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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l 03. 2020

매일 밤 나는 살사를 춘다

일 년 중에 가장 핫한 12월의 칼리, 크리스마스

12월은 어느 곳이나 시끌벅적할 게다. 콜롬비아 칼리도 마찬가지! 25일부터 있는 살사 축제 전에도 크리스마스라고 살사 학원이나 호스텔에서 뭔가 준비하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여행자들 만나서 같이 클럽도 가고 학원 친구들과도 가끔 살사 클럽을 같이 가서 열심히 춤추다 오곤 했던 칼리에서의 12월.


페르난다와 바차타, 빅터와 살사 리네아(라인 스타일 살사), 제이슨과 살사 깔레냐(칼리스타일 살사)를 배우다 보니 어느덧 12월 중순이 되었다. 빅터와의 수업은 이미 끝났고 페르난다와 제이슨 수업도 크리스마스 전에 다 끝날 예정이고 스티븐과 바차타 수업만 남은 상황. 학원에서 수업이 끝나고 쉬면서 만난 스위스 친구 카린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그룹레슨을 들으러 다른 학원도 같이 다닌다고 했다.

목요일이 핫한 링컨 살사 클럽에서 카린과 함께
그룹레슨? 거기 괜찮아?


다른 학원을 다녀볼 생각을 못 했는데 가격도 괜찮고 스타일도 많이 다르다고 해서 나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게다가 10월에 칼리에서 딱 한 번 바차타를 같이 췄던 한국의 춤꾼 홍님도 이 학원을 추천! 연락도 못하고 지내다가 남미 사랑 콜롬비아 단톡 방에 남긴 내 글을 보고 카톡을 주셨다. 12월 초, 내가 칼리 온 지 얼마 안 되어 이제 칼리 생활 청산하고 다른 도시로 떠나신다고. 떠나기 전에 이런저런 팁을 알려주셨다. 3개월 동안 칼리에서 살사 배우고 클럽을 두루두루 섭렵하고 가신 분이라 꽤 유용한 정보들로 가득했다랄까?


역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체험하신 분이라 달라 달라 너무 달라
그룹레슨으로 유명한 사보르 마니세로 살사 학원


사보르 마니세로는 칼리에서 꽤 유명한 살사 학원이다. 여긴 다른 살사 학원과는 다르게 현지인이 많고 그룹레슨이 활성화되어 있다. 개인 레슨을 받으면 시작부터 끝까지 1명의 선생과 함께 춤을 추지만 그룹레슨을 하면 같은 레벨의 일반 사람들과 짝을 지어 춤을 춘다. 어찌 보면 클럽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춤추는 것이랑 다를 바 없다는 것, 그리고 같은 레벨의 사람들과 춤을 추기 때문에 엄청 잘 추는 사람을 만날 일도 없다는 것, 장단은 있지만 10시간을 기준하면 개인 레슨의 1/3 가격이라 가성비를 고려하자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게다가 살사 수업 전에 몸풀기 운동이 재미있기도 했다. 살사 스텝 연습도 함께 하는데 30분 몸 풀고 나면 너무 덥고 힘들어서 다들 물부터 벌컥벌컥 마셔댔다.


가자마자 첫 레벨인 A1레벨로 들어갔는데 기본 스텝부터 시작, 나 처음 아니고 좀 배웠다 하니 스텝이랑 이것저것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주고 A2레벨로 옮겼다. 하지만 이 레벨도 나랑 안 맞는 걸... 그 이상은 원장이나 선생이 보고 같이 춤을 춤 후 결정! 이번엔 연말 연휴도 있고 1월의 쿠바 여행 때문에 4시간만 끊었으니 적당히 있다가 가자고 생각하며 운동삼아 다녔다.


한 번은 페르난다를 따라 콜롬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인 클럽 콜롬비아 맥주 축제에 갔다. 페르난다 친구들과 조인해서 함께 갔는데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면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맥주와 안주를 주문하는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에 음악이 연주되는 무대 앞 공간에서 살사나 바차타 음악이 나오면 나가서 춤추고 같이 맥주 마시고 먹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훌쩍! 문제는 춤추는 곳이 자갈밭이라서 어찌나 어렵던지. 역시 춤출 때는 운동화가 짱!


클럽콜롬비아 맥주 축제


페르난다의 친구들은 대부분 춤을 추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몇 명은 바차타 동호회에서 만났다고 했다. 파비앙과 호세가 그랬다. 남자 중에 바차타 잘 추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 둘은 살사도 출 줄 알았고 성격도 좋은 데다가 영어도 할 줄 알아 나에겐 너무 감사한 친구들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 그 날은 클럽 콜롬비아 축제 장소 근처에 있는 살사 클럽으로 2차까지 갔다. 다 함께 이동해서 럼을 마시며 또 춤추고 즐거웠던 밤이었다. 콜롬비아 칼리에 있으면서 살사와 바차타를 잘 추는 현지 친구들이 생기니 클럽 가는 재미가 물씬!

페르난다 고마워!!
페르난다 친구들과 간 2차 클럽


신기하게도 12월의 모든 약속과 행사들이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 사보르 마니세로 학원 행사날은 드레스코드가 있었는데 바로 블랑코, 흰옷을 입고 가야 했다. 저녁 9시 반부터 시작한다던 행사는 역시나 늦게 시작. 10시쯤 갔음에도 텅텅 빈자리들. 그 후로 사람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해서 자정이 넘어서야 쇼가 시작되었다. 그전까지는 각자 알아서 파트너 찾아 살사를 췄는데 아직 내가 먼저 춤 신청을 할 깜냥은 없어 춤추는 시간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학원 행사는 2시가 넘어서도 끝날 기미가 안 보여 결국 먼저 슬금슬금 집으로 갔더라는.


사보르 마니세로의 연말 행사


크리스마스 전 마지막 행사는 내가 다니는 개인 레슨 살사 학원인 룸 바이 살사에서 했다. 각자 음식을 만들어오거나 술을 사 오면 되는 간단한 룰. 난 단무지가 없어 갖고 있는 재료로 현지식 삼겹살 김밥을 만들었는데 어찌나 다들 맛있다고 난리던지, 진짜 단무지 들어간 김밥 먹으면 다들 쓰러질지도? 특히 채식주의자인 카린은 삼겹살 빼고 먹었는데 정말 만족해했다. 이것저것 나눠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소셜 살사 때처럼 테이블을 한쪽으로 치우고 술 마시며 살사 바차타 등 춤추기 시작! 이런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은 학원에 가고 축제하는 곳이 있으면 거기도 가고 그 외의 날에는 살사 클럽에서 자정 넘어서까지 매일 춤추며 놀았다.


룸바이살사 학원의 크리스마스 파티


정작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니 갈 곳이 없더라. 크리스마스, 새해의 마지막 날 등 모든 의미 있는 날은 항상 가족과 보낸다는 콜롬비아 사람들.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그럴 게다. 난 호스텔에 묵지도 않아 호스텔 파트에 가기도 애매했는데 너무 고맙게도 페르난다가 손을 내밀어줬다.

우리 집에 같이 갈래?


칼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2시간 거리에 있던 페르난다의 엄마 집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이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똑같이 생긴 남동생 페르난도와 셋이 같이 젠가도 하고 옥상에서 불꽃놀이도 하며 보냈던 특별한 크리스마스, 페르난다 엄마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마음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였다.


페르난다 집에서 보낸 특별한 크리스마스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적했던 12월의 칼리, 이제 더 핫한 살사 축제가 곧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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