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유 Jul 05. 2020

잠시만 안녕

아디오스 2018! 올라 2019!

크리스마스 전에 집을 한 번 옮겼다. 에어비앤비를 처음 하는 주인이라 내가 입주한 후에도 부족하거나 필요한 세간 살림을 사다 주곤 했었다. 어느 날 와인 잔을 갖다 주면서 와인을 한 병 선물하겠다고 하더니 정말 가져왔네? 이렇게 착한 집주인을 봤나?!! 내가 살아 본 에어비앤비 집 중에 가장 집주인이 착하고 내 조언을 잘 들어주었던 사람이었다. 전망과 시설이 좋았던, 조금 비싼 것 빼고는 만족스러웠지. 아무튼 와인도 때 마침 있었고 2018년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연말 마지막 만찬을 준비했다. 최근 페르난다 친구들을 자주 만나기도 했고 페르난다가 먹어 본 내 한국 음식 이야기를 듣더니 다들 궁금해하기도 해서 30일 저녁에 마련한 만찬.


사실 난 7남매의 큰 집에서 자랐다. 집에 제사도 많았고 상 차리는 일이 잦아 어머니께서 부엌일 하시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 제사 없는 차남 집으로 시집가야지 할 정도였으니... 뭐든 뚝딱뚝딱 차리시는 어머니 덕분일까? 음식 만드는 것도 재밌어하고(그러긴 싫었지만)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행... 복... 하더라. 가만히 앉아 넙죽넙죽 받아먹는 성격이 못 되는지라 부엌데기로 살기 싫다 해도 항상 부엌에 있는 나를 발견. 심지어 남의 집에서도 말이다.


부엌데기는 싫어요!!


아무리 외친다한들 요리하는 것에 스스로 재미를 느끼니 사람들을 초대해 밥 먹고 요리를 해서 갖다 주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친구들을 불러 한 상 차렸다. 젓가락질부터 어려워하던 친구들, 그래도 페르난다는 나를 만나고 일취월장하여 젓가락질을 곧잘 했고 호세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아시아 문화를 잘 알아서 그런지 젓가락질을 꽤나 잘했다.

이게 뭐야?
이 소스 너무 맛있어!!!


고추장이 맵다고 못 먹던 페르난다가 이번엔 잘 먹네? 너무 매워하길래 참기름과 설탕으로 달달하게 만들었더니 하나도 안 맵단다. 쌈장을 잘 먹겠거니 했는데 페르난다의 취향은 달달한 고추장이었던 듯! 매운 것을 먹으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정말 못 먹는 편인데 이 날은 고추장을 혼자 거의 다 먹던 페르난다. 소시지 야채볶음은 한국에서는 술안주지만 해외 나오면 쏘야만큼 만들기도 재료 구하기도 쉬운 것도 없다. 게다가 맵지도 않아 외국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 삼겹살과 쏘야로 만찬은 성공적!

우리 새해에 만나자!


헌 해고 새해고 그래 봤자 며칠 후였는데 뭐 그리 의미를 뒀나 싶기도...


열심히 젓가락질 하던 친구들과의 2018년 마지막 만찬


가족적인 분위기의 콜롬비아, 중남미 문화권이 다 그렇겠지만 역시나 새해는 다들 가족과 함께 맞이하더라. 호스텔 같은 곳에서 연말 및 새해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은 여행자 아니면 호스텔 주인 가족들뿐이었다. 낮엔 학원에 있던 사람들끼리 피자 시켜먹고 저녁엔 학원에서 알게 된 이스라엘 친구의 호스텔에 다른 한국인 여행자와 함께 놀러 갔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2018년의 마지막 날을 혼자 보낼 뻔했지.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놀다가 다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했다. 5, 4, 3, 2, 1

Feliz año nuevo!!


누군가 샴페인을 터트리고 여기저기 막 뿌려 대고 난 도망가느라 바빴다는.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거기서 마주하는 모든 이에게 새해 인사를 하며 포옹하더라. 첨엔 어리둥절. 이런 문화는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새해 인사로 빅터와 빅터 동생 리나가 함께 동영상을 찍어 보내줘서 고마웠다. 그렇게 나의 2019년이 시작되었다.


2018년의 마지막 날, 살사 학원에서 피자 파티
2018 아디오스! 2019 새해 불꽃 뿅뿅


그리고 너무나도 조용한 1월 1일을 맞이했다. 오롯이 혼자 집에서 하루 종일 영화를 보며 먹고 자고 쉬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특히, 15년 만에 본 킬빌은 꽤 자극적이었지만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었다. 그다음 날부터 똑같은 생활의 반복. 낮엔 살사 학원에 가고 밤엔 클럽에 가고 중간중간 쿠바 갈 준비를 하며 그렇게 이틀을 보냈다.


수요일은 라토파, 목요일은 엘링컨 클럽


칼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에는 이미 칼리에 두고 갈 짐을 갖고 페르난다의 집으로 갔다. 흔쾌히 내 짐을 맡아주겠다는 페르난다. 상하지 않는 각종 먹을 것들과 살림살이(압력솥) 뿐이긴 했지만 꽉 채워보니 이민가방 그대로 하나 가득이었다. 칼리에 올 때는 확장한 상태였지만 이번엔 확장하지 않은 상태. 짐을 두고 근처 사는 파비앙과 페르난다 이렇게 셋이 맥주 한 잔 하러 나왔다. 페르난다가 여기저기 연락하더니 브라이언도 왔다. 우리가 갔던 곳은 절반은 내부에 절반은 외부에 자리가 있던 한국으로 말하자면 호프집 같은 곳이었다. 살사 클럽이 아니라도 음악이 나오면 어디에서라도 춤출 수 있는 콜롬비아.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바차타를 잘 추는 페르난다와 브라이언을 보며 갈 길이 멀었음을 또 실감한 나. 2차로 카페미띠에라에 가서 또 한 잔 하며 살사 & 바차타!

 있어~~
쿠바 다녀와서 보자!!
칼리에서의 마지막 밤, 언제나 함께하는 페르난다와 파비앙


정말 며칠 뒤면 쿠바다. 내일 보고타로 버스 이동 후, 하루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쿠바로 떠난다. 2015년 12월에 처음 쿠바를 여행한 후 만 3년 만에 쿠바 방문이다. 두 달 전만 해도 프리랜서로 하던 일이 있어 쿠바 방문은 엄두도 못 냈는데(인터넷 사용이 어려워) 친한 언니가 쿠바에 온다길래 같이 며칠이라도 여행하기로 했다. 1월 말까지 아바나에만 있을 예정이라 언니에게 한 당부.

아바나는 남겨두고 다 구경해!


쿠바는 얼마나 변해있을까? 매일 급속도로 변한다는 쿠바, 그리고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쿠바까지 갔는데 이번엔 쿠바 살사를 배워봐야지! 움헤헤헤헤

매거진의 이전글 피에스타는 계속된다. 근데 누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