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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l 04. 2020

피에스타는 계속된다. 근데 누구??

살사 무지렁이가 Los Van Van을 만난 날

칼리 최대 살사 축제라고 해서 여길 봐도 축제 저길 봐도 축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공연과 행사가 열리는 장소를 매일 시간별로 찾아가면 몸이 하나라도 부족하겠지만 그거 다 찾아갈 의욕도 체력도 없던 나, 이미 살사 축제 퍼레이드 보고 온 날 바로 뻗어버렸고 다음날 스티븐과 바차타 수업이 끝나고 급하게 알게 된 스티븐 생일! 초 켜기 전에 생일 선물이라도 사려고 센트로에 부리나케 다녀온 후로 또 뻗어버렸다.


스티븐 생일 초 켜던 날, 스티븐이 22살이라는 것을 이제야 안 나


저녁에는 올해의 마지막 소셜 살사 행사에 가려고 꾸역꾸역 일어나 학원으로 고고! 이번엔 다 같이 센트로 공원 쪽으로 이동했다. 페르난다와 갔던 클럽 콜롬비아 맥주 행사장으로 가네? 게다가 오랜만에 남초!! 보통 여자가 더 많았는데 이 날 모인 다국적 여행자들이 거의 다 남자였다. 다들 살사 초짜들이라 남자 많다고 살사 같이 출 사람이 많아진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소셜 살사는 클럽콜럼비아 맥주 행사장에서


우린 다 같이 맥주나 럼 마시며 춤추고 놀기에 바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연말이라고 매일 나가서 놀고 춤추고 그랬던 날이 있을까 싶다. 연말뿐만 아니라 칼리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이 나에겐 인생 최대의 유흥이었다. 한국에서도 송년회다 뭐다 매일 사람 만나고 술에 절어 살진 않았으니까.


한 번은 정말 아무 일도 없던 날 저녁, 페르난다와 제이슨을 집에 초대해서 같이 저녁을 먹고 한 달 전 태국에서 일주일 동안 배워 온 타이마사지를 직접 해주기도 했다. 태국 마사지샵에 가면 입는 복장까지 다 갖춰서 말이지. 물론, 마사지는 풀코스 1시간을 해주진 못했고 워밍업과 하체 위주로만 했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스티븐과의 바차타 수업 마지막 날에는 실수 없이 마지막 곡을 끝내고 이산가족 상봉 수준으로 얼싸안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저 같은 주의 하루하루가 지나갈 뿐인데 연도가 바뀐다는 것에 그 해의 끝을 잡고 그냥 보내는 날 없이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특히 해외에서 보내는 연말인지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살사 학원도 올해는 마지막 날, 학원 선생들끼리만 한 잔 하는 자리에 빅터가 넌 친구라며 나를 불러줬다.

응? 썸씽 스페셜??


어렸을 때, 위스키 하면 썸씽 스페셜, 시바스 리갈(대갈이라고도 부르지) 웃자고 하는 소리였는데 레알 썸씽 스페셜을 보니 웃음이 자꾸 나왔다. 친구들끼리 한 잔 하자고 위스키를 따라주던 빅터, 학원에 대한 조언부터 한국인 여행자에게 학원을 종종 소개해준 나. 빅터는 이제 살사 선생이 아닌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물론, 사적으로는 페르난다와 제일 친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잠시 학원에 들른 손재주가 많은 베네수엘라 친구가 머리도 예쁘게 따줬다. 기분 좋네!


학원 행사에 자주 참석하지 않는 스티븐도 와있었다. 한 동안 휴가차 집에 간다는 스티븐. 가기 전에 스티븐과의 마지막 바차타 춤을 출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스티븐은 정말 섬세하고 부드러운 댄서다. 프로페셔널 댄서인 데다가 이렇게 어린 나이인지도 몰랐을 정도로(22살이라니... 페르난다도 비슷한 나이;;) 티칭 실력이 나에겐 빅터 다음이었다. 나중에 프로페셔널 살사 댄서였던 브라이언에게도 배워봤는데 그와 비슷한 수준. 게다가 신체접촉이 많은 바차타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아마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내가 불편함을 못 느꼈을 수도 있었을게다. 간혹 본인이 더 돋보이게 추기도 하지만(간혹이 아니라 매번;;) 왜 바차타는 스티븐 스티븐 했는지 이제 알게 되었다.


스티븐과의 마지막 바차타, 썸씽 스페셜 그리고 머리따기 장인의 솜씨


대망의 29일, 콜롬비아에서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마신다는 뽀께르POKER(가장 저렴하다)에서 주최하는 콘서트가 있다고 해서 페르난다와 함께 갔다. 며칠 전부터 페르난다가 같이 갈 것인지 입장료가 5만 페소(약 18,000원)라고 미리 알려줬었다. 뭐 이리 입장료가 비싼가 했는데 들어가 보니 무대 앞자리인 데다가 들어가자마자 아이스박스에 맥주캔을 얼음과 함께 가득 담아주고 탁자에 의자까지 있었다. 이 좌석이 아니면 1층은 모두 스탠딩! 우리 자리 뒤에 있던 바리케이드가 스탠딩 구역과의 경계였다.


처음에 이름 모를 가수들이 나와 노래 부르고 춤추고 살사 음악 나오면 빈 공간에서 살사 추며 놀았다. 앉아있다 서 있다 맥주 마시며 춤추고 사진 찍고! 서 있는 사람들을 힐끔힐끔 보며 의자가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파비앙이 있어 춤 추기도 좋았고 신기하게도 옆 테이블도 페르난다 친구들이 와서 그 친구 중 한 명과도 살사를 췄다.


세 번째 팀이었나? 모든 사람들이 다 일어서서 동영상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난 누군지 모르니. 속으로 ‘여기서 엄청 유명한 사람인가 보다’ 하고는 덩달아 동영상 촬영 시작한 나. 알고 보니 그들은.... 쿠바 살사계의 조용필 같은 가수였다.

로스 반반 LOS VAN VAN
어쩌다 보니 Los Van Van 로스반반 콘서트


어쩐지...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난 이 콘서트가 끝나서도 그들이 누군지 몰랐다. 그냥 눈치껏 유명한 가수구나 정도. 내가 나중에 쿠바에 와서 살면서 로스 반반 공연 보러 간다고 줄 서고 살사 콘서트 마지막을 장식할 로스 반반을 장장 8시간 넘게 기다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저렇게 떡하니 로스 반반 LOS VAN VAN이라고 쓰여 있었는데도 콘서트 끝나고 그들이 누군지 찾아볼 생각조차 안 했다. 살사 무지렁이 시절. 고작 난 살사에 입문한 지 한 달 반 정도 되었을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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