보니 어제 처음 만난 언니와 조나단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함께 크리스토 레이에 가보기로 했다. 난 두 번째지만 둘 다 한 번도 안 가봤다는 크리스토 레이, 칼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전망대다.

조나단! 여기 산다며
크리스토 레이에 처음 가본다고?


이것은 마치 인천 사는 사람이 서울 남산 한 본 못 가본 그런 것과 같다. 생각해보면 나도 나이 들어서 남산타워(지금의 서울 N타워)를 처음 가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크리스토 레이, 난 두 번째 방문이라 어디가 풍경이 좋은지 안내해주며 같이 사진 찍고 놀다가 다시 택시를 타고 산 안토니오로 왔다.


크리스토 레이에서


크리스토 레이부터 우린 금방 친해졌다. 자연스럽게 저녁까지 이어진 만남. 전날 언니랑 같이 갔던 전망 좋은 레스토랑으로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서 같이 맥주 한 잔 하고 피자 시켜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 이런 곳에서 살사 춰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언니가 여기서 살사 추면 되지 뭐가 어렵냐며 조나단과 함께 춤추라고 부추겼다. 이미 내 엉덩이는 반쯤 떠 있는 상태로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춤을 출 기세였지만 아직 살사 음악이 나오지 않아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다.


살사로 유명한 콜롬비아 칼리지만 모든 사람이 살사를 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조나단은 살사를 출 수 있었다. 사실 그가 내 첫 살사 선생이었다랄까? 칼리로 가기 전날 밤, 호스텔에서 만난 조나단에게 내일 칼리로 간다며 살사 스텝을 배웠었다. 그리고 칼리에서 다시 만났다. 때마침 살사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 바로 클럽도 아니고 춤추는 곳도 아니지만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살사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일어나 테이블 사이의 공간에서 살사를 추는 것이었다. 살사 클럽에서 추는 살사와 여기에서의 살사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클럽에서는 춤을 추기 위해 가는 곳이기에 음악이 바뀔 때마다 춤출 파트너를 찾고 춤을 추지만, 여기에서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지금 춤을 추고 싶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춤추자며 손잡고 일어나 살사를 춘다.

 이거 정말 하고 싶었어!
칼리의 산안오니오 어느 레스토랑에서 살사를 추다


오랜만에 입꼬리가 귀에 걸려 광대 승천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뭐라고 언니한테 동영상 찍어달라고 하고, 우리 셋다 살사를 출 줄 알았기에 파트너 바꿔가며 언니도 조나단과 살사를 췄다. 칼리에 몇 달 있으면서 손에 꼽힐 정도로 기억에 남는 추억 중 하나다. 지금 그 동영상을 보면 너무 어설퍼서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당시만 해도 살사를 배우고 자신감 뿜 뿜 하던 시절이라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소원 성취. 나름 내 소원이라 함은 소박한 것이 대부분인데 이맘때 갖고 있는 소원 중 하나가 이뤄졌다. 그것도 콜롬비아 현지인, 네이티브와 함께 리듬감 있는 살사를 췄다는 것에 기분이 더 좋았다.


우린 신나게 살사까지 추고 맥주를 더 마시다가 나왔다. 산 안토니오의 크리스마스 조명등 앞에서 사진 찍으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언니도 내일 떠나고 조나단은 이제 버스 타고 집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칼리 산안토니오의 크리스마스


그렇게 둘과 헤어진 후 살사 학원으로 향했다. 살사 학원에서 다 같이 센트로 구경 가기로 한 날이라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었는데 어제 언니와 같이 간 코스를 거의 비슷하게 도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여럿이 함께 다녀서 그런지 나름 재미있었다. 돌아다니는 중간에 흥겨운 살사 음악에 맞춰 제이슨과 페르난다가 살사를 추기도 했는데 나는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와중에도 잘 출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부러운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봤다. 몇 달 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춤추게 될 줄은 모르고 말이지.


살사 학원에서 다 함께 센트로 구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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