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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Sep 01. 2020

삼겹살 VS 쏘야 VS 호박전

콜롬비아 칼리에서의 한식 파티


 쿠바로 떠나기 전 콜롬비아 칼리의 내 첫 살사 학원 선생?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한 날, 이렇게 많은 손님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엔 내 첫 살사 선생인 빅터와 제이슨, 바차타 선생인 페르난다 그리고 브라이언, 빅터 동생 리나 정도만 부르려고 했는데 리나 남편 제프리 그리고 힙합 춤선생 알렉스까지 총 7명이 되었다.


오 마이 갓. 이를 어쩐다.


 당일에 두 명이 추가되는 바람에 양으로 승부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이미 마트 장은 다 보고 온 상태라 더 사러 가기도 어려운 상황. 삼겹살, 소시지 야채볶음, 호박전 정도나 하려고 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할게 불 보듯 뻔했다. 장정이 5명이나 되니... 뭘 더 해야 할까 하다가 집 근처 치킨집에서 닭다리를 사서 양념치킨으로 양념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일회용 접시와 컵, 포크 등은 미리 사둬서 다행. 그렇게 해서 진땀 흘려 만든 한 상. 앉을자리가 없어 소파나 의자, 바닥 어디든 알아서 앉게 하고 뷔페식으로 갖다 먹게 식탁 위에 음식들을 차려놨다.


호박전과 삼겹살


 소시지 야채볶음과 전은 미리 해두고 삼겹살은 초벌로 좀 구운 후에 친구들이 왔을 때 다시 구웠다. 혼자 다 하려니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페르난다가 도와줘서 한시름 덜었다.


삼겹살과 상추, 고추장, 쌈장, 소세지야채볶음, 호박전, 치킨무와 피클


 양 조절 실패. 더 많이 했어야 했지만 양념치킨 닭다리로 배 채워지길 바라며 각자 개인 접시에 치킨과 밥을 담아 나눠줬다. 양념소스는 절반 정도만 뿌렸다. 매워서 못 먹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들 잘 먹네? 빅터는 이것도 맵다고 못 먹더라는. 매운 음식 못 먹는다고 하더니만 정말 못 먹나 보다.


오늘은 특별히 길쭉한 쌀로 지은 밥, 치킨 양념 입은 닭다리


 신기하게도 제일 먼저 동 난 것이 소시지 야채볶음이었다. 삼겹살이 의외로 조금 남았다. 계속 구워서 접시에 채워 넣고 그러긴 했지만. 소시지 야채볶음은 소스까지 싹싹 비워져서 놀랐다. 고추장과 케첩을 본래 1:3 정도 넣는데 이번엔 1:4-5 정도 넣었더니 별로 안 맵고 맛있었나 보다. 삼겹살은 달달하게 만든 고추장과 쌈장 두 가지 소스를 내었는데 달달한 고추장이 더 많이 소진되었다. 아무래도 우리 집에 와서 여러 번 한식을 먹어 본 페르난다가 열심히 먹은 듯. 이래저래 비어 가는 접시를 보니 흐뭇!


 삼겹살을 상추에 쌈 싸 먹는 것을 보여줬는데 페르난다만 열심히 먹고 나머지는 한두 번 먹더니 쌈까지는 안 싸 먹는 바람에 상추가 많이 남았다. 식탁이 커서 다 같이 앉아서 먹을 수 있었으면 이것저것 설명해주며 먹었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난 다들 밥을 다 먹어갈 즈음에야 삼겹살을 다 굽고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주류는 쿠바 리브레! 살사 새싹 시절, 빅터가 장난친다고 콜라를 쿠바 리브레라고 속여 나에게 준 적이 있었다. 별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너무 웃겨서 유쾌한 기억으로 남는 빅터의 쿠바 리브레. 쿠바에서 사 온 아바나 클럽 7년 산이 남아있어서 그걸로 쿠바 리브레를 만들어 마셨다. 제이슨이 자기가 쿠바 리브레 진짜 잘 만든다고 하더니 진짜네? 의외로 잘 만들어서 주류 만드는 건 걱정을 덜었다. 그리고 모자란 건 미리 사 둔 맥주로 대신하니 술이 넘어간다 술 술술술 술


 콜롬비아 칼리에 처음 왔을 때 호스텔에 지내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 한국 동생과 같이 라면을 끓여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호스텔로 살사 수업하러 왔던 제이슨은 한국 라면의 매운맛을 경험했었다. 그래서 연신 라면에 대해 이야기하던 제이슨. 다른 친구들에게도 라면 이야기를 하길래 한 번 매운? 맛을 보여주기로!



 라면 맛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하나 끓여 본 멕시코에서 사 온 오뚜기 라면. 특히 라면에 대해 궁금해했던 브라이언은 안 맵다며 어찌나 잘 먹던지. 매운 음식 못 먹는 빅터는 한 입 먹고 입에 불나서 죽는시늉까지 하는 바람에 다들 깔깔거리고 웃었다.


 페르난다는 삼겹살 만드는 방법을 물어볼 정도로 좋아했는데 나의 답은 언제나 심플.


“삼겹살에 양파 마늘 넣고 굽고 소금 찍어 먹어.”

“진짜 그것뿐이야?”

“응”


 그럼 삼겹살이 그런 거란다. 페르난다 입맛에는 달달한 고추장이 있어야겠지만 구하기 어려울 테니 그건 열외. 신기한 것이 그냥 고추장을 먹었을 때는 입에서 불난다고 눈물까지 흘리더니 (매운 것을 먹으면 눈물을 흘리던 그녀) 설탕과 꿀, 참기름을 가미한 고추장은 어찌나 잘 먹던지.



 소파부터 식탁의자, 해먹까지 사람들로 꽉 찼던 우리 집, 이 집도 에어비앤비에서 한 달 예약한 것이 며칠 후면 끝나서 이사를 가야 했다. 나름 즐거운 추억 하나 더 만들고 가는구나.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창밖 내다보는 재미도 있던 곳. 현지 콜롬비아 방송만 나와서 텔레비전을 자주 안 켰는데 이 날은 텔레비전이 열 일했다.


콜롬비아 친구들과 함께, 고프로가 열일함


“고프로 사진 촬영”


 고프로가 내 말귀를 알아듣나 안 듣나 여러 번 시험하다 모두 잘 나온 단체 사진 한 장 건졌다. 살사 수업 때 쓰는 휴대용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고 맥주를 계속 마시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모두 돌아갔다. 즐거웠던 그 날의 추억.


 이렇게 다시 모이긴 어렵겠지? 브라이언은 작년에 학원을 나갔고 지금 코로나 때문에 선생 몇 명이 새로 들어왔다. 페르난다도 고향으로 간 것 같다. 자취 생활하며 수입 없이 지낼 순 없었을게다.


언제 다시 콜롬비아 칼리에 갈 수 있을까?
코로나가 시작된 후 모든 것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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