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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n 02. 2020

내 첫 살사의 추억

살사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

중남미 여행을 하면서 살사라는 단어를 쓸 일은 소스를 찾기 위해 또는 소스를 주문하기 위해 썼던 마트와 레스토랑이 전부였다. 그랬던 살사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줄은 꿈속에서라도 절대 상상할 수 없었다.


2015년 여행 중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숫가의 어느 스페인어학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처음 살사를 접했다. 작은 키의 조용조용한 원장 선생이 살사 음악에 맞춰 현란한 몸놀림을 보여줄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거기서 처음 살사를 배웠고 나름 곧 잘 따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리고 다음 달에 간 쿠바 여행 중 까사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교포 2세 동생과 함께 살사를 춘 것이 두 번째다. 그것도 새벽녘의 말레꼰에서 까사(숙소) 사람들과 다 같이 나가 우연히 만난 쿠바노들이 틀어준 음악에 맞춰 우리는 살사를 췄다. 겨우 살사 스텝 정도만 아는 나의 어설픈 몸짓에 대해 그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누나 너무 뻣뻣해요


나 과테말라에서는 잘한다고 칭찬 들었는데...

그게 나의 마지막 살사였다. 재미는 있었지만 그냥 거기까지. 그러다가 콜롬비아에서 단 한 시간 만에 그 전의 어떤 경험과는 다른 재미를 느꼈다. 여행에 대한 즐거움이 시들해질 때가 되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콜롬비아에서 살사를 처음 배운 그날 밤, 그 시간 덕분에 내가 지금 쿠바에까지 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사는 소스라고만 생각했던 살사 문외한이 살사의 세계에 첫 발을 디뎠다. 고작 한 시간 배우고 나 엄청 잘하는데? 재밌는데? 바로 학원 등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호스텔 무료 살사 그룹 레슨을 학원 선생들이 나와서 하는 이유다. 요즘 배우는 여행이 유행이니 더더욱 그럴 게다. 나도 그랬으니까. 살사를 처음 배운 날 밤, 학원에서 하는 소셜 살사 파티가 있다고 했다.


나도 가볼까? 아미고 갈 거지?


아미고는 이미 소셜 살사를 경험한 상태였지만 그 학원의 죽돌이처럼 하루 종일 살다시피 하였기에 매주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간다 했다. 나 역시 친구 따라 강남 갈 겸 겸사겸사 가야지!

정말 열심히 춤추던 여행자들

우버를 타고 도착한 학원은 좀 후텁지근했다. 삼삼오오 여행자들이 모여들었고 아까 호스텔에서 나랑 같이 살사를 배운 외국인들도 꽤 있었다. 소셜 살사는 다름 아닌 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 살사를 같이 추는 것이다. 간혹 살사 학원 선생들이 영업 삼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의 파트너가 되어주기도 한다. 아미고 소개로 거기 있던 선생들과 인사를 하고 그중 아미고에게 살사를 가르치고 있는 빅터와 첫 살사를 추게 되었다.


나 한 시간 배운 거 맞나?
나 엄청 잘하는데?
빅터와의 첫 살사

나도 모르게 어깨가 마구 올라가고 광대가 치솟으며 입꼬리는 이미 귓불과 닿을 지경이었다.

넌 댄서야! 너무 잘하는데?


빅터와 춘 나의 첫 살사는 성공적이었다.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100배 치솟을 정도로! 추후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그 말을 모든 수강생에게 했더랬다. 그것도 모르고 칭찬받았다고 어깨 으쓱! 난 살사 천재라도 된 것처럼 날아다녔다. 물론, 소셜 살사 파티가 끝나고 간 살사 클럽에서 내 모든 자신감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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