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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n 07. 2020

나도 간다 살사 클럽 투어

살사 추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살사의 본고장 콜롬비아 칼리에서의 일상은 매일이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조식을 먹고 오후에 있는 살사 개인 레슨 시간까지 프리랜서로 하고 있던 일을 했다. (온라인 여행사에 종사했음) 살사 레슨을 다녀와서 호스텔 살사 무료 레슨 구경하다가 간혹 여자 파트너가 부족하면 가서 도와주고 저녁을 먹고 맥주 한두 잔 마시다가 밤 9시쯤 그날 가장 핫한 살사 클럽을 가고 수요일은 살사 학원에서 하는 소셜 살사 파티에 갔다.


살사를 배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연습이다. 학원 레슨만 받는다고 살사가 늘진 않는다. 매일 살사 클럽에 가야 하고 매일 춤을 춰야 한다. 실제로 내가 살사를 같이 출 사람은 선생도 아니며 나랑 비슷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와 살사를 추느냐에 따라 내 살사 실력도 답보 상태 거나 늘거나 일취월장하게 된다. 이것을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쿠바에서 살사 배울 때였는데 쿠바 살사 이야기는 몇 개월 후이기 때문에 나중에 썰을 풀기로 한다.


그렇게 패키지로 10시간 수업을 거의 다 들었을 때 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바로 살사 클럽 투어! 살사 학원에서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투어였는데 살사 클럽 3군데 정도를 선생들과 같이 돌아다니며 같이 춤추고 노는 그런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시간당 레슨비가 한국 돈으로 만 원 정도인데 비해 살사 클럽 투어는 3-4시간 진행하니 거의 2만 원 정도다. 실전 연습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처음 간 살사 클럽은 전혀 모르는 지역에 있었는데 차량으로 이동해서 꽤 멀리 갔다는 것만 인지했다. 칼리의 밤은 도로마저 한적하다. 휑한 도로를 따라 쭉 달리다가 도착한 첫 살사 클럽! 운이 좋은 것인지 살사 클럽 투어 참여 인원이 선생인 빅터, 브라이언 그리고 빅터의 친구(알고 보니 첫사랑이자 옛 여자 친구)와 나 이렇게 넷! 남자 2명, 여자 2명이라 선생이 쉬지만 않으면 계속 춤을 출 수 있는 구조였다. 첫 클럽에서는 생맥주를 피쳐로 시켜서 마시고 계속 살사를 췄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동한 살사 클럽은 입구에서부터 제공되는 럼부터 한 잔 마시고 입장!

엄청나게 큰 홀이었는데 금요일에 오면 헌팅 바처럼 된단다. 보통 남녀가 함께 오면 그 테이블 인원끼리 살사를 추는데 간혹 다른 테이블 사람이 와서 춤을 신청하기도 한다. 이 날 어떤 빨간 바지를 입은 할아버지가 나에게 춤을 신청해서 한 곡 췄다. (난 어느 나라에서나 할배들만 말을 거는데 그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는)

살사 클럽 투어를 함께한 살사 선생 빅터와 브라이언

브라이언은 프로페셔널 살사 댄서로 칼리 살사 컴페티션에서 1위를 했던 팀의 멤버였다고 한다. 프로페셔널 팀이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춤을 출 때 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미세한 움직임이지만 몸과 다리, 발 등 작은 차이가 모여 춤을 출 때 보다 눈이 가는 움직임을 선보이기 때문에 일반 선생과 같은 춤을 동시에 추면 그 차이점이 크게 보인다.

세 번째 살사 클럽은 엘 링컨이었다. 여긴 목요일마다 핫하기로 소문나 있는 살사 클럽이었는데 당시 난 처음 가봐서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았다. 보통은 자기 일행과 춤을 추지만 추다 보면 다른 사람이 신청하기도 한다. 정말 급한 일이 있다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춤 신청을 거절하지 일반적으로는 마다하지 않는다.

빅터와 빅터의 옛 사랑 그리고 나

그렇게 첫 살사 클럽 투어를 마치고 난 그다음 주에 또 살사 클럽 투어를 다녀왔다. 일주일의 시간이었지만 매일 살사 클럽을 갔기에 확실히 살사 실력이 많이 늘었음을 스스로 느꼈다. 굳이 두 번이나 살사 클럽 투어를 갈 필요는 없었지만 콜롬비아를 떠나 귀국할 날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라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갔다. 혹시나 다른 클럽에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동일한 클럽이었지만 투어 참여 인원이 여자 4명이나 되어서 선생도 한 명(제이슨) 더 추가되었다.

선생이랑 출 때는 잘 추는데
왜 살사 클럽만 가면 잘 못 추지?


당연하지, 선생은 내가 춤을 잘 출 수 있게 리드를 잘해주니까! 그리고 계속 춤 합을 같이 맞춰 본 사람이니까! 내가 배운 선생이랑 출 때랑 다른 선생이랑 출 때랑 또 다르다. 지금이야 쿠바 살사에 빠져 콜롬비아 살사는 등한시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어떻게 하면 누구랑 춰도 잘 출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어쨌든 살사 클럽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각기 다른 패턴 및 스타일로 연습하는 것이 유일한 살사 실력 늘리는 방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 살사 클럽을 매일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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