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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l 03. 2020

칼리의 살사 축제, 페리아 데 칼리

살사의 고장 칼리, 축제 현장에 가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12월 25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칼리 최대의 축제!

페리아 데 칼리(FERIA DE CALI)!


25일 살사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칼리 시내 전역에서 각종 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이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나. 10월에 처음 칼리에 왔을 때 빅터가 12월 말에 칼리에서 가장 큰 축제가 열린다고 말해줬었다. 도시 전역의 수많은 살사 클럽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전 세계 관광객들이 이 기간에 많이 방문하고 한 달 내내 축제 분위기라고 말이다. 내가 서둘러 칼리로 돌아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칼리의 12월 살사 축제였다.


살사 학원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살사 축제의 시작인 퍼레이드를 보러 가기로 했다. 저녁에 시작하지만 자리를 잡으려면 낮부터 가서 있어야 한단다. 서울 세계 불꽃축제처럼 아침부터 가면 가장 좋은 자리 맡는 것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리는 점점 뒤로 밀리거나 잘 안 보이는 자리만 남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돈 주고 살 수 있는 좌석도 있었는데 너무 비싸기도 했고 편안히 의자에 앉아 관람하기보다는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느끼려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맡는 사람이 임자석을 택하기로 했다.


3시 좀 넘어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미리 가 있던 다른 친구들을 만났다. 스피커 앞쪽이라 귀가 띵하겠다 싶었지만 낮에 적당히 햇볕을 가려줄 무언가가 필요했기에 대형 스피커는 우리에게 필요악이었다. 화장실에 가기 싫어 물도 별로 마시지 않고 시간을 쭉 보내다 보니 어느덧 해 질 녘, 오후 6시가 넘어서면서부터 뭔가 퍼레이드 비슷한 것이 시작되었다.


칼리의 버스회사부터 환경미화업체, 주류업체, 협찬사 등 다양한 회사를 홍보하는 차량과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거나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우리 뒤쪽에서는 누군가 거품인지 뭔지를 막 뿌리기 시작하는데 한 두 번이지.. 온 머리와 몸에 흰 거품들이 가득가득... 나중엔 하도 뿌려대서 성질이 났지만 어쩔쏘냐! 그냥 즐겨야지!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


나와 에블린은 그냥 웃지요. 거품 이제 그만!
우리 뒷편의 수 많은 사람들


스피커 바로 앞자리라 심장은 우퍼 소리에 맞춰 두둠칫 두둠칫! 언제 들어도 좋은 살사 음악은 스피커의 거대 볼륨으로 인한 불편함마저 사라지게 해 줬다. 퍼레이드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렸던 3시간 동안 살사 학원과 클럽에서 한 다리 두 다리 거쳐 알게 된 다양한 국적의 동행들과 함께 사진 찍으며 놀았다. 특히 저 네모난 선글라스 낀 줄리와 중절모 쓴 콜롬비아 친구는 다음 해에 이 페리아 데 칼리 퍼레이드에 댄서로 출전까지 했으니 그들의 살사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나도 나름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자는 주의인데 이들이 살사를 추며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페리아 데 칼리, 살사 퍼레이드를 기다리며


퍼레이드를 기다리면서도 이 좁은 공간에서 살사 음악이 나오면 살사를 추고 콜롬비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다들 떼창을 하고 어떤 음악에도 엉덩이 흔들며 온몸에 바운스 바운스! 내 발은 언제나 살사 스텝에 상체는 웨이브 타며 기다림을 즐겼다.


우리가 자리 잡은 자리가 고가도로 아래쪽이었는데 반대편 고가도로 위로 나중에 인파가 다 몰려 사람들로 가득 찼다. 통제 중인 곳이라 올라갈 수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파가 몰려 경계가 허물어지더니 저렇게 고가도로 난간까지 사람들로 채워졌다. 해가 지고 나서야 진짜 퍼레이드가 시작될 분위기!

61주년 페리아  칼리
FERIA DE CALI!
2018 페리아 데 칼리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살사부터 화려한 전문 살사 댄서 복장을 입은 댄서들까지 단체로 지나가며 중간중간 지정된 곳에 멈춰서 음악에 맞춰 살사를 추기 시작했다. 여럿이 함께 여자 댄서를 공중으로 던졌다가 받기도 하고 각 팀과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살사를 선보였다. 소년소녀 섹션에서는 끼 많은 소년 한 명이 무대를 휘젓고 다니듯 쇼맨십부터 화려한 발재간까지 모든 것을 보여줘서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녀석 크면 장난 아니겠는데??!!
콜롬비아 칼리 최대 살사 축제


브라질 카니발처럼 휘양 찬란한 복장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모든 댄서들이 멋진 살사 쇼를 보여줘서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주류 협찬사가 준 럼도 홀짝홀짝 마시며 나도 후끈 달아오르고 페리아 데 칼리도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 어후 핫해!!


페리아 데 칼리, 살사 퍼레이드


끝이 없었던 페리아 데 칼리, 살사 퍼레이드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끝이 보이지 않던 퍼레이드 행렬도 역시 끝은 있었다. 퍼레이드가 끝났어도 사람들은 곳곳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술을 마시며 이 축제의 시작을 즐겼다. 사실상 난장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엄청난 인파 사이사이로 지나가면서 차가 다니는 큰길로 나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는 중에 우리는 다들 뿔뿔이 흩어졌고 우버며 택시며 잡기가 너무 어려워 한참을 걸어 나와서야 차를 탈 수 있었다. 사진 몇 장으로 살사의 고장 칼리에서의 살사 축제, 퍼레이드를 다 보여주긴 어렵지만 그래도 살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볼 만할 것이다.


축제의 절반은 본 것 같은 느낌, 이제 30일까지 칼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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