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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ug 08. 2020

젊음이여 부럽소이다

마음만큼 안 움직이는 내 다리


쿠바에 다녀온 지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살사 그룹레슨 학원(개인 레슨도 함)인 사보르 마니세로만 열심히 다녔다. 개인 레슨 학원에서의 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고 다리에 힘이 빠질 정도로 고강도의 살사 수업이었다.


그룹 레슨 학원은 처음 몸풀기 30분, 그리고 레벨별로 나눠져 한 시간 정도 수업을 한 후, 마지막 30분은 요일마다 다른 춤을 배운다. 예를 들면 바차타라든가 레게톤 춤이라든가. 30분 몸풀기만 해도 숨이 턱턱. 물부터 찾게 될 정도로 힘들었다.


레벨 1일 때는 암 시렁도 안 하더니 레벨 2로 올라가니 차원이 다른 수업 강도에 나이 든 내 몸뚱이와 내 저질 체력이 원망스러웠다.


사실 배낭여행하며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거뜬했던 지구력 최강 체력의 나인데 말이다.


콜롬비아 칼리 유명 살사 학원 사보르 마니세로


** 콜롬비아 살사 그룹 레슨 레벨 단계

입문 1A - 초급 1B - 초중급 2A  - 중급 2B - 상급 3

1A : 살사 초보자 (보통 5시간이면 1B로 올라감)

1B : 입문 단계를 마친 초보자들 코스

2A : 기본 살사 온원 패턴 위주 + 칼리 스타일 살사

2B : 칼리 스타일 살사 위주

3 : 스타일링이 들어간 프로급 칼리 살사



레벨 올라간 것도 나의 의지였다. 이미 많이 배운 상태라 계속 레벨 2A에 있기도 애매했던 차에 원장 선생에게 2B로 가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니 가랜다. 남자 파트너가 부족하면 원장 선생도 투입되는데 같이 살사를 몇 번 출 때마다 잘한다고 했기에 이때다 싶어서 며칠 수업을 듣다가 물어본 것이었다. 이미 레벨 2B에 여자가 많아 안 올려줄 수도 있다는 스위스 친구 카린이의 말이 있었지만 올라가서 천만다행!


그렇게 도스베(2B)에서 그룹 레슨을 시작했다. 다시 칼리에 오고 열흘 전에 올라갔던 것 같다. 칼리스타일 살사를 배울 때는 발꿈치를 땅에 대지도 못하게 하는데 이 레벨이 특히 그랬다. 반복 반복 반복.


스무 살쯤 사고를 쳤으면 내 자식 정도 될 나이의 청소년들도 있었는데 확실히 턴이나 몸 쓰는 동작을 참 잘하더라. 난 문어 다리가 될 정도로 다리가 풀릴 지경. ‘역시 운동이든 뭐든 어려서부터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저만치 가고 있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

서글픈 이 마음 어찌하리.


그룹 레슨 학원 사보르 마니세로 올라가는 길


젊은 청소년부터 중년 이상의 나이 있으신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불문 콜롬비아 칼리에 사는 현지인을 가장 많이 만났던 사보르 마니세로, 개인 레슨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매일의 미션 같은 느낌도 있었고 운동 강도가 있어 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진짜 칼리스타일 살사를 배울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비록 내 다리는 문어 다리가 될지언정. 어느 정도 레벨 2B에 있다 보니 몸 자체가 튼튼해지는 기분이 들더라. 역시 운동!!


한 번은 수 번을 계속 틀리던 스텝이 있었다. 정말 포기할까 생각할 정도로. 선생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시켰는데 내 순서에서 못하는 바람에 우리 레벨 전체가 스쿼트를 했어야 했다.


아놔 정말!! 내 몸이 안 따라주는 걸 어떡해!!
내가 보기보다 나이가 많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어찌나 잘 되던지. 나도 모르게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약간의 강압적 분위기에 주눅 들어 더 실수를 했나 보다.


16회에 100,000페소, 한국 돈으로 35,000원 정도 된다. 2월 초부터 주말 빼고 거의 빠지지 않고 다니고 나니 벌써 2월 중순. 고난도인 칼리스타일 살사는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단지, 내 안에 쿠바 살사를 더 추고 싶어 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 수업 시작 전 핸드폰을 가방에 두고 끝나서야 꺼낸 관계로 사진 한 장 없음.


학원 가는 나의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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