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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ug 18. 2020

콜롬비아 모칠라를 찾아서

모칠라의 본고장, 리오아차


모칠라? 그게 뭐야?


 중남미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끈이 눈에 띄게 화려한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그게 바로 와유백(와유족이 만들어서 와유백이라 부름), 콜롬비아 모칠라다.



 내가 처음 모칠라를 접한 때는 바야흐로 2015년 12월, 쿠바 여행 중 만난 어떤 한국 친구가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그렇게 비싼 가방이라고 했었다. 콜롬비아에서는 얼마 안 하는데 한국에서 20-30만 원에 팔아도 팔린다며, 그걸 파는 오빠를 아는데 돈 엄청 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10-15만 원)


아니, 저걸 그 돈 주고 사??


 할리우드 영화배우가 들기도 해서 더 유명해졌다고. 뭐든 연예인이 들면 유명해지니. 그래서 그 가격에 내놔도 금방 나간단다. 살 사람들은 사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2018년 가을, 콜롬비아에 처음 왔을 때 보고타에 있는 한인 민박에 머물렀었다.


콜롬비아까지 왔는데 모칠라는 하나 사야지


 그렇게 일요일에 열리는 우사켄 시장만 기다리고 있었다. 우사켄 시장에 가기 전, 민박집에서 모칠라 보따리 장사를 하던 H를 알게 되었고 난 모칠라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모칠라의 본고장 리오아차를 이미 다녀온 H가 갖고 있던 모칠라를 보니 보고타 시내에서 봤던 모칠라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콜롬비아 여행을 어떻게 할까?
까르타헤나까지 간 김에 리오아차를 다녀올까?
리오아차를 어떤 루트로 가야 하지?


“누나! 까르타헤나에서 모칠라의 고장 리오아차를 찍고 거기서 비행기 타고 보고타로 오면 딱인데요?”


아이디어 준 것도 H! 옳거니!


 그렇게 당시 모칠라 몇 개 사러 갔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바리바리 사들고 오는 바람에 짐이 어마어마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갔던 리오아차를 이번에 콜롬비아 칼리에서 있으면서 모칠라 동생 H의 부탁으로 내가 보따리장수가 되어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콜롬비아 국내선은 아비앙카가 최고


 그렇게 보고타 환승을 거쳐 도착한 리오아차,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니 벌써 저녁때가 다 되었다.


도미토리지만 혼자 머물렀다. 옥상의 해먹은 내 휴식공간


 작년에도 이 숙소에서 묵었었는데 사진을 보여주니 더 반겨주던 호스텔 주인. 옥상에 커다란 해먹이 있는데 어찌나 편하던지.


 다음 날, 돈을 조금씩 분배해서 여기저기 주머니와 가방 지퍼마다 넣어뒀다. 외국인이 돈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자들에게 타깃이 될 수 있어 돈을 꺼내 세어볼 일이 없게 준비해야 했다.


 해만 뜨면 너무나도 더워지는 리오아차. 미리 호스텔 주인에게 말해 택시를 불러 모칠라 시장으로 향했다. 이미 지난번 리오아차에 왔을 때 뚫어 놓은 상점이 있어 그 가게로 바로 갔다.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걸로 고르기 시작. 지난번에도 그렇게 샀는데 H가 도대체 이런 디자인은 어디서 샀냐며 업자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할 정도로 예쁜 것만 골랐었다.


난 내가 갖고 싶을 걸로만 골랐을 뿐


 난 지극히 보통 사람이다. 엄청나게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적당히 무난하고 적당히 독특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눈에 예쁘면 보통 사람들 눈에도 예쁠 거고 화려한 디자인은 내 눈엔 과하다 생각이 드니 그런 건 따로 말해달라고 H에게 말했다. 그런 것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다양한 디자인의 콜롬비아 모칠라


 이것저것 몇 시간째 고른 후, 가격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결정권자 H가 선뜻 결정을 못해서 다 골라놓고 안 사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적은 금액 차이라 난 그냥 샀으면 했는데 H 본인은 부담이 되었나 보다. 하지만 이 매장 외에는 다양한 디자인에 고퀄리티의 모칠라를 갖고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찾으면 또 찾겠지만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리오아차 시장에서는 쉽지 않았다. 결국 다시 그 매장에 갔지만 화가 난 사장은 절대 안 팔겠다고 난리. 미안하다 사과하고 어쩔 수 없이 전에 합의한 금액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했다.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정해야 할 순간이 찾아오면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리오아차 해변가로 향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1분 거리가 해변가였는데 거기서도 모칠라 상인들이 매일 나와서 모칠라를 판매한다. 진짜 와유족이 만들어서 파는 모칠라. 해변가 상인들의 모칠라를 쭉 둘러보고 살 것들을 고르기 시작. 이번에도 내가 갖고 싶은 것만 골랐다.


난 지극히 평범한 눈을 가졌으니까.


리오아차 해변가의 모칠라 시장


 다음 날에는 미니 모칠라를 사고 해변가에서 해지기 전 사진 촬영을 했다.


“니 사업도 아닌데 뭐 그리 열심히 하냐?”


지인들이 그러더라. 글쎄. 왜 그랬을까? 굳이 사진까지는 안 찍어도 되긴 했지만 내가 그냥 찍고 싶었나 보다. 모칠라의 본고장에서 해변가를 배경으로 사진까지 찍으면 금상첨화니까. 그냥 순수하게 H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다.


콜롬비아 리오아차 해변가에서의 모칠라 촬영


 해변가에서 모칠라 촬영을 할 때 근처에 있던 상인 아저씨가 나를 많이 도와줬다. 너무 고마워서 아저씨가 팔던 물건 몇 개를 샀다. 그리고 불량스럽지만 맛있는 하드 두 개를 사서 같이 먹었다.


오늘따라 석양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더웠던 리오아차에서 힘들게 할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데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아저씨가 사진찍으라고 직접 들고 계심. 아름다운 석양은 덤.


 마지막 날, 이틀 전 주문해뒀던 모칠라와 부속품을 찾고 숙소에서 소포로 보낼 모칠라를 정리해서 상자에 나눠 담아 한국으로 보냈다.


내 할 일은 끝났다.


콜롬비아 우체국 472에서 부친 모칠라 상자들


총 5일의 여정이었다. 가는데 하루, 모칠라 구매 및 촬영 그리고 소포 보내기까지 3일, 오는데 하루.


떠나는 날 아침, 나를 도와줬던 상인 아저씨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아저씨. 아미가라 부르시니 나도 아미고라 부르기로.


(스페인어로 친구. 남자는 아미고 여자는 아미가)


아저씨는 대뜸 내 팔목에 팔찌를 채워주셨다. 너무 감동적이잖아. 도움은 내가 받았는데. 아저씨한테 이것저것 많이 구매하지도 않았는데 받기만 하고 간다.


난 콜롬비아가 참 좋다. 내 최애 나라는 태국이지만, 중남미에서 고르라 한다면 콜롬비아다. 하도 콜롬비아 예찬을 했더니 콜롬비아 여행을 준비 중이던 지인이 물었다.


“콜롬비아가 뭐가 좋은데?”

“사람들이 진짜 착해요. 감동 먹을 정도로”

“쿠바 사람들처럼?”

“쿠바가?? 누가 착해요?? 뭐 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쿠바 사람들은 선의 인척 도와주고 돈 달라고도 하잖아요. 콜롬비아 사람들은 안 그래요. 대가 없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요.”


셀프 토닥토닥. 고생했다. 오랜만에 일하고 난 다시 춤추러 콜롬비아 칼리로 간다.


안녕 아미고 아디오스 리오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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