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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n 05. 2020

프로페셔널 세계의 살사

콜롬비아 살사의 매력

콜롬비아 살사는 특별하다. 특이하다가 더 맞으려나? 난 살사 문외한이었다. 단지 콜롬비아를 거쳐 쿠바까지 오면서 살사를 몸으로 익히고 살사를 배운 사람들에게 살사에 듣고 경험적으로 체득했을 뿐이다. 내가 처음 배운 것이 콜롬비아 살사였고 살사 리네아(온원)를 시작으로 살사 깔레냐(칼리스타일 살사)를 같이 배웠다. (Cali는 칼리라고 쓰고 깔리라고 읽는다)

보통 한국에서 사람들이 추는 살사는 뉴욕 살사다. 온투라고도 부르는데 원(1)이 아니라 투(2)에서 첫 스텝이 들어간다. LA 살사를 온원이라 부르는데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원에서 스텝이 시작된다. 그리고 쿠바 살사와 콜롬비아 살사가 있다. 콜롬비아 살사, 특히 칼리스타일 살사(살사 깔레냐)는 발을 엄청 많이 움직이기로 소문나 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콜롬비아 칼리이고 처음 접한 살사가 콜롬비아 살사로 알려진 칼리스타일 살사다.


친구들(살사 선생들과 여행자들)과 함께 살사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 입구부터 인산인해였다. 길에는 거리 음식을 파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경기장 안에서 새어 나온 함성소리는 바깥까지 들릴 정도로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였다.

우리가 앉은자리는 가장 상층 구역의 좌석이었다. 아래층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들어가는데 표가 필요했던 것 같다. 우린 표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구역에 앉아 무대에서 펼쳐지는 그룹 살사 공연을 지켜봤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쿵쾅거렸다. 왜 이러지? 이게 뭐라고 두근거려! 화려한 무대의상에 살사 프로들의 움직임은 발이 안 보일 정도라 눈이 쫓아가기도 벅찼다. 빠르게 움직이는 발, 공중 점프와 엄청난 속도로 셀 수 없이 회전하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이게 콜롬비아 살사구나! 이런 두근거림과 격앙된 느낌은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기까지 했다.


살사 페스티벌이라고 쓰여 있어서 축제인가 했는데 컴페티션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엄청 많은 살사팀들이 나와 공연했고 누가 고득점을 받느냐가 이 날의 이슈였다.

눈을 뗄 수 없는 공연들이 이어지다가 저녁 9시 반쯤부터 살사팀이 없는 살사 음악만 나오는 공연이 펼쳐졌다. 오늘 경연은 끝났는지 더는 살사팀들이 나오지 않았다. 살사 음악은 쉴 새 없이 흘러나왔고 무대 앞에서부터 몇 명씩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춤판이 벌어졌다. 각자 앉아있던 의자를 포개고는 공간을 넓혀 살사를 추기 시작! 너무나도 생경한 광경이 신선했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음악과 살사를 즐길 줄 아는 콜롬비아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이미 무대 오른쪽 객석 공간은 살사 삼매경 중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춤 판은 뭐지? 나도 저기서 춤추고 싶어! 저 춤 판을 보기만 해도 흥분되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지?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다 같이 1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아직 할 줄 아는 게 몇 개 없어서 살사 음악을 들으며 마음만 온갖 스텝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컬처쇼크, 프로페셔널 급으로 잘 추는 콜롬비아나(콜롬비아 남자는 콜롬비아노, 여자는 콜롬비아나) 들을 보며 골반만 큰 나의 엉덩이와 비교되는 그들의 볼륨감 있는 몸매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기서 수준급으로 살사를 추는 사람들은 프로로 일반 사람은 아니었다. 그것도 모르고 엄청 주눅 들었던 나.

다음 날도 우린 살사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에 갔다. 마지막 날이라니 빠질 수 없지 않은가? 오늘 우승자가 가려진다고 한다. 어제보다 뭔가 더 화려한 느낌의 살사 공연은 볼거리가 가득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공연하는 팀이 나왔는데 같은 선수들도 환호하고 난리법석이었다. 대형 거울을 들고 나왔는데 살사를 잘 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던 경기장 안, 다들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별빛 반짝반짝 마치 콘서트에 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듀오 부분에서는 이탈리아 팀이 우승했다. 발레랑 섞여놓은 듯한 살사였는데 퓨전 느낌이 강했다. 그중 같은 자리에서 회전하는 기술을 보여줬는데 이게 여기서는 중요한가 보다. 회전 횟수가 길어질 때마다 환호성에 박수에 난리도 아니었다. 딱히 콜롬비아 느낌이 물씬 나는 팀은 아니었지만 전문가들 눈엔 우승할만했으니 그랬겠지?

오늘은 춤판이 어제처럼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는데 아까 우승한 이탈리아 팀 남자 선수를 우연히 만났다. 같이 사진도 찍고 관광객 놀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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