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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ug 23. 2020

내게 수줍게 다가온 소녀

콜롬비아는 사랑입니다


 콜롬비아 리오아차에서 칼리로 이동하는 날, 열심히 일한 자 비즈니스를 타라!?? 출장? 경비를 지급하는 H에게 미리 비즈니스를 타겠다고 말했던 나. 나쁘진 않았지만 그리 좋지도 않았던 리오아차-보고타 구간의 비즈니스 항공편을 타고 보고타에 내렸다. 여기서 환승하여 칼리로 갈 예정.


 보고타로 가는 항공편 스크린에는 최근 다녀온 쿠바와 작년에 다녀온 과테말라 티칼이 나왔는데 어찌나 추억 돋던지. 여담이지만 내가 가 본 유적지 중 최고는 과테말라 티칼.


왼쪽이 쿠바 말레꼰 일몰 / 오른쪽이 과테말라 티칼


 보고타 공항에 내려 큰 맘먹고 햄버거를 사 먹었다. 왜 이렇게 맛있지? 리오아차에서 매일 메뉴 델 디아(오늘의 메뉴)와 호스텔에서 주는 조식, 그리고 스파게티로 만든 비빔면 같은 것만 먹었더니 내 위가 햄버거를 반긴다. 그리고 후식은 후안 발데즈 커피. 콜롬비아의 스타벅스 같은 곳인데 커피 맛이 매우 훌륭하다. 체인 커피 전문점이라고 생각지 못할 정도로. 바리스타가 나에게 준 하트 덕분에 기분까지 업!


얼마만의 햄버거인지. 후안발데즈 커피의 하트 뿅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 칼리로 가는 항공편 게이트 앞으로 갔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고 모두 게이트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던 나.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아시아나??


 엥??? 나 아시아나냐고? 아시아 사람?? 맞다고 끄덕였더니 수줍게 다가온 소녀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꺅! 비명을 지를뻔한 기세다. 마치 꿈에 그리던 연예인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그런 느낌??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눈이 더 커지며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과 몸짓. 뭐지??? 나 어찌해야 하지??

소녀는 자기가 아미라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도 몰랐던 아미를 콜롬비아 와서 어찌나 많이 만났던지. 그녀는 바로 BTS의 팬이었다. 그녀는 나를 연예인 본 것처럼 바라봤고 난 엉겁결에 연예인 놀이하게 생겼더라는.


사진 같이 찍을까?


 기쁜 표정을 머금은 소녀의 무한 긍정의 끄덕임. 그리고 우린 같이 사진을 찍었다. 한국말을 해보라고 해서 “안녕하세요~”라고 했을 뿐인데 또 꺅! 소리 지를 지경. 나 어찌해야 하나. “감사합니다” 하니 매우 좋아한다. 한국말만 들어도 그리 좋은가보다.


 콜롬비아에 있으면서 정말 BTS에 감사한다. 나야 이제 아이돌 얼굴도 잘 구분 못하는 옛날 사람인지라 요즘 가수들이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BTS는 더더군다나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말만 들었지 실감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콜롬비아에 와서 수많은 아미들을 만났고 그들의 BTS에 대한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 사람만 봐도 좋아하고 같이 사진 찍고 싶어 하니, 덩달아 어깨가 으쓱! 워낙에 콜롬비아에 동양인이 많지 않아서 더 그럴 수도. 특히 한국인은 많지 않으니 더더욱.


수줍은 소녀,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그렇게 급 소녀와 사진을 찍고 소녀의 가족들과도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것도 게이트 앞에서. 그리고 곧 탑승 시작.


 소녀와의 즐거운 추억을 뒤로하고 탑승한 보고타-칼리행 비즈니스석은 꽤나 좋았다. 비행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울 정도로 좌석도 넓고 의자도 거의 180도까지 눕힐 수 있는 구조였다. 게다가 비즈니스석의 안전벨트는 이코노미석의 것보다 굉장히 튼튼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좌석 가격에 따라 안전벨트의 견고함이 다르다니 괜한 씁쓸함이...


보고타-칼리 비즈니스석


 이륙 후 제공된 클럽 콜롬비아 맥주 캔을 천천히 음미하며 홀짝이며 소녀와 찍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근데 얼마 안 있어 맥주를 다 마시지도 않았는데 승무원이 수거해가네? 왜?? 곧 착륙한단다. 국내선인 데다가 비행시간이 50분 정도. 아끼지 말고 벌컥벌컥 마실걸 하는 후회는 이미 그들이 가져간 맥주 캔의 향기가 사라지기 전에 들었다.


국내선 비즈니스석의 클럽 콜롬비아 맥주 한 캔


 칼리 도착 후, 수하물을 찾는 곳에서 다시 그 소녀를 만났다. 난 이미 짐이 나온 상태. 언어교환(나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소녀는 한국어를 배우고)이나 할까 싶어 연락처를 주고받고 칼리에서 언제 보자고 인사하며 꼭 안아주고 떠났다. 소녀는 여전히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제 칼리로 다시 간다. 얼른 칼리의 우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 수줍게 다가온 소녀와의 짧은 만남 덕분에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칼리 우리 집으로 출발!


BTS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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