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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Jun 08. 2020

핫한 클럽은 요일마다 다르다

왜 핫한 살사 클럽을 찾아다니는가

콜롬비아 칼리는 살사를 즐기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웬만한 호스텔에서는 거의 모두 무료 살사 수업을 진행하거나 호스텔과 연계된 학원이나 선생들이 있어 출장 수업을 오기도 한다. 호스텔 안에 전신 거울과 함께 춤출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어 살사 수업이나 연습하기에도 좋다.


살사가 아무래도 여자들이 배우기 쉽기 때문에(리드를 해야 하는 남자가 배우기 더 어렵다) 호스텔에 장기로 체류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살사를 배운다. 여자의 경우 5시간만 배워도 기본은 안다고 볼 수 있고 10시간을 배우면 어느 정도 살사를 출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매일 클럽 가서 연습만 해도 춤 실력은 금방 는다.


콜롬비아 칼리의 핫한 살사 클럽 (2018. 10기준)

월요일은 라토파

화요일은 빠르께델뻬로 근처의 마자오

목요일은 엘 링컨

금요일은 말라마냐

갈 곳 없으면 라토파


그때그때 핫한 살사 클럽은 바뀌는 편인데 항상 인산인해인 곳은 라토파였다. 살사를 추다가 발이 매번 밟힐 정도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는지 짐작이 갈 게다. 예전에 핫했던 틴틴데오는 요즘 한 풀 죽었는데 그래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1차 살사 클럽에서 자정을 넘기면 2차 살사 클럽으로 이동한다. 칼리 북쪽 지역의 멩가라는 곳이 있는데 내가 주로 갔던 곳은 멩가의 카페 미 띠에라라는 클럽이었다.


비행기 티켓까지 변경해가며(국내선 티켓 하나는 버림) 칼리에서 18일간 있으면서 거의 매일 살사 클럽을 들락거렸다. 월요일의 라토파는 상상 이상으로 사람이 많았다. 사실 갈 만한 클럽이 없을 때는 라토파 가는 것이 인지상정으로 생각될 만큼 인기 있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클럽이었다. 나도 칼리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간 클럽이 라토파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개 공원(빠르께델뻬로)의 마자오였다. 아미고와 학원 선생들이랑 다 같이 가서 같이 춤추고 술 마시고 놀다가 갑작스럽게 살사 초케(한 명이 리드하면서 단체로 같은 춤을 춤)가 시작되었다. 학원 소셜 살사 파티 때는 봤지만 이런 퍼블릭한 클럽에서 내 살사 선생 빅터가 갑자기 리더가 되어 모든 사람들을 이끌어 춤을 추게 만드는 게 신기했다.

이것은 마치 한국의 꼭짓점 댄스 같구나!
남들 춤 출 때 난 촬영 중

이때, 여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이후로 여기에 여러 번 더 올 기회가 있었지만 처음 왔을 때만큼 핫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도 있을게다.

엘 링컨의 살사 춤꾼들

한 번은 목요일이 아닌 토요일에 엘 링컨을 간 적이 있었다. 목요일이 핫한 클럽이라 설마설마했는데 아뿔싸! 누군가의 생일인지 기념일인지 전세를 낸 듯한 분위기에 핫한 느낌은 온데간데 사라졌고 춤출 만한 사람조차 없었다. 그나마 춤 잘 추는 중년의 남녀를 보며 감탄한 시간을 빼면 여기 왜 왔나 싶은 정도였으니... 핫한 요일 아닌 날에는 그 살사 클럽에 가지 말자고 그날 다짐했다.

멩가의 카페 미 띠에라

2차 살사 클럽이 좋은 이유는 멩가라는 지역이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고 다양한 음악이 나오기 때문이다. 살사부터 메렝게, 바차타 등 골고루 섞어서 나오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홀에서 춤춰도 되고 테이블 사이에서 춰도 된다. 꼭 여기가 아니라도 어디에서나 살사 음악이 나오면, 공간만 있으면, 춤출 파트너만 있으면 콜롬비아에서는 춤추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당시 살사 클럽에 같이 가던 한국인 처자가 있었다. 콜롬비아 단톡 방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초이(최 씨라 초이라 부르기로 한다)는 한국에서 살사를 좀 추다 온 살세라였다. 본인은 어느 정도 살사를 배웠기 때문에 학원은 갈 필요가 없다고 했었지만 우리 학원의 소셜 살사 파티는 꼭 참석하여 선생들과 춤만 추고 가곤 했다. 그녀와의 연락이 뜸해진 어느 날, 친구들과 같이 간 살사 클럽에서 만취한 채로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인사불성이었다. 다행히 동행이라는 외국인 청년이 나서서 안심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칼리에서는 절대 저러면 안 된다고 위험하다고 말하는 빅터에게 아미고가 말했다.

저건 한국에서도 위험해
한국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그렇지


그녀는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학원 선생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핫한 클럽도 좋고 매일 살사를 추러 다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하기로 소문나 있는 나라다. 물론 작은 시골 마을은 아닐 수도 있다. 남미 여행이 위험하다고 소문나 있지만 정작 본인이 철저하게 주의를 기울였는데도 사건사고가 터지는 일은 드물다. (있긴 있다)




요일마다 다른 클럽을 찾아가던 콜롬비아 칼리에서의 18일, 웃긴 건 여기도 클럽 죽돌이 죽순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매일 다른 클럽을 가도 매번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장소만 이동하며 같은 사람들과 춤추는 것 같았다. 몇 달 후에 칼리에서 만난 중국 친구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어딜 가도 매일 똑같은 사람들...
왜 매일 다른 클럽에서 만나지?
그냥 같은 곳에서 매일 춤추면 되잖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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