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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ug 03. 2020

콜롬비아의 스무 살에게 주는 생선

컬처쇼크는 계속된다


친한 언니가 보낸 카톡!

이모티콘이 어찌나 귀엽던지. 빨강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서로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 하듯 짝짜꿍 하는 그런 사랑스러운 이모티콘이었다.


“저건 어디서 났어?”

“생선으로 친구한테 삥 뜯음 ㅎ”

“생선으로 삥을 뜯다니?”

“생일선물로 ㅠㅠ”


앗!! 생선을 못 알아들은 나를 보고는 슬퍼지려 한다는 언니. 내가 시대에 뒤쳐지나.. 생선이 생일 선물이라니.. 줄여 쓰는 말에 익숙하지 않은 이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버린 베이비붐 자녀의 세대라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생선을 알게 된 지 어언 2년, 마침 오늘이 살사 학원의 막둥이 선생인 제이슨 생일이란다. 스티븐 생일에는 22살 인지도 모르고 오메가3를 줬는데 제이슨도 비슷한 나이거나 그보다 어리다는 생각에 생선으로 뭘 줘야 할지 모르겠더라. 고민 끝에 쿠바에서 사 온 시가를 통에 담아 선물 느낌 나게 줬다.


사실 안 주고 안 받기를 생활화하는 지라 생일이고 뭐고 잘 안 챙기는데 이 친구들은 워낙 어기리도 하고, 뭔가 챙겨주고 싶었다. 시가를 받은 제이슨은 담배를 입문하는 단계였던지라 나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내 생선을 받았다.


근데 네가 갓 스무 살이 되었다니...


제이슨 생일 축하 케이크 자른 날


살사 선생들이 대부분 나이가 어린 편이었는데 혹여나 나이를 물으면 몇 살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제이슨도 마찬가지. 22살이라더니!! 선생인데 너무 어린 나이면 살사 가르치는데 좀 그런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빅터 말을 듣자니 콜롬비아에서는 청소년들이 워낙에 조숙해서 나이를 올려 말하며 클럽에 가거나 거기서 성인을 만나고 그런단다. 자기도 클럽에서 만난 여자가 알고 보니 청소년!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고.


우리랑은 정반대! 난 외국인이 나이를 물어보면 내 나이를 듣고 기함할까 봐 나이를 낮춰서 말하는 편이다. 내 나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놀라니까. 그리고 나이 많은 거 알고는 좀 격식 차려서 대하는 경우도 봤다. 그게 싫어서 누가 물어보면 비밀이다 말하거나 몇 살 빼서 말한다. (많이 뺄 때도 있음)


아시안 매직. (동안이 많은 아시아 사람들)

워낙에 어려 보이니 나름의 하얀 거짓말이랄까?

빅터가 나보다 다섯 살 더 어리니 말 다했지.


제이슨 생일날 살사 학원에서 맥주 한 잔 중


제이슨 생일 다음 날이 소셜 살사 하는 날이었다.

빅터와 페르난다가 내일 꼭 오라고 한다.

스페셜한 뭔가가 있다며...


제이슨 생일맞이 깜짝 선물이라도 준비한 겐가?


키미와 수동이 그리고 카린 등 모두 소셜 살사 하는 날에 학원에서 만났다. 다들 여기서 개인 레슨으로 살사를 배우고 그룹 레슨은 다른 학원에서 이미 배웠거나 배우고 있었다. 여행자들이 꽤 많이 모였던 그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살사 쇼를 하고 힙합 댄스도 보면서 시작된 소셜 살사 데이.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소셜살사 데이


그리고 이어진 소셜 살사 타임!

거의 한 달 만에 소셜 살사를 추니 감회가 새롭구나. 쿠바 다녀와서 콜롬비아 살사를 다시 시작한 지 이틀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머리는 기억을 못 하는데 몸이 기억한다. 신기했다. 다만, 쿠바 살사 하면서 상체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만 빼고는 달라진 건 없었다. 몸의 움직임에서 전과는 다른 그루브가 아주 미세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빅터와 춘 콜롬비아 살사 & 서프라이즈 이벤트

11시가 넘어 뭔가 선생들끼리 비밀리에 작전을 짜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제이슨이 다른데 정신 팔리게 만들기 시작. 그러고는 눈을 감고 의자에 앉게 하더니 곧 시작된 제이슨을 위한 서프라이즈!


갓 스무 살이 된 콜롬비아 청년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학원의 다른 통로로 들어온 여성이 2층에서 내려왔고 난 난생처음 스트립 댄스를 보게 되었다. 세일러문 복장 비슷한 차림의 여성 댄서는 곧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 속옷만 남긴 상태로 레게톤 클럽에서나 보던 노골적인 자세와 움직임을 시전 하더니 결국 홀라당 다 벗어재꼈다. 오. 마이. 갓.


첨엔 흥미로워서 동영상을 찍다가 속옷 차림이 되더니 그것조차.. 순간 동영상 중지. 난 그걸 벗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마지막엔 스트립 댄서가 관객?에게 다가가 비비적대기까지. 물론 여자한테 그러긴 했다만 눈을 어디다 둬야 하나 싶었다. 살사 선생들은 서프라이즈 성공해서 좋아하고 재밌어하는데 양인 여행자들 표정은 영 아니올시다. 쇼가 다 끝날 때까지 댄서는 부츠만은 벗지 않았다. 바로 소셜 살사가 시작되었고 우린 밖에 나가 시원한 바람을 쐬었다. 눈이 휘둥그레 했던 호주 친구도 카린이도 “투머치”라고 했다. 나도 완전 옷을 다 벗은 상태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스트립쇼를 보는 건 좀 그랬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이구나.


소셜 살사가 끝날 무렵 삼삼오오 모여 2차 살사 클럽으로 향했다. 매번 가는 카페미띠에라, 여전히 핫해 핫해! 제이슨 생일 뒤풀이 정도 되려나? 연말과 비슷한 패턴의 나날들이었지만 간혹 이런 이벤트도 있고 새로 사귄 친구들도 있어 12월의 칼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근데 잊혀질만 하면 찾아오는 컬처쇼크를 언제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콜롬비아 칼리 2차 살사클럽, 카페미띠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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