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유 Aug 12. 2020

너는 드론 나는 짜장

반죽은 한국인 면밀기는 중국인


7년째 자전거 여행을 하는 중국 친구 수동이. 어느 날, 수동이가 갖고 있던 동영상 중 하나를 봤는데 콜롬비아 칼리 바로 여기서 찍은 드론 동영상이었다. 호스텔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교회 앞 광장에서 찍었는데 너무 멋있었다.


“수동! 나도 드론~~뽀르 빠보르(스페인어로 제발)!”


새벽녘 해뜨기 전에 찍어야 한다는데 걱정마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침잠 없는 사람이거든!

알람 1-2초만 울려도 바로 깨는 예민형 인간이란다.


그리하여 우린 날을 정했다. 딱히 날을 정했다기보다는 내일 찍어? 물어보고 다른 날로 미루다가 진짜 내일 찍기로 했다.



드론 촬영 시간에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여유롭게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우버를 불렀다. 혹시나 이른 시간이라 우버가 오다 취소될까 봐 (종종 있는 일) 여유롭게 불렀다. 그리고 슝~ 달려 도착한 수동이와 키미네 호스텔. 조심스럽게 수동이를 불렀고 수동이는 잠에서 겨우 깼는지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오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5-10분 정도 후, 키미랑 같이 나왔다. 둘은 같은 도미토리를 쓰고 있었는데 이 호스텔이 침대마다 커튼이 있어 나름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곳이라 깨우고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 듯했다.


둘 다 잠에서 겨우 깨서 주섬주섬 나왔더라는. 쏴리! 이미 둘은 다른 친구 한 명과 드론 촬영을 이미 했기에 나 때문에 다시 나온 거였다.


고마워!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

(이미 많이 같이 먹고 있었지만;;)


그렇게 호스텔 위에 있는 공원에서 드론 촬영이 시작되었다. 어찌나 신기방기 하던지! 드론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수동이는 동영상 촬영에 편집, 유튜브까지 하고 있던 친구라 역시 프로페셔널해!


수동이는 드론 조종중 / 키미는 누워 쉬는 중
나는 사진 찍는 중 by 드론


드알못이 처음 드론을 접한 날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 드론이 움직이는 좌표까지 설정해야 하는 듯! 드론은 우리가 콜롬비아 살사 스텝 밟는 모습을 멀리서부터 빠른 속도로 다가오며 촬영하고 다시 멀어지는 그런 루트로 움직였다.


서너 번의 시도 끝에 촬영 종료!


드론이 찍은 사진
촬영 종료 후 드론 잡기, 마치 토르를 연상케 함


저녁에 우리 집에서 짜장면을 해 먹자고 했다.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수타 짜장 해보지 뭐! 그리고 이런 건 여럿이서 먹어야 더 맛있으니까.


집으로 와서 좀 쉬다가 수타 짜장을 위한 밀가루 반죽부터 미리 해뒀다. 위생봉지 안에 어느 정도 완성된 반죽을 넣고 발바닥으로 치대기 시작. 터지지 않게 섬세한 발놀림으로 반죽을 치댔다. 손으로 하면 더 좋겠지만 발 힘이 손을 따라가긴 어렵다. 위생봉지 씌우고 발도 깨끗이 닦았으니. 헤헤.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키는 동안 살사 그룹레슨 학원을 다녀왔다. 약속 시간에 맞춰 우리 집에 도착한 키미와 수동이. 아침에 고생했다! 이제 짜장파티다!


센스만점 수동이는 밸런타인데이라고 장미꽃에 초콜릿까지 가져왔다. 키미랑 나에게 주는 선물!


수동이가 준 발렌타인 데이 기념 장미꽃과 초코렛


춘장이 아닌 갓 뚜기의 고형 짜장을 베이스로 돼지고기와 갖가지 야채를 넉넉하게 넣어 짜장을 만들고 밀가루를 써서 걸쭉함을 조절했다. 내가 짜장을 만드는 사이에 밀대가 없어 내 텀블러로 수동이가 반죽을 밀고 썬 후 키미가 면을 분리시켰다. 뭔가 면 밀기는 중국 출신 수동이가 해야 더 맛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여럿이 모이니 금방금방 되는구나.


나는 짜장 만들고 수동이는 면 밀고 키미는 면 떼고


실수를 하나 한 게 있었는데 면을 삶을 때 밀가루를 많이 안 털었다. 어쩐지 면이 자꾸 붙으려고 하더라. 그래서 면 넣은 냄비 물이 흰색 수준. 그렇지만 면은 잘 익었다. 사실 내가 면까지 준비했어야 했지만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었다.


완성! 신장금 표 수타 짜장면! (feat. 수동 & 키미)


콜롬비아 칼리에서 수타짜장면 만들어 먹기 성공적!


간짜장처럼 익은 면에 짜장을 얹고 그 위에 고춧가루 살짝 뿌려 먹으니 넘나 맛있는 것!


내가 만든 짜장면이 어느 중식 대가의 짜장면보다 더 맛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차마 이연복 님을 입에 담을 수가 없음) 내 나름의 인생 짜장이라고나 할까? 다시 만들라고 하면 한숨부터 나오겠지만 말이다.


목요일엔 엘 링컨 가는 날! 살사 클럽까지 다녀오니 우리 셋 낮 빼고 계속 같이 있었네?!!


콜롬비아 칼리의 목요일에 핫한 살사클럽 엘링컨


완성된 드론 동영상 캡처


드론 촬영 동영상 버전 1 (콜롬비아 살사 스텝)

https://www.instagram.com/p/BuoZZzLBVON/?igshid=1xw1pobyylgj6

드론 촬영 동영상 버전 2 (수동이와 콜롬비아 살사)

https://www.instagram.com/p/BuoZ3O1hgLm/?igshid=1qvaq8aur34ux

매거진의 이전글 젊음이여 부럽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