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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과 그 소작인

지구의 위기에 대한 우리의 응답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제가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6주 훈련기간동안에는 매 주일 모든 훈련병은 종교행사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성당에 갔었는데 성당에 가는 훈련병들은 불만이 있었습니다. 너무 자주 앉았다 일어섰다 했기 때문입니다. 신자인 저도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특정한 종교가 없는 훈련병들은 쉴 수 없고 미사 후에 주는 초코파이로는 양이 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인기가 있던 절에 가 보았습니다. 절은 설법하는 내내 바닥에 앉아 있었기에 푹 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백설기를 한개씩 주었습니다. 그 다음 주일에는 최고로 인기있던 교회에 갔습니다. 놀랍게도 젊은 아가씨들이 와서 예배 내내 찬양을 했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예배 후에는 햄버거를 하나씩 줬습니다. 파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천주교 신자이기에 다시 성당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군인주일입니다. 선교의 황금어장인 군대는 바로 우리 모두가 잘 보살펴야 하는 주님 포도밭입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의 주님 포도밭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입니다. 지구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과다배출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이 때문에 너무 춥고 너무 덥고 장마는 길고 태풍은 엄청나게 강해지고 가뭄과 산불이 증가하는 기후 이상이 왔습니다. 공해로 환경오염이 심해졌고 예전에는 없었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건강을 위협합니다. 생태계의 위기는 동식물의 멸종을 가져오고 있는데 그 예로 작년 벌 농사가 백년만에 최악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주님 포도밭의 위기는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전염병으로 감당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주님 포도밭인 지구 위기 시대에 소작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는 포도밭 주인이 아니니 소작료만 받으면 됩니까? 포도밭이 망하면 소작인이 어디서 일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소작인인 우리는 오직 나만이 주님 포도밭을 잘 알고 그곳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소작인 생활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첫째, 먹는 것을 살펴야 합니다. 그 예로 소고기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소가 되새김질로 뿜어내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독하며, 소를 먹일 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작지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소로 인한 대기오염은 자동차 전체 배기가스를 다 더한 것보다 높습니다. 둘째, 싼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 없이 공정하게 생산되는 물건을 소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지 않으면 쓰레기 같은 물건은 줄어들 것입니다. 셋째, 우리 삶의 방식이 친환경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차를 타기보다는 걷고, 쓰레기를 줄이고, 음식물을 적게 남길 때 우리는 주님 포도밭의 충실한 소작인으로 포도밭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역시 포도밭의 위기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저는 주님 포도밭의 충실하고 겸손한 일꾼이 되겠습니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이 교황으로서 한 첫 다짐입니다. 우리 역시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형제 여러분,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필리 4,6). 


지난 주일 제가 받은 축일 축하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신부님, 저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다보면 태풍이 와서 비와 바람에 과일이 낙과되어도 낙과하는 과일보다 나무에 달려있는 과일에 감사하며 더 많은 낙과가 되어도 나무가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사람이 태풍에 다치지 않은 것도 감사합니다.” 


어떤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리 4,7).  


주님 포도밭의 소작인인 우리는 모든 일에 감사하며 충실하고 겸손하게 포도밭에서 일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마지막으로 당부합니다. “그리고 나에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필리 4,9). 


“우리 후손들에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오년전에 발표한 <찬미받으소서>라는 환경회칙에서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파국’의 전조이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가 포도밭의 위기에 응답하고 회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멸종’할 수도 있습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늦지는 않았습니다. “생태 위기에 응답하십시오.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이 계속 되어서는 안됩니다. 피조물을 돌봅시다. 이는 좋으신 창조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호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실천해야 합니다. 먹는 것, 소비하는 것, 삶의 방식에서부터 우리의 포도밭인 지구를 구하기 위해 행동합시다.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 작은 것부터 바꾸어 나갑시다. 우리가 실천할 때, 평화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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