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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Sep 09. 2020

떠날 준비도 일상처럼

콜롬비아 칼리의 마지막 친구


 우리의 만남은 이미 약속되어 있었다. 2월 말쯤, 혼자 칼리에서 살사를 배우겠다며 열정적인 살사 예찬론자와 연락이 닿았다. 친구와 콜롬비아 여행을 같이 하다가 친구는 카르타헤나에 가고 싶었고 자기는 칼리에 가서 살사를 배우고 싶어 해 일정 기간 동안 따로 여행하고 만나기로 했단다.


이런 쿨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보기 드문 쿨한 친구와의 만남은 우리 집에서 밥 먹으며 이어졌다. 이사 가기 전 마지막 손님. 그리고 칼리를 떠날 때까지 나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 줄 소중한 동생이자 친구 N. 띠동갑 더 나는 나이 차를 극복하고 우린 그렇게 밥상머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밖에서 사 온 프라이드치킨에 직접 만든 매콤 달콤 양념소스를 얹고 미리 만들어 둔 치킨무와 맥주를 함께하니 이보다 더 맛있을 수 있을까?


N과 먹은 양념치킨과 수제 치킨무 그리고 클럽 콜롬비아 맥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양 팔에 무수히 많은 타투를 보고 조금 놀랐다. 역시 난 옛날 사람인가 보다. 하지만 타투 하나하나 이야기가 있고 귀여운 타투 투성이라 다 귀여워 보였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석탄 옮기는 먼지들과 생쥐로 변한 아이의 경우 어찌나 귀엽던지.


 우린 같이 그룹레슨 학원도 다니고 개인 레슨 학원도 다니며 매일 만났다. 학원들을 다 소개해준 것도 나. 생각해보면 난 무슨 브로커처럼 콜롬비아 칼리로 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내가 다니는 학원을 많이 소개해줬다. 치킨을 먹은 다음날, 칼리를 떠나기 전까지 지낼 집으로 이사를 한 후 N이 갖고 있다는 찰비빔면을 먹으러 그녀의 호스텔로 향했다. 한국인 사이에서 이제 유명한 호스텔이 된 아구아카테 호스텔. 키미 & 수동이와 함께한 추억이 깃들은 그곳에서 난 N과 찰비빔면의 추억을 또 남겼다.


이게 얼마만의 비빔면이야!

비빔면 먹고 후식은 달달하게 초콜릿 케이크!


찰비빔면에 삶은 계란 얹어 호로록 & 달달한 초코케이크


행복이란 게 별거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다만 N은 나와 함께 개인 레슨 살사 수업 후 그룹 레슨 살사 수업을 듣고 체력이 소진되어 밤엔 살사 클럽에 가지 못했다. 항상 클럽에서 연습을 해야 살사 실력이 일취월장된다고 강조해왔거늘 클럽 갈 때마다 가자고 했지만 일찍 자는 착한 어린이처럼 그녀는 밤마다 쉬어야 했다.


 칼리를 떠날 날이 일주일도 안 남아 매일 클럽을 의무적으로라도 가야 했던 나. 다행히 페르난다와 카린이 있어 혼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칼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말 밤, 토요일을 그냥 넘기기 아쉬웠는데 파비앙을 비롯한 페르난다 친구들과 2차 살사 클럽에 갈 수 있었다. 한국이나 나이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지 여긴 친구라고 하면 나이 불문. 페르난다가 20대 초반이고 파비앙은 20대 후반, 바차타로 대동 단결한 서로 절친한 친구 사이다. 그런 거 보면 어쩌다가 한국은 만나자마자 나이부터 묻고 호칭 정하고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를 일이다.


2차 살사클럽 카페미띠에라 & 콜롬비아 럼


 마지막 일주일은 살사 패키지 중 바차타, 쿠바 살사, 칼리 살사를 두 시간씩 배우는 수업을 들었는데 난 그 와중에 왜 이렇게 쿠바 살사만 하고 싶던지. 브라이언이 쿠바 살사를 출 줄 알아서 브라이언에게 처음으로 수업을 들었다. 칼리에 처음 왔을 때 빅터가 무슨 일이 있어 트라이얼 수업을 브라이언이 해줬었는데. 시작과 끝을 브라이언과 함께 하게 되었구나. 브라이언도 쿠바 살사가 더 좋다고 했다. 종종 학원에서 음악이 나오면 혼자 흥에 넘쳐 춤추는 것을 봤는데 그것이 룸바였다는 것을 나중에 쿠바에 가서 알게 되었다. 브라이언은 프로페셔널 댄서였으니까 확실히 다른 선생과 발놀림이라던가 몸놀림이 다르긴 했다.


 뭔가 마지막이라 그런지 의무적으로 클럽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월요일에는 카린이랑 마지막으로 라토파 살사 클럽에 가고 화요일은 어느 클럽 가지 고민만 하다가 빅터가 초대한 클럽에 갔다. 원래 화요일에 핫한 클럽이었는데 확실히 3월이 돼서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여행자들도 쫙 빠진 것 같았다. 사람도 너무 없고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그냥 적당히 춤 한 두 번 추다가 일어났다. 그냥 가기 아쉬워 집에 가는 길에 라토파에 들렀는데 역시나 화요일이라 그런지 썰렁.


화요일은 어느 살사 클럽에 가야 하지?
곧 떠나는 자의 무의미한 셀프 질문


화요일은 도대체 어느 클럽을 가야하지? 어딜가나 썰렁


 어느 날, 살사 학원에서 무료 스페인어 수업이 있단다. 짧은 스페인어 때문에 매번 답답했는데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은 이제야 이런 게 생기다니. 양인들은 어찌나 스페인어를 하나같이 잘하던지. 무료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싶은 사람이 없는지 결국 N과 둘이 개인교습처럼 들었다. 선생이 N또래인 데다가 한국말을 좀 할 줄 알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공부도 했었다고! 어쩐지!  우린 수업 끝나고 셋이서 콜롬비아산 디저트도 먹고 난 떠나기 전에 꼭 사고 싶었던 해먹도 샀다.


콜롬비아에서의 한류는 대단하다는 .
콜롬비아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주 느꼈다.
특히 BTS에게 항상 감사한다.


살사 학원에서 들은 스페인어 수업과 이름을 까먹은 콜롬비아 디저트


“우리 집 가서 밥 먹자”

“그럴까요? 헤헤”


 그룹 살사 레슨이 끝나고 우리 집에서 저녁 먹기로. 혼자 먹는 밥보다 같이 먹는 밥이 더 맛있으니까.


“감자 고추장찌개 먹자”

“네!?!! ......”


 뭔가 시큰둥한 반응이 이상했던 나는 요리를 어느 정도 한 후 다시 물었다.


“자기 감자 고추장찌개 안 먹어봤지? 뭔지 모르지?”

“네 언니. 뭔지 몰라요 ㅎㅎ 짜글이 같은 거예요?”

“어쩐지 반응이 시큰둥하더라는.. 먹어봐 ㅎㅎ”


 난 어려서부터 먹던 음식이라 몰랐는데 키미도 그렇고 감자 고추장찌개를 처음 접해본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감자를 지져먹는다라고 표현하긴 하지만.


다들 먹어보면 안다. 얼마나 맛있는지를.


함께 먹어야 더 맛있는 밥상


 떠날 준비라고 해서 딱히 뭔가 특별한 건 없었다. 단지 뭐든 없는 나라 쿠바로 가기 전 사야 할 것들이 좀 있었고 콜롬비아의 짐을 좀 정리해 한국으로 보내야 하는 것뿐. 물론 내가 한국으로 거금을 들여 부친 짐 일부가 사라지는 불상사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사진으로만 남은 내 콜롬비아 해먹


그 날 N과 함께 밥을 먹은 후 살사 학원에서 하는 마지막 소셜 살사 파티에 가기로 했다.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 했던 그 날의 추억 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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