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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ug 28. 2020

쿠바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춤 바람이 나서 콜롬비아 칼리에 다시 온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1월은 온전히 쿠바에 있었기에 콜롬비아 칼리에서만 있던 날로 따지면 56일 정도다. 쿠바에 다녀와서 가깝게 지냈던 키미와 수동이가 떠나고 나도 리오아차에 다녀왔다. 키미는 내가 리오아차에 있는 동안은 칼리에 있었지만 내가 칼리로 돌아오기 전 날 카니발이 열리는 바랑키야로 떠났다. 다시 돌아온 칼리는 너무 허전했다.


콜롬비아 칼리 우리집, 에어비앤비 거실의 해먹에 누워


5일간 칼리를 떠났을 뿐인데 뭐 이리 다른지.


사람이 난 자리는 안다더니 이렇게 쓸쓸하고 허전할 수 있을까?


 다시 칼리로 돌아와서 마트부터 다녀왔다. 아시아마트에서는 두부도 샀고 현지 마트에서는 운 좋게 무도 샀다. 그리고 혼밥의 정석 고기와 함께 제대로 된 한 상차림. 되도록 혼자 먹을지언정 잘 차려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기에 나를 위한 밥상을 정성껏 차렸다.


쿠바리브레와 함께 수육과 겉절이 그리고 두부조림
소고기뭇국
후라이드 치킨도 만든 치킨무에 양념을 버무려 치맥 한 잔


 결국 칼리에 돌아온 지 이틀 만에 20일 후 떠나는 쿠바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쿠바 살사를 배운 후 콜롬비아 살사에 그리 재미를 못 느끼고 있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그룹 레슨 학원에서 빡세게 칼리스타일 살사를 배우긴 했지만 그 외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 번은 집 근처의 호스텔에서 주최하는 바차타 그룹 레슨도 들어봤다. 페르난다 친구 파비앙과 호세가 여기서 활동했기 때문에 겸사겸사 춤도 추고 놀 겸 해서 갔는데 난 이미 바차타를 배우고 갔던지라 수업 내용이 쉬운 편이어서 흥미가 별로 안 생겼다.


바차타 그룹 클래스


 다행히 스위스 친구 카린이가 있어서 가끔 살사 클럽에 같이 가곤 했다. 매일 가던 라토파, 그리고 목요일은 엘 링컨. 다시 똑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밥 차려먹고 오후엔 살사 학원 가고, 밤엔 살사 클럽 가다가 그것도 다 귀찮으면 집에서 내 사랑 콜롬비아 맥주 마시며 영화를 보거나 해먹에 누워있었다.


살사클럽 입장시 받는 종이 팔찌
목요일은 엘링컨
가장 좋아했던 클럽 콜롬비아 맥주 트리고


 쿠바행 항공권을 끊은 지 얼마 안 되어 그토록 원하던 일이 벌어졌다. 살사 그룹 레슨 학원 수업이 끝나면 몇 학생들이 오늘 배운 것을 동영상으로 찍고 싶다고 선생에게 말하는데 그때 선생이 학생 중 한 명과 함께 춤을 춘다. 그 날 선생이 부른 춤 파트너는 나였다.


사보르 마니세로 살사 선생과 함께 춤을


 살사 그룹 레슨은 남녀 짝을 지어 춤을 추면서 파트너를 계속 바꾼다. 그중 선생이랑 출 기회도 주어지는 시스템인데 그때 나를 기억했나 보다.

뭔가 인정받은 기분이랄까?


칼리 스타일 살사는 힘들어서 그렇지 꽤 재미있는 동작이 많다.


개인 레슨 살사 학원의 소셜 살사 데이


 같은 날 개인 레슨 살사 학원에서 소셜 살사를 하는 날이었다. 신기하게도 거기서 굉장히 춤을 잘 추는 콜롬비아노를 만났다. 거의 뭐 선생 뺨치게 잘 춰서 나도 모르게 광대승천을 하고 있더라. 그는 특히 바차타를 잘 췄다. 바차타 잘 추는 남자가 별로 없는데 말이지. 오랜만에 춤도 실컷 추고 여럿이 모여 칼리의 유명한 살사 클럽인 라토파도 갔다.


바차타를 잘 추는 콜롬비아노와 함께


 콜롬비아 칼리를 떠날 생각을 하고 나니 모든 것이 아쉽기 시작했다. 살사 학원도 그렇고 살사 클럽도 이제 몇 번 못 가니까. 그래도 떠나기 전까지 보름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다녀야지. 그리고 떠나기 전에 내 첫 살사 학원 선생들(이젠 친구들이라고 불러야 맞으려나?)을 초대해서 밥이라도 한 끼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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