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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Sep 11. 2020

누군가 우리 집 전기를 훔치고 있다고?

쿠바 집주인의 나쁜예


 코로나 속의 쿠바, 녹록지 않은 삶 속에서도 시간은 뉘엿뉘엿 흘러 6월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평화로웠던 5월 말, 결국 터질게 터지고야 말았다. 우리 집의 골동품 세탁기가 고장 난 것이다. 세탁은 되는데 탈수가 고장 난 상황. 바로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탈수기가 고장난 쿠바 우리집의 골동품 세탁기


“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 고쳐줘.”


어라? 이 어이없는 대답은 뭐지?


 쿠바의 까사(숙소)는 대부분 가전제품이 갖춰져 있어 고장 나면 집주인이 고쳐줘야 하는 시스템이다. 새 전자제품을 들여놓는 집이 많지 않으니 대부분 중고제품이거나 우리 집처럼 허우대는 멀쩡한 새집이지만 세탁기와 냉장고는 아주 오래된 것들을 갖춘 집이거나, 무수히 많은 케이스가 존재한다.


그럼 고장 난 채로 살라는 건가?


 A가 이야기하여 우선 우리가 고치고 다음 달 집세에서 제하고 주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전기세 고지서를 받았다. 평소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금액이 찍힌 전기세 고지서를 보더니 A가 놀랐을 때 하는 쿠바식 표현인 “꼬뇽~~~”을 외치며 뭔가 잘못되었다고 했다. 전기세를 보니 대략 40쿡 정도(한화 약 5만 원)였다.


이게 말이 되나? 우리 집처럼 방 한 칸짜리 작은 집에 에어컨도 하나인데 40쿡이 말이 되냐고?!!


 쿠바는 전기세가 매우 저렴한 편이다. 예를 들어 방 3-4개짜리 집에서 방마다 있는 에어컨을 매일 돌려야 40-50쿡 정도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집주인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니 그녀도 놀라 전기를 아껴 쓰라는 말을 하고는 다음 날, 왓츠앱으로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전기세 많이 나오면 내가 다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반박 문자 발송.


전기세는 원래부터 집세에 포함된 거였고 우리가 전기를 아껴 썼는데 그만큼 나온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네 말대로 평균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면 그 일부는 낼 의향은 있지만 전부 다 낼 수는 없다.”


 그랬더니 바로 수긍하는 집주인. 20쿡 이상 나오면 초과되는 금액을 내가 지불하는 것으로 결정을 봤다.  


 A와 머리를 맞대고 도대체 어디서 전기세가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던 중에 S가 한 가지 조언을 해줬다.


“언니 그거 혹시 전기를 다른 집에서 훔쳐가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엥? 그게 가능해??!!”

“가능하더라고요. 제가 겪어봤잖아요.”


S의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A에게 알려줬다.


전기를 남이 훔쳐 쓰면  정도 나올  있대.”


쿠바 우리 집 건물 전기계랑기


그럼 그렇지! 에어컨도 껐다 켰다 나름 아껴쓰는데 그렇게 전기세가 많이 나올리가 없잖아?


 그리하여 전기계량기 사진을 집주인에게 보냈고 곧 집주인 부부가 우리 집으로 출동했다. 아랫집이 아무래도 전기를 훔쳐가는  같다며 누가 들을까  소곤거리며 대화했다. 이게 확실한 것이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것이고 전기세는 더 이상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집주인도 입을 다물 테니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그러나 곧 들린 맥 빠지는 소식. 아무도 우리  전기를 훔쳐가지 않았단다. 분명 전기계량기의 전선을 살펴봤을 때 다른 집과 연결된 부분이 있었는데 아니라니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전기세는 왜 많이 나온걸까...???


 그 사이 수소문 끝에 세탁기 고치는 기술자를 A가 섭외했다. 세탁기가 고장 난 후, 뭐든 고칠 것 같은 고령의 쿠바 할아버지가 오시는 데까지 며칠이 걸렸고 그 사이 난 탈수를 안 한 상태로 세탁기를 돌렸다. 기술자 할아버지는 생각보다 금방 탈수기를 고치셨다. 문제는 탈수기를 고친 후, 탈수 시 소리가 엄청 커졌고 뚜껑을 열어도 즉시 정지가 안 된다는 것. 뭐 세탁과 탈수만 가능하면 되니까 괜찮다.


 마침 그 날은 집주인이 거실 선풍기를 고칠 겸 다른 기술자를 데리고 온 날이었다. 집 뒤쪽에서는 할아버지가 세탁기를 고치시고 먼저 떠나셨고 거실에서는 다른 기술자 아저씨가 선풍기를 고치고 있었다. 평소 집세를 내던 날과 며칠 차이가 안나 세탁기 고치는 비용을 제외하고 집세를 내려고 하는데 A가 집세 전액을 다 줘야 한단다.


“왜 집세를 다 줘야 해?”

“전기세가 많이 나왔으니 세탁기 고치는 비용까지 부담할 수 없대서 알았다고 했어.”

“우와... 진짜 나쁜 X!”

“그러려니 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잖아.”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코로나 이후로 집세도 깎아줬고 한 번 더 깎은 상태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수긍하기로 하고 골동품 세탁기의 탈수 기능을 고치는데 12쿡(약 12달러)을 지불했다.


그렇게 맞이한 6월에 또 날아온 전기세 고지서


뭐야??? 왜 이렇게 적어???
5쿡도 안 나온 이 시추에이션은 뭐지!?


 지난달은 40(5 ), 이번 달은 5(6 ),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이번에 받은 전기세 고지서 사진을 집주인에게 보냈다. 이미 전기세가 많이 나오면 초과분을 내가 내기로 했기에 집주인은 별스럽지 않게 대처했다. A가 집주인에게 전기회사에 가보라고 했더니 A보고 같이 가자고. 그냥 못 간다고 말하고 말았단다.


세입자가 왜 전기회사를 따라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날 못 고친 거실 선풍기를 고쳐다 주겠다던 집주인은 거의 한 달이 지난 후 우리 집에 선풍기를 갖다 줬다.  더운 쿠바라는 나라에서 6  달을 거실에 선풍기 없이 살았다. 진짜 나쁜 집주인 X!


내가 집주인 복이 이렇게도 없나.


이제 더는 문제없겠지 했던 6월 말, 선풍기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또 다른 큰 시련이 찾아왔으니....

(전기세 문제도 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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